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살아내기
조천 친구와 '프렌치 수프'에 이어 같이 본 영화가 이거였다고 이미 전 편에 적었다.
왜 퍼펙트 한 날이었을까?
뭐가 퍼펙트한 거였을까?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은, 두 친구가 이미 말해서 전에 한 번 보았던 영화였음을 발견했다는 거.
뭐 좋아하는 영화 여러 번 본 게 한 두 개가 아니므로 살짝 실종된 기억력은 위트 아니겠는가?
이번에 보면서 저 푸른 청소복을 입은
야쿠쇼 코지를 보며 문득 큰무료 카지노 게임 생각이 났다.
글을 쓰기 전 잠시 찾아보니 그도 1956년 잔나비띠, 큰무료 카지노 게임랑 나이도 같고 키도 178로 같다. 생김새 마저 비슷하다. 큰무료 카지노 게임도 자기 관리 잘하는 편이라 비슷하게 호리호리하고 눈썹이 짙은 데다 원래 잘 웃는 상이고 코지보다는 약간 코가 매부리코로 좀 더 우뚝하고 날카롭다. 전체적으로 너무나 비슷해서 보는 내내 무료 카지노 게임가 떠올라 괴로웠다.
내가 태어났을 때 5살 위인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누워 있는 나를 위에서 두 팔과 두 다리를 세우고 엎드린 채 들여다보며 영감탱이 같은 목소리로 '누구 닮았냐~?' 하더니 '나 닮았구나' 하더란다. 그래서 그랬을까 영리하지 못한 점이 닮았고 허술하게 빈틈 많은 것도 닮았다. 공통점을 찾자면 또 많겠지. 무료 카지노 게임들은 다 잘생겼으니 나랑 그 점은 다르다.
어쨌거나 다섯 살 밖에 차이 나지 않은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길쭉길쭉했으니 그 어린 나이에 나를 등허리에 업어주기도 했단다. 아주 불안하고 어설펐겠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가 엄마한테서 '싱검추'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걸 보면 정말,'키 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에 해당하는 대표적 인물 중 하나 아니었을까. 하도 웃어서 눈가에 굵은 주름이 생겼던 사람이지만 인생역전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우리가 어렸을 때, 안뜰에서 샘가로 꺾어지는곳에 앵두나무가 있었다.앵두나무가 앵두를 다닥다닥 달고 있을 때면 그걸 한 바가지 따서 먹을 때마다 무료 카지노 게임들이랑 마루 끝에 서서 씨 뱉기 놀이하며 누가 멀리 던지나 내기를하곤했다. 한 번은 무료 카지노 게임가 고등학교 땐가 참새를 잡아주겠다고 큰소릴 쳤다. 어떻게? 우리는 궁금했다.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하얀 러닝셔츠를 입은 채 더운 여름날, 마당 저쪽에 약간 오목한접시를 놓았다.소주를 탄 쌀알을 주르륵 얹어놓고는 그 위에 소쿠리를 나뭇가지로 받쳐 세우고 막대 중간을 실로 묶어 길게 해마루 안쪽에다들엎드리게 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참새들이 저 쌀알을 집어먹고 취해서 헤롱대면 그때 탁 잡아채는 거지' 우와, 진짜? 우리는 조마조마하며 기다렸다. 과연 술 취해 비틀거릴 참새를 볼 수 있으려나, 비틀대다 잡힌 놈으로 참새구이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결과는? 말짱꽝!
참새는 술 분해효소가 있는 걸까? 의심 많은 몸짓으로 소쿠리 주변을 맴돌며 할끔대다 유혹에 못 이겨 톡톡 쌀알을 잘만 집어먹었고 비틀거리기는커녕우릴 비웃듯 날래게 호로록 도망만 잘 갔다. 그냥 먹튀였다. 소쿠리 헛손질만 했던 우리는 쩝 입맛만 다셨고 두 손 탁탁 털고 말았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 하나, 하루는 농사일하고 집에 와 보니 큰무료 카지노 게임가 커다란 가마솥에 불을 지펴 넣고 있더란다. 뭐 하냐니까, '응, 달걀 삶어' 했단다. 열어보니 커다란 가마솥에 물은 한강을 해 놓고 달걀 달랑 하나 삶고 있었더라는. 그러니 싱검추 소릴 들었겠지. 라디오니 토스터기니 뭔가 신기한 기계가 생겼다 하면 무조건 분해해서 되나 캐나 다시 조립해 보던 무료 카지노 게임였다. 잘 생겼으니 고등학교 때 여자 친구들한테 인기도 좋아 -지금 나도 이름이 다 생각나는-언니들여럿 불러다가 방에서 전축 빵빵하게 틀어놓고 고고춤을 추던 기억도 난다. 가만 보면 우리 집 제법 개방적이었던 듯. 하루는 뭔 또 재미난 일이 있었나 장난치고 웃으며 방방 뛰다 머릴 분합문 윗부분에 찧어 가로로 두 마디쯤 찢어져 피가 철철 난 적도 있다. 제 키 큰 거 생각 않고 뛰기는. 엄마가 깜짝 놀라 달려와 우리 집 장자입 짝 벌어진머리 꼭대기에 빨간약 발라주던 기억이 난다. 그 흉터는 머리털이 나지 않아 커서까지 조금 희게 남아 있었다. 4대 독자 아버지에게서 났으니 자칫하면 3대 독자 될 뻔했지만 다행히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있다. 여하튼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우리 집 장자였고 집안에서 추앙받는 존재였다. 우리 동생들에게서는 말고.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나 보다 다섯 살 위였으니 내가 중학교 때 이미 아주대에 들어가 ROTC(학도호국단)에 지원했고 가끔 말끔히 다림질된 제복을 입고 나타났었다. 지금 생각해도 늘씬하고 멋있었다. 엄마 보다 키가 작고 엄마 보다 생활력 덜 한(엄마가 그리 생각했을 터) 아버지 대신 아버지 역할까지 은연중에 부여받은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고등학교 말기부턴 말수가 적어지고 날카로워졌다. 학도호국단에 들어서부터, 아니 ROTC 장교가 되고부턴 눈빛이 아예 달라졌었다. 키가 크고 준수하게 생간 큰무료 카지노 게임 눈동자가 위로 올라붙어 아래쪽이 뜨고 흰자위로 채워졌으니 눈을 부릅뜬 사람이 된 것이다. 눈에 힘 빡주고 서울 동성고등학교 다닐 때도 말술을 먹던 사람이었다. 우리 집 술 분해효소는 혼자 다 가져가서 우리는 다 술에 약했다. 거기다 지기 싫어하는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더 위악을 부리지 않았나 싶다.
나보다 13살 위였던 언니한테도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위압적인 존재였는가 보다. 별명이 맹추였던 언니를 때린다며 막대기를 들고 쫓아다니며 위협해서 언니는 속으로 저게 커서 뭐가 되려나 했다고 한다.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한테나 내게도 부모한테 오더 받은 심부름은 무조건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하달,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는 나에게 하달되어 내려왔다. 장자 노릇 당연한 듯 해 대는 통에 나는 어린 마음에 씩씩대며 작심했었다. '두고 봐라, 나중에 내가 너보다 더 크고 힘센 씨름선수 같은 남자한테 시집가서 반드시 너를 때려눕혀주라고 할 테다' 하고. 이 꿈은 아뿔싸, 꿈으로만 끝나고 말았다. 내 남편은 나랑 키가 똑같다. 고로 작다. 160이 당연히 안 된다. 미완의 꿈이었지만 다른 식으로 꿈을 이루었다.
그런 큰무료 카지노 게임가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랑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릴 들었다. 마침 내가 대학원 마치기 전 논문준비하면서, 독일 유학을 가볼까 하고 미리 답사 겸 독일과 유럽 여행 한 달간 떠났을 때였다. 우연히 집에 전활 했더니 엄마가 그 말을 전했다. 아니, 엄마는 무료 카지노 게임들 성격을 몰라서 그냥 내버려 두었냐고 나는 말리라며 전화 속에서 펄펄 뛰었다. 일어날 일은 어째도 막을 수 없잖은가? 엮이지말아야 했을 형제간의 건재상 사업은그렇게시작되었고 결국은
IMF때 망해서부도나니저만 살겠다고 가족도 다 내버려 두고 해외로 날랐다. 소식도 자취도 없이 살다 몇 년 지나들어와 학교(교도소)도 가고 기타 등등. 나중에 다시 한번 큰무료 카지노 게임 얘기를 하겠지만, 지루하고 힘든 시기가 이어진다. 부도난 회사 뒷감당을 혼자 남은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가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30년이나 되는 세월 동안 작은무료 카지노 게임는 신용불량자로 남아 있다. 무료 카지노 게임 둘은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리고 말았고 지금은 연락 끊고 산지 만 삼 년이 넘어간다. 어제 큰무료 카지노 게임와의 카톡 기록을 보고 알았다.
어제 본 퍼펙트데이즈에서 조카딸이 찾아와 삼촌인 코지와 하루이틀지내고 결국 여동생이 와서 딸을 데려가는 장면을 보며 무료 카지노 게임를 바라보던시선, 무료 카지노 게임가 여동생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 나는 많이 흔들렸다. 기사가 딸린 자동차를 타고 나타난 여동생이 바라보는 무료 카지노 게임는 도쿄시내 공중화장실 청소부 아닌가. 동생이 선물이라고 초콜릿을 건네주고 망연히 바라보다 떠나자 고개를 수그리고 흐느껴 울던 코지를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저기서 오가는 기류의 기분을 너무나 잘 공감할 수 있었기에.
대기업 LG에도 다녔고 사업주 장인을 도와 한때 잘 나가기도 했던 큰무료 카지노 게임, 쫄딱 망하고 나서 식구들도 모르게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가서 몇 년 지내며 일하다 돌아와 자수한 경제사범. 결국은 교도소 다녀와 신용불량자가 되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노가다밖에. 코지를 보며 날일로 살아갔던 큰무료 카지노 게임가 저절로 오버랩되었다.
도쿄시내 화장실 청소부인 코지의 하루는 벌떡 일어나 이불을 개키고 창밖을 보다 작은 싱크대에서 이를 닦고 푸른 청소복을 입고 하얀 수건을 목에 걸치고 방문을 열고 나와 하늘을 바라본다. 연초록 이파리들이 흔들리는 걸 올려다보며 흐뭇한 미소로 하루를 연다. 집 앞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를 뽑아 차를 탄다. 커피를 탁 따서 한 모금 달게 마시고 청소할 화장실로 출근한다.
화장실 청소를 꼼꼼히 하는 모습은 큰무료 카지노 게임와 닮았다. 내가 부르는 내 남편 별명이 '정대충'이라면 남편이 부르는 우리 조 씨들은 꼼생이다. '조 씨들은 다 꼼생이야'하며. 그러니까 어렸을 때도 '무료 카지노 게임, 귀 간지러워'하면 자기 무릎을 탁탁 치면서 '여기 누워, 귀 파줄게'하고 곰살맞게 피 한 방울 나지 않고 보드랍게 살살 파내주곤 하지 않았던가. 그럴 때마다 졸음이 밀려와 '무료 카지노 게임, 졸려'하면 자~ 하면서 마저 살곰살곰 귀를 파주고 머릴 눕혀주곤 했었다. 그런 정 많고 사랑 많았던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작은무료 카지노 게임와는 천적이었다. 극과 극, 그중에서도 상극. 지금도 작은무료 카지노 게임와 나는 여전히 친하고 속을 허물없이 나누지만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큰올케가 당뇨로 처참하게 죽은 이후 두서너 명의 여자와 잠시 잠시 사귀다가 지금은 춘천 어디에선가 결혼은 않고 동거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여자들 만나면 '저는 개털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아예 톡 까놓고 말하곤 했던 무료 카지노 게임. 내가 뭐 있다고 사귀자고 하겠니 하면서. 내 친언니와 형부만 가서 지금 사는 언니와 무료 카지노 게임를 만나고 온 적이 있다. 여복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헷갈린다만 지금은 있는 거겠지?
혹시라도 큰무료 카지노 게임 죽었다고 연락 오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직 모르겠다. 이제 4남매 중 둘씩 갈라져 나는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와만 연락하고 지낸다. 우리 부모 자식농사는 딱 반타작한 셈이다. 엄마 마지막 유언이 '너희들 모여서 고스톱 쳐라' (같이 모여 다정히 놀라는 뜻이었겠지)였는데 그 소원은 이미 물 건너갔다. 죽어서도 가슴 찢어지는 중이겠다.
코지도 무료 카지노 게임도 자연을 좋아하는 점이 닮았다. 서울서 다시 한번 두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입장이 바뀌어 같이 일을 하다 그만두고 오갈 데 없이 되었을 때 내가 있는 홍동에 시골집을 알아봐 주었고 일주일에 두어 번은 우리 집에 불러 밥을 먹이고 반찬을 해 주었다. 그때 흙집에 살면서 여기서 자니까 가슴속에 가득 찼던 울화와 미움, 불면증이 해소되었다며 내게 고마워했었다. 그렇게 4,5년을 살았었다.
코지는 날마다 공원에 앉아 하늘을 보며 푸른 나뭇가지 이파리 사진을 찍었고 우리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림을 그렸다. 밤이 주제였다. 자기는 떳떳한 인간이 못 된다며.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들의 그림을 좋아했다.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큰무료 카지노 게임대로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대로 둘 다 그림을 잘 그렸고 내겐 좋았던 그림들이다. 코지는 연한 초록이 흔들리는 풍경을 흑백으로 인화했고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어두운 밤을 그렸다. 박제된 어둠이 둘 안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거 아니었을까.
과거는 짐작만 할 뿐 코지가 살아왔을 삶은 알 수 없다만 여자에게 인기 많은 것도 닮았다. 선한 웃음이 있고 자상하고 말수가 적다. 위악 떠는 모습이 진즉에 사라졌다. 나이 들어서 그리 되었겠지만. 큰무료 카지노 게임도 지금쯤 아마도 그렇게 노가다를 하며 단순한 리듬을 갖고 퍼펙트하게 살고 있으리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면 그뿐, 따뜻하게 누울 자리와 맘 편한 공간이 있으니 하루 퍼펙트한 거 아니겠나. 그가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에게 남긴 무책임과 빚, 상처뿐인 기억들만 제외한다면. 상처를 준 사람은 당한 사람의 아픔을 모른다. 사업주이면서도 자기 이름으로 통장 하나 떳떳이 만들 수 없게 된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의 쓰라리고 억울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상처에 덧소금이나 뿌린 큰무료 카지노 게임 자신은 막상 지금이 가장 퍼펙트하게 평화로운 나날이 아닐까.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운전하고 동터오는 새벽을 달려가는 장면이 압권이다. 2분 넘게 지속되는 코지의 얼굴 표정. 웃는데 울고 울면서 웃는 일그러진 그 표정 안에 온갖 회한이 휘몰아친다. 밤마다 꿈속에 일렁이는 그림자와 그림자. 그림자가 갖는 어두움은 겹쳐진다 해서 더 어두워지진 않는다. 생각이 그럴 뿐이지. 그림자 같은 인생, 그림자로 지나가는 인생. 어떤 세상은 다른 세상을 이해하지도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림자를 남기고.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큰무료 카지노 게임 대로,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는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 대로 울면서 웃고 웃으려다 우는 저 표정이 따로 있으리라. 내가 다 짐작할 수 없는 자기 몫의 흔들림이 있을 테지. 잠을 잘 때마다 흔들리고 일렁이는 나뭇잎 사이로 떠오르는 환영 같은 이들이 스쳐 지나가고 어수선한 밤이 지나가면 새 날을 맞이하는 일상... 어쩌다 뿌리내린 작은 생명을 품어 안고 키워볼 엄두를 조금 내 볼뿐이다. 그걸 희망이라 하던가?
작은 무료 카지노 게임는 언제든 전화하고기꺼이만날 수 있는 가까운 가족이지만, 큰무료 카지노 게임는 이제머나먼 타인이 되어버려 기억 속에 묻힌 사람이다. 더 이상 가족이 아니다. 가족사진 속 그림자로 남은 기억이다.
큰무료 카지노 게임 사진을 휴대폰이나 블로그에 이리저리 뒤져 봐도 단 하나도 없다. 홍동 집에 가면 남아 있는 게 있으려나? 기억 속에 접어 둔 무료 카지노 게임는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구나. 마치 상징처럼 아무것도 없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보고 나서
내 웃는 얼굴 속
깊은 울음우물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