편성준 작가의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을 읽고
요즘 뒤숭숭하고 화가 불쑥거려 뭘 해도 집중이 안된다. 카지노 게임를 하면 도움이 되려나 싶어 책을 한 권 샀다. 집에 읽지 않고 모셔둔 많은 책 중에 하나 고를 수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카지노 게임를 위한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에 냉큼 장만했다. 편성준 작가님의 <나를 살린 문장, 내가 살린 문장.이다. ‘편성준과 함께 읽고 쓰는 세상에 하나뿐인 카지노 게임책’이라는 부제가 있길래 작가님이 골라 준 문장( 얼마나 알토란일까)을 나는 펜을 들고 카지노 게임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 옛날 초등학생이었던 내게 선생님들은 이런 숙제를 종종 냈다. '학생들아 교과서 여기에서 저기까지 써오렴.' 선생님의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없는 무지몽매한 학생이었던지라, 내용을 이해하여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은 1도 하지 않고 구시렁거리며 베끼기에 급급했다. 눈으로 글을 읽고 연필로 공책에 베껴 쓰는 행위를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무상무념해졌던 듯. 아닌가? 얼른 끝내고 놀러 나갈 생각을 했으리라. 아무튼 그런 거를 기대하고 책을 딱 폈는데 말이다.
'당신이 카지노 게임하고 싶은 문장을 적어보자.'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작가에 대해 적어보자.'
'한때 당신을 살린 책이 있다면 소개해 보자.'
'당신에게도 무언가를 추억하게 만드는 냄새가 있나?'
'오늘 당신을 감탄하게 만든 것은 무엇인지 적어보자.'
'당신이 감독이라면 어떤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나?'
등등
이건 글쓰기 아닌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그저 카지노 게임를 해보려고 했는데, 좋은 문장을 보며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기대했는데...... 헉~
그래도 일단 해봐야지. 읽고 카지노 게임하고 작가님이 하라는 것도 천천히 하다 보면 마음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다 잡았는데 말이다. 뭐라? 한 권한대행이 뭘 했다고라.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고? 여야합의가 어쩌고라? 에고에고.
참, 편성준 작가님의 책은 좋다. 덕분에 오랜만에 책을 읽었다. 정신 차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