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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탱구리 Feb 12. 2025

발작의 트리거

소방관은 불을 끄지 않는다 2편


넓지 않은 원룸은 순식간에 전체적으로 화염에 휩싸였다.

'제길 폭발이 없어서 다행이군. 창문유리를 소방수로 미리 깨버린 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네. 다행히 백드리프트는발생되지않았어. 그나저나 요구조자 위로 천정이 무너져 내렸는데 큰 부상 없이 무사해야 되는데'

H는 눈을 가늘게 찌푸리고 방안을 살펴보았다. 미친 듯이 춤추는 화광 때문에 눈이 른거렸다. H는 고개를 돌려 눈을 여러 번 깜박거리고는 다시 집중해 방안을 살펴보았다.그때 방 안에서 움직이는 무언가가 H의 눈에 들어왔다. 환한 불덩어리였다. 방안에 사방으로 조각난 다른 어떤 불덩어리보다 크고 진하게 일렁이며 이리저리 뒹굴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춤이었다. 불덩어리가 좌우로 움직일 때마다 작고 이쁜 불씨들이 모체를 벗어 나와 반짝이는 분신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날아다녔다. H는 갑자기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H의 시선은 홀린 듯그 불덩어리에 고정되어 멍하고 바라보고 무료 카지노 게임다.

"아름답다"

결코 입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 무심코 H의 입술을 비집고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뭐? 미친 거야? 아냐 아냐 이건 내가 말한 게 아니야?"

H는 황급히 두 손을 들어 입을 막았다. 물에 푹 젖은 소방장갑에서 섬유 탄 냄새가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 독백이었음에도 H는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양심이 우리하게 아파왔다. 심장도 놀란 듯 세차게 뛰었다. 그럼에도 H는 꿈틀거리며 타오르는 덩어리에서 눈을 땔 수 없었다.

'그따위 소리를 하다니 안 돼'

'요구조자는 아직 살아있어. 구해야 해'

'무전이라도 빨리 치라고 뭐 무료 카지노 게임 있어?'

'사람 죽일 셈이야? 넌 소방관이야'

머릿속에서비상벨이 쉴 새 없이 울리며 몸에게 행동명령을 하달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다. 이성은 미친 듯이 절규하며 소리치고소방관으로서의 의무감은 구조를 위해 얼른 일어서야 한다고 부르짖고 무료 카지노 게임다. 그러나 그것은 생물학적으로 뇌의 아주 극소 부위에서 발생되는 화학적 자극에 불과했다. 그냥 이성의 허무한 투정이었을H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한 곳만 주시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다.아니 사실은 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H모든 신체부위는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불덩이의 움직임을 조금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찬란한 최후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었다. 카메라 삼각대에 고정시킨 듯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눈은집요하게 불덩어리를 쫓아 움직였다.

방 안에서 이리저리 뒹굴던 불덩어리에서 갑자기 얼굴이 쑥 하고 튀어나왔다. 말 그대로 쑥이었다.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의 얼굴이었다. 파마머리에 옮겨 붙은 불로 인해 그 여자의 얼굴은 유난히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진실이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H의 눈에는 그녀의 얼굴이 희열에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였다.


H는 충격을 받았다. 아름다웠다. 불타는 여자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몸에 이상한 힘과 변화가 몰려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성기가 터질 듯이 커져버렸다. 온몸 구석구석에 깊숙이 박혀있던 불순물들이 자석에 이끌리 듯 특정한 곳으로몰려들고 있었다. 피가 끓어오르며 온몸이 알 수 없는 열기로 가득 차오르고 있었다. 희열이었다. 환희였다.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었다. 온몸이 들끓었다. 이대로 터져버릴 것 같았다. 방화복 때문에 성기가 미칠 듯이 아파왔다. H는 두꺼운 방화복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모조리 벗어던지고 미친 듯이 자위를 하고 싶었다.

'아~! 아~! 헉 ~! 숨이 차.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미치겠어. 이대로 죽고 싶어.너무 좋아. 처음이야 이런 기분. 이게 뭐지? 몰라 알고 싶지 않아. 이대로 모든 것이 폭발해버리고 싶어'

계속해서 증폭되어 가는 희열에 H는 몸을 웅크리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눈은 불덩어리를순간도 결코 놓치지 않았다.

"악! 아파 아파 아파. 살려줘. 살려주세요"

여자는 불지옥에서 애처롭게 구원을 비는 죄인처럼 오그라든 손가락을 H에게 뻗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입은 소리대신 화염을 뿜어내며 점점 커져갔다. 얼굴의 2/3를 넘어가는 순간 양 입술 끝에 가느다란 빨간 줄이 생기며 피가 흘러나왔다.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H는 자신의 모든 것이 절정의 극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음을 느꼈다. 피를 머금은 빨간 줄이 귀 쪽까지 침범하다가 귓불에 다다르는 순간 갑자기 '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의 윗부분이 뒤쪽으로 갈라져 무너지며넘어가 버렸다.

"아~ 아~ ~ 악!!!!"

H는 그 순간 소리를 질렀다. 극한의 황홀감에 멈출 수가 없었다. 온몸에서 무언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방화복에 모든 것을 분출을 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다. H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미쳐가고 있다. 몸속의 모든 액체가 특정부위를 통해 흘러 나가고 있었다. 아니 흘러나가는 것이 아니라 뿜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대폭발이었다. 둘로 갈라져 아랫부분만 남은 여자의 얼굴에 불 속에서 춤추던 엄마의 얼굴이 희미하게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여자의 몸에 붙은 불이 점점 커져갈수록 H의 비명도 점점 커져갔다. 막을 수 없는 희열의 극에 도달한 것 같았다. 숨 쉬기는 것조차 벅찼다.

'아 아 미치겠어. 아름다워. 그래 엄마! 더 더 보여줘 더'

H는 극한의 절정감에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극한 흥분감 때문에 헐떡이는 H의 목은 소리를 밖으로내보내지 못무료 카지노 게임 그저 소리 없는 절규만 뿜어내고 있었다.


분출의 절정이 끝나가고 있었다. 극한의 감정 소비는 H의 체력과 심력을 활활 태워버렸다. H는 바스켓에 엎드린 채 이제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진 불덩어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직은 끝이 아니었다. 끝을 보아야 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H가 원하는 끝은이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탈피하여야 한다. 진붉은 색의 고치덩어리를 벗고 천사로 날아올라야 한다. 그래야 그래야만,그것만이 진정한 완결이 될 수 있는 것이었다.

"빨리빨리빨리! 빨리 타오르란 말이야. 다시 한번 보여줘. 아름다운 천사의 얼굴을. 천사의 날개를"

H는 더 이상의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결코 소방관이 해서는 절대 안 되는 말들이 목구멍을 뚫고 터져 나왔다. H는 잔인하게도 생명이 사그라들고 있는 가련한 여인에게 강요를 하고 무료 카지노 게임다. 더 아름다운 불꽃으로 타올라 입고 있는 고치에서 탈피를 하라고, 찢고 나오라고... 그리고 천사가 되어 찬란하게 날아오르라고....

이런 미친 소리를 누군가 듣는다면 H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H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다행히도 이 아수라장에서 H가 하는 말을 주목해 들을 사람을 없었다. 아니 들으려고 해도 9층 높이의 고가사다리차 바스켓 안에서 지르는 소리를 듣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방을 환하게 비추던 불덩어리들이 하나둘씩 꺼져가기 시작했다. 여자를 둘러싼 화염도 점차 사그라들기 시작하면서 여자의 움직임도 서서히 멈춰갔다. 가끔씩 파르르 떨리는 몸의 경련만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 탈피무료 카지노 게임 날아오를 수 있어"

완전히 탈진해 버린 H는 온몸을 쥐어짜 내어 소리를 질렀다.

"그륵 그륵 그르르륵"

여자의가느다랗게 떨리던 경련조차 완전히 멈췄다고 생각되는 순간 검댕쓰레기 쪼가리 같던 여자얼굴이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숨이 넘어가며 지르는 다발마였다.

"아냐 아냐 그러면 안 돼. 살려달라고 하면안 돼. 이 고통을 이겨내야 해.날아야 해. 새로 태어나야 돼. 어서 날아올라. 그 검게 탄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백옥 같은 얼굴로 어서 날아올라. 어서. 날아 올라서 날 위해 웃어줘. 그 아름답고 환한 미소를 내게 보여줘"

이제H는 사람이 아니었다. 괴물이 되어포효성을 지르고 있었다. 울부짖고 있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바스켓의 바닥을 부서져라 마구 내려치며 으르렁 거렸다.


"H! H! 야 H! 정신 차려! 왜 그래 임마. 정신 차려! 어디 다쳤어?"

절정에 빠져 포효하고 있는 H의 어깨를 누군가 마구 흔들었다. H는 얼빠진 눈으로고개를 억지로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동료 소방사 김성중이었다. 아마도 아까 9층 천장 붕괴 때 내가 걱정되어 고가사다리를 기어올라온 것 같았다.

"성중아...허억 성중아!"

잠시 성중이를 바라보던 H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가 있는 곳을 바라보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그곳을 가리켰다. 김성중 소방 사는 의아한 듯 H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윽~! 뭐야. 사람이잖아? 제길거의 다 타버렸네"

그녀는 절실한 구원을 바라며 H 쪽으로 내밀었던 손만을남긴 채 까맣게 그을린 시체로 변해가고 있었다. 신은 그녀를 철저히 외면하였다. 그녀는 신이 짜놓은지독한 운명의 미로 속에서시꺼멓게 그을린 고기 덩어리와 지독한 노린내만남겨놓고죽어가고무료 카지노 게임.

'헉! 헉! 헉! 왜? 왜? 천사가 되지 못하는 거야? 어째서 흉물스러운 껍질을 벗지 못하는 거야?어째서?'

H는 극심한 탈진으로 육체와 정신이 동시에 무너져 내렸다. 서서히 꺼져가는 그녀의 몸뚱이와 같이 H의 몸과 마음도 꺼져갔다.

"왜? 왜? 왜? 왜?"

H는 누운 채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절규하며 소리 질렀다.

"야 H! 임마! 정신 차려. 야!"

성중이의 목소리가 점차 멀어져 가며H는 서서히 감기는 눈과 함께 어둠의 깊은 심연으로 빠져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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