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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Apr 24. 2025

Warm and Firm-4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환자분은 난폭 행동으로 격리된 30분 후에 안정을 찾았습니다. 저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격리실을 나왔습니다. 안정제가 졸렸는지 병실에서 낮잠 한숨 잤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친했던 병동의 다른 환자들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소동이 있었다는 것을 다른 환자분들도 알았을 텐데 별 어려움 없이 환자분을 대해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그 사건 뒤로 환자분과의 면담은 무언가 달라졌습니다. 마음이 편해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전에도힘든 얘기는 별로 안 하고 괜찮다고만 하긴 했지만, 그때와는 다르게 정말로 괜찮아 보였습니다. 제 걱정과는 다르게 환자와의 관계는 오히려 좋아졌습니다. 병동에서 마주칠 때 밝게 '안녕하세요 선생님' 하고 인사를 하고, 다른 환자분들과도 더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었습니다.


BM(behavior modification) 이 정말 중요하고, 처벌이 아닌 치료 목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긴가민가 했습니다. 정말 처벌이 아닌 걸까? 하지만 환자분의 변한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정말 마법 같이 치료 효과가 있구나, 근데 왜 치료적인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warm and firm의 자세와 연결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모두 갓난아기부터 시작카지노 게임. 뱃속에 있을 때 양수에 떠있어 중력을 느끼지 않았고, 탯줄로 산소를 공급받아 숨을 쉴 필요도, 음식을 소화시킬 필요도 없었습니다. 배속에서 나온 애기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엄마 아빠의 품에 안겨져 중력이 느껴지고, 숨을 직접 쉬어야 하고, 젖을 먹고 소화를 시켜야 카지노 게임. 무엇하나 잘 못하면 살 수가 없습니다. 살아남기 급급해서 주변을 둘러볼 순 없습니다. 누구나 자기중심적이었던 갓난아기 시절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갓난아기가 자기중심적이라고 비난하진 않습니다. 정말 간혹 그렇게 생각하는 부모도 있긴 하지만, 그분들도 사정이 있겠지요. 1년 정도 지나서 생존을 숨 쉬듯이 할 수 있게 되면 그제야 주변을 둘러봅니다. 걷기도 하고, 엄마 아빠를 알아보고 마마, 빠빠 부르기도 카지노 게임. 마치 운전을 처음 배운 성인처럼, 걷다가 넘어지고, 다시 걷기를 반복카지노 게임. 성인도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위축되기 나름인데, 아이도 넘어지면 위축이 될 텐데, 어떻게 그렇게 계속 도전할 수 있을까요?


아기는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 걷는 것도 처음이고, 걷다가 넘어지는 것도 처음입니다. 넘어졌을 때 아픈 것도 처음 느껴보고,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그저 놀랍니다. 걸으면 안 되는 건가? 싶다가도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엄마 아빠를 보고, 나도 모르게 계속 걷기를 도전합니다. 저 미소는 1년 차 때 내가 좋아서 웃으면 따라서 웃던 부모님의 그 미소와 같습니다. 아, 계속해봐도 되는구나.


또 넘어졌습니다. 이번에는 너무 아픕니다. 뭐가 뭔지 몰라서 울음을 터뜨립니다. 카지노 게임 아빠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표정을 짓습니다. 우쭈쭈 아팠어? 하며 부드러운 미소입니다. 저 표정은 1년 차 때 제가 배고프거나 똥이 마려워서 울면 나온 표정입니다. 저 표정이 나오면 조금 있다가 제 불편한 것들은 사라집니다. 아, 지금 아픈 것도 울고 있으면 사라지겠구나.


부모님의 따듯한 미소와 함께 세상을 마음껏 누비며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세상을 어느 정도 압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합니다. 젓가락을 들어 저기 보이는 구멍에 넣어보려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에서 엄마가 소리 지르며 뛰어옵니다. 처음 보는 표정입니다. 엄마는 저한테 하지 말라고 합니다. 아, 이거는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이번에는 저쪽 구멍에 넣어봅니다. 카지노 게임가 또 와서 이번에는 지난번에도 그랬지! 하면서 혼을 냅니다. 아, 이거도 안 되는 거구나. 다시 인형이랑 놀다가 카지노 게임한테 가져다줍니다. 카지노 게임는 부드러운 미소로 받아줍니다. 아, 이거는 이전과 똑같이 괜찮구나. 해도 되는 거랑 하면 안 되는 게 있구나. 다행이다, 카지노 게임가 변한 게 아니야.


처음으로 혼나봤지만, 오히려 다행이다. 카지노 게임가 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하면 안 되는 게 있는 것뿐야. 카지노 게임가 나를 혼내더라도 내 곁을 떠나지도, 변하지도 않았어.


환자분은 정신과 병동이 처음입니다. 저와도 처음 만났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입니다.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을 알려줘야 카지노 게임. 하지만 알려준다 해도 정말 해도 되는지, 하면 안 되는지 아직은 모릅니다. 저 사람이, 이 병동이 나를 어떻게 할지 모릅니다. 마음속으로 계속 고민이 됩니다. 그냥 내 마음대로 해도 될 것 같은데, 아니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아니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하기로 카지노 게임. 그랬더니,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맞는구나 깨닫습니다. 이제 저 사람은 나를 벌하고 나를 떠나겠지? 어라? 아닌가? 나한테 화를 내지도 않고 차분하게 뭐라 설명을 해주네.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네. 내가 못된 짓을 했지만 저 사람은 나를 똑같이 대하는구나.다행이다. 그래도 또 그러진 말아야겠구나.


단호함이란 울타리 안에서 따듯함을 연료 삼아 마음껏 돌아 다닙니다. 울타리만 벗어나지 않으면 안전카지노 게임. 설사 울타리를 벗어나더라도 다시 돌아온다면 괜찮습니다. 따듯함과 단호함이 되어 주는 그 사람은 어디 가지 않으니까요.


(등장인물들에대한 정보와 이야기는 모두 지어낸 것이며 실제 인물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마지막에 제가 느끼고 배운 점들만 실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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