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번쩍 깨는 아삭한 맛
뒤꼍에 영감님복숭아나무에서 올해도 분홍색 꽃이 피고 봄바람도씽씽 불기 시작하면 작년 초겨울 김칫독을 묻어 두었던 김치 광에선 막냇동생의 이가 빠지 듯하나둘 독이 비워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독만 남아 있을 때면 김치가 푹푹 익은군내가 카지노 게임장롱 안에 있던 나프탈렌 냄새처럼 강렬하게 났는데 그건 이제 새로운 파란 잎이 달린 김치를 담가 먹을 때가 됐다는 신호기도 했다.
매 끼니마다 양은그릇에 한 포기씩 건져져 오는 김치는 땅속 어둡던 곳에서 늦잠을 자다 깬 것이 억울한 것인지, 아니면 형제들에게 꾹꾹 눌려 있다 이제야 탈출해 속이 후련한 것인지 양재기 속에서 나에게 치르르 치르르하는반가운소리를 냈다.
"할머이 귀에도 들리지? 김치가 무슨 소리를 내"
"용하네. 그래 짐치가 뭐라드나?"
"몰라"
"안즉 그 소리가 안 들리믄 살림하잠 멀었어. 짐치가 하는 얘길 알아 들으야 살림꾼이지"
학교에 다녀오니 대문간까지 신김치 냄새가 진동하고 장독대에는 깨끗이 목욕한 장독들이 다시 각 잡아 한 줄 서기를 하고 있었나. 그리고날마다 장승처럼 수돗가를 지키며 엄마 소에게 줄 구정물을 모아두는 양동이자리엔엄청나게 큰 고무다라엔 뻘건 김치 씻긴 물이 담겨 있었다.
"할머이 김장깡 비웠네"
"인자 날이 뜨새지니 장딴지를 비우야지"
"근데 할머이 총각무꾸는왜 씻어놨어?"
"느므 마이 익어가꼬 시구와"
"그럼 걍 소주믄 돼 자네"
"이잉, 아까운걸 소 주긴. 다 맛있게 해 묵는 법이 있지. 다 묵고 없을 때 또 달라고 하지 말고 있을 때 마이 무 놔"
언제나 알쏭달쏭한 카지노 게임 이야기. 이야기를 들을 땐 거짓부렁 같은데 늘 결과로는 참일 때가많았기에 어깃장을 놓을 수도 없었다.
"할머이 이 총각무꾼 우뜨케 해 먹어?"
"냄비에 들지름 두르고 달달 볶다에지가이 익었다 싶음 단거 좀 느치"
"그럼 설탕을 쫌 마이 느 줘"
하지만 카지노 게임닌 설탕 대신 매실청을 부우셨다.
작년 김장김치로 엄마가 한 통 주셔 덜어 먹던 총각김치가 팍삭 익었다. 김치냉장고에모셨음에도 작고 작은 방울들이 보글거리며 어릴 적 들었던 치르르 치르르 소리를 내고,고등어 통조림을 넣어 지져 먹을까 하다 카지노 게임 방법대로 들기름에 볶아 먹기로 했다.
캬아~~ 들기름이 총각무와 만나 익어가는냄새. 아는 냄새라 더 무서운, 군침이 도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나는 가스불 앞에서 뜨거운 무를 집게로 집어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어릴 적 카지노 게임는 커다란 무를 젓가락으로 푹푹 찔러 검처럼 우리 손에 쥐어 주셨었다. 그리고당신은 작게 잘라드셨고 우리가 앞니로 씩씩하게 베어 물으면 흐뭇하게
"이 좋을 때 마이 무 두래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저런 생각에 양념 옷을 벗은 총각무는 들기름에 맛있게 익었고,그 잠깐 사이 나는 게 눈 감추듯 두 개나 먹어 버렸다.역시 추억은 식성까지 소환시킨다. 유난히도 아삭한느낌을 좋아하는 나의 식탐도 발동했고 점점 비워져 가는 김치통이라 그런가 비어버린 공간을 아쉬움과 미련이 채우는 것만 같다.
쌀을 씻을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수돗가를 지키고 있던 구정물통이 떠오른다. 알뜰살뜰 살림하시던 어른들에 비하면 나는 빵점 주부에다 사실 버리는 음식물도 적지 않다. 오늘도세제가 흘러간 통을 비우며 엄마소가 이것을 먹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하며,세제도 덜 쓰고 버리는 음식이 덜하도록 큰손 욕심을좀고쳐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