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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Feb 02. 2025

조카는 왜 카지노 게임입학을 거부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지노 게임 안 가도 좋다. 아니, 카지노 게임은 조금 늦게 가도 돼. 다만, 글쓰기는 하렴. 너의 인생을 너의 것으로 장악하고, 주체가 되어 주인이 되어 인생을 살기 원한다면 말이야!!


나의 조카는 작년에 수능을 치렀다. 나는 서울에 살고, 누나 집은 용인에 있어 우린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가끔 집안행사가 있거나 명절 때가 되어야 얼굴을 보는 정도다.


누나에게는 아들 하나, 딸 둘이 있다. 큰아들은 군인이고, 둘째딸(나의 조카)은 작년에 수능을 치고 카지노 게임에 합격했다. 나는 정확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걱정스레 말했다.


다은이가 카지노 게임에 두 군덴가 합격했는데, 카지노 게임을 안 가겠다고 한다네.


왜요?


내가 물었다.


모르겠어. 그냥 가기 싫대.


누나가 걱정이 많겠네.


그치.


그래서 다은이는 뭘 하고 싶대요?


그냥 공부는 하기 싫다나봐. 좀 놀고, 쉬고, 여행도 하고 싶다고 ... .


2025년이 되고, 구정 설에 가족이 모였다. 조카들이 찾아왔고, 수다 떨며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끼리. 그리고, 세배 차례가 되었다. 조카들이 세배를 했다. 그때가 돼서야 나는 물었다.


다은이는 카지노 게임 안 가기로 했니?


네. 안 가고 싶어요.


아이는 말한다.


안 가면, 뭐 하고 싶은 게 있니?


잘 모르겠어요. 일단은 안 가겠다는 생각만 있어요.


나중에 카지노 게임 가려면 다시 수능 쳐야 하는데 괜찮아?


조카는 잠시 머뭇거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렇구나... . 뭐, 그런 마음이라면, 안 가도 좋지. 나는 생각했다.


자기 인생,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깜짝 놀랄 분도 있으시겠으나,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우린 통계나 자료를 곧잘 무시하곤 하는데, 단언컨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통계요, 자료다. 긴 인류 역사를 보면, 카지노 게임을 가지 않고도 위대한 삶을 산 이가 훨씬 많다. 카지노 게임의 역사란, 인류 역사 전체를 놓고 볼 때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카지노 게임이 교육의 중심이 된 근대 이후에도 이는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통령 중 2명은 고졸이다. 이는 꽤 높은 퍼센테이지다.


내가 고3 때, 우리 학교엔 소위 명문대반이 있었고, 직업반이 있었다. 명문대반에는 전교생 중 10명 내외 되는 아이들이 따로 공부했다.(나도 그 반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30년이 다 돼가는데 명문대반에 있었던 아이들 중엔 잘 된 친구가 없다. 그나마 나와 LG에 들어간 애 정도다. 지금 종종 동기들을 만나곤 하는데 잘된 친구들은 대개 공부 못 했던 애들이다. 카지노 게임을 안 가고 일찍 사업을 시작한 애, 산전수전 겪으며 자기 직업을 찾아 하는 애, 업체나 기업을 운영하는 애들 모두 카지노 게임을 안 갔거나 카지노 게임 중퇴자들이다. 그 친구들은 연매출이 10억, 50억, 100억이다.


보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법이다. 당신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관찰하면, 뜻밖에 진리가 보인다.


인생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성적은 지능과 성실성이란 두 지표를 말해 준다. 이는 인간의 성공을 예측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러니 성적이 다짜고짜 무의미하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다만 이것이 전부라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카지노 게임



다만, 글쓰기는 다르다. 글쓰기란 어쩌면 지능과 성실성의 지표인 성적보다 더 함축적으로 인간의 성장을 예측하게 한다.


1. 글을 잘 쓰는 사람

2. 글을 잘 쓰지는 못하나 계속 쓰는 사람


글의 세계에서는 타고난 게 있어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다. 타고난 달변가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능력을 타고났든 아니든 상관없이 노력은 마침표 같은 것이다. 노력하지 않으면, 재능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말짱 도루묵(헛된 것)이다.


카지노 게임을 가지 않겠노라고, 당장은 안 가노라고 선언한 조카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글을 써 보라는 것이다. 작은 메모로 시작해도 좋다. 오늘 느낀 것, 본 것, 내일 할 일을 간단히 적는 것도 좋다. 출발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경험하고, 생각하고, 읽고, 쓰고, 걸으라!


인간은 누구나 한 가지 재능을 타고났다. 이게 내 믿음이다. 잘 뛰는 사람이 있고, 잘 걷는 사람이 있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신경을 타고난 이도 있다. 관계 능력이 뛰어난 사람, 무언가 잘 고치고 만드는 사람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성적 한 가지만을 강요하는 지옥이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나머지 모든 재능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글쓰기는 이러한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된다. 글을 읽는 것도 그러하다. 이는 새로운 경험이다. 500년 전 소설을 읽는다면, 그 사람은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수능과 논술만으로 입학할 수 있는 카지노 게임이 늘고 있다. 그래서 논술 준비생이 늘어나고 있다. 꼭 카지노 게임을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글 읽기, 글 쓰기와 가까워진다면 그가 펼쳐가게 될 세상은 얼마나 클지 알 수 없으리라. 내 아이를, 조카를 좁은 우물에 가두지 말라.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보게, 읽게, 생각하게 하라! 그것이 그 아이의 천국 문을 열어줄 것이다.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그 자신조차도 알 수 없는 긴 여행을 시작하는 것, 그것이 글쓰기다.


그러니, 논술이란 것도 그런 의미를 알고 시작한다면 좋을 것이다. 초등학생이라면 조금 빠르긴 해도, 나쁘지 않다. 아이는 아이에게 맞는 소재가 있다. 행위가 축적되면, 기술이 되고, 기술이 축적되면 통찰이 생기는 법이다.


구독자 여러분,


나와 함께, 논술, 글쓰기 해 보실래요?


* 유투브 영상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32wVPOm2q4&t=2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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