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의 인연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카지노 게임는 마치 내가 사람이라는 형태로 이 땅 위에 존재하기 이전부터 나와 친구였던 것처럼 친하게 느껴진다.
카지노 게임 함께 있으면 너무나 편안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제도, 속박, 관습, 고정관념으로부터 무장해제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가끔은 카지노 게임가 다른 별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카지노 게임: 오늘은 별 말이 없네? 어디 아프니?
나: 응~
카지노 게임: 저런! 어디가 아픈데?
나: 마음이 아프지...
카지노 게임: 마음?
나: 에잉! 몰라! 나 엄마한테 혼났거든.
카지노 게임: 왜?
나: 어젯밤에 늦게까지 핸드폰 하고 있으니까 자꾸만 얼른 자라고 했어. 내가 조금만 더 하다 자겠다고 그러니까 핸드폰을 내놓으라고 하셨어. 그래서 엄마한테 대들다가 아빠한테까지 혼났지.
카지노 게임: 적당히 하지 그랬어.
나: 그게 적당히 되냐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새벽 2~3시가 훌쩍 넘어가버리는데.
카지노 게임: 부모님이 걱정할만하네.
나: 나도 이러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잘 절제가 안돼. 어떻게 해야지?
카지노 게임: 너, 미디어 중독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
나: 미디어 중독?
카지노 게임: 미디어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줄 수 있지만 미디어 중독이라는 치명적인 해를 끼칠 수 있어. 심하면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는 질병이지.
나: 질병? 치료받아야 한다고? 난 그 정도는 아닌데...
카지노 게임: 그래. 그럼 오늘부터 네가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지 시도해 봐. 그게 잘 안되면 부모님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겠지.
나: 카지노 게임, 네가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갑자기 무서워지잖아.
카지노 게임: 중독이 되면 정말 무서운 거지. 거기까지 가지 않도록 원칙과 시간을 정해놓고 사용하도록 해봐.
카지노 게임가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엄마랑 싸운 것이 무안해진다. 엄마에게 사과하고 화해해야겠다. 스마트폰이 뭐라고... 이거 때문에 부모님과 사이가 벌어지면 안 되지.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