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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Apr 21. 2025

변화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동기-4

정말 궁금해서 그래

이제는 더 이상 환자분의 문제를 피하면 안 됐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보지도 못하고 면담에 임했습니다. 시작은 이전 면담들과 비슷하게 일상적인 대화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환자분이 먼저 1주일이 지났는데 자기는 언제 퇴원하냐고 물어봤습니다.


안정병동에서는 환자분이 퇴원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야기를 꺼낼 때 난감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분이 생각하는 퇴원의 기준과 의료진이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자발적으로 입원한 환자분들에게는 아직 퇴원할 때가 아니라고 납득시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환자분은 입원을 해서 실제로 나아진 부분도 없고 치료 계획도 없는 상태였으니 명백히 아직 퇴원을 고려할 시점은 아니었습니다. 환자분도 어렴풋이나마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환자분이 퇴원 관련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당장 퇴원을 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이제는 무언가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이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환자분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일단은 저희가 왜 입원을 했는지 다시 생각을 해봐야 퇴원을 언제 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OOO님은 저희 병원에 왜 입원했었죠?"

"자해를 해서 부모님이 끌고 왔죠."

"그래요. 지금은 자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어떤가요?"

"...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뭐 별로 생각이 안 나긴 카지노 게임 사이트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 게 뭐가 문제예요?"

"아 그렇군요. 지금은 생각이 안 나신다니 다행이네요. 그런데 자해가 문제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제 몸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건데..."


이전 같았으면 여기서 대화가 끝났을 것 같습니다. 저는 여기서 무엇을 더 물어볼 수 있고, 무엇을 궁금해 할 수 있는지 몰랐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저는 교수님과 치프선생님에게 간간히 자해를 하게 되는 다양한 심리적인 원인들에 대해 배웠던 것이 떠올라, 그중에 어떤 것에 해당하실지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궁금한 마음이 들어서 '왜?'라는질문을 이어서 있었습니다.


"그래요. OOO님은 왜 자해를 하게 되시나요?"


조금 딴 얘기지만 MBTI가 유행하고, T와 F의 차이로 상대방이 어떤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그 감정에 공감을 해주려는 쪽이 정답이고,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는 쪽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폄하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왜?'라는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데, T로 보여선 안되기 때문에 '왜?'를 물어볼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당신의 마음이나 상황이 궁금하다는 메시지가포함된, 부드러운 말투의 '왜?'라는 질문은 정말 받아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그 나름의 따듯함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느낌, 상대방이 나를 판단하거나 다그치려고 하는 것이 아닌, 정말 그저 순수한 아이처럼 궁금해서 물어본다는 느낌. 그 느낌이 들어야만 본인의 어려움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변화의 동기도 여기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환자분도 본인이 자해를 하는 것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너무 큰 문제이고, 민감한 문제여서 이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하면 아주 방어적이게 변하여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처음이나 두 번째 면담 때에는 물어봐도 대답을 잘 안 해주셨던 거겠지요.


저는 두 번째 면담때와 똑같은 질문, "왜 자해를 하게 되었나요?"을 했지만, 저와 환자분은 이것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일상적인 질문들과도 같은 선상에 둘 수 있는, 당신의 수많은 점들에 대한 질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 질문을 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환자분도 두렵지 않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더 깊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퇴원할 때는 자해와 음주를 절제하고, 운동과 체중 조절, 그리고 꿈을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계획들을 세웠고, 마음속으로 나마 저와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퇴원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자해나 음주를 안 할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들을 잘 몰랐던 것이 아쉽습니다. 기회가 되면 다른 에피소드에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는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마지막에 제가 느끼고 배운 점들만 실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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