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불을 끄지 않는다 4편
"H님 정신 드세요? 여기 좀 봐보세요"
누군가 H를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H는 어떻게든 눈을 떠 보려고 애써 보았다. H의두 눈은 눈물로 가득 차 있었고 뺨에도 이미 꽤 많은 양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엄마 엄마!"
붉은 불덩이로 물들었었던 H의 주변이 점차 주광색의 푸르스름한 차가움으로 바뀌었다. H는 몽롱한 눈 빛으로 사방을 살펴보았다. 익숙한 제복을 입은 여자가 H를 흔들고 있었다.
"H님 이거 보이세요? 여기 어딘지 아시겠어요?"
"네.... 보여요"
그때 뒤카지노 게임 묵직한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이 자식아~! 괜찮냐? 9층 지붕 무너질 때 화염으로 어디 크게 다친 줄 알았는데 몸에 상처는 없다고 하던데 다친데 없어?"
"아니 팀장님! 팀장님도 그 장면 보셨으면 기절 안 하고 못 배기셨을 겁니다. 여자가 불에 타들어가는데... 저야 나중에 잠깐 봤지만 H는 그걸 처음부터 다 봤으니 어땠겠어요. 저도 이 생활 짬밥이 7년인데 생으로 사람이 불에 타는 거는 처음 봤어요. 으 소름 끼쳐"
팀장을 따라 들어오며 성중이가대신 대답했다. H는 눈을 들어 사방을 살펴보았다. 구급차 내부였다. 잠시 기절했던 모양이었다. H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구급차 밖은 아직도 수선스러웠다.
"불은 잡혀가고 있어. 다행히도 고층의 스프링클러가 방마다 정상 작동되어 화재 규모에 비해 불이 많이 확산되지 않았어. 니가 있었던 현장카지노 게임 가장 피해가 많이 났어. 그리고 힘들겠지만 봤던 거는 잊어버려. 정 힘들면 정신과 치료라도 좀 받아보고. 이틀정도 휴가 줄 테니까 좀 쉬고 와"
"아닙니다. 팀장님 괜찮습니다"
직장인의 방어기제가 무의식적으로 발동되었다. 외상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도 H의 몸은 집단구타를 당한 것처럼 아파왔다.
"야~! 그냥 쉬어. 그게 어디 사람이 보고 멀쩡할 수 있는 광경이었냐? 생사람이 타들어 가는 걸 보고도 제정신이면 그게 더 이상한 거지. 팀장님이 휴가 주신다고 할 때 쉬어"
그래도 동기랍시고 성중이가 팀장님의 눈치를 보면서 나서 주었다.
"그래 쉬어. 나머지는 잔불 처리하고 현장마저 정리하러 가야지"
H는 자신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현장으로 돌아가는 동료들을 무심하게 쳐다보았다. 2~3분 정도 멍하게 앉아있던 H는 자신의 하반신카지노 게임 역겨운 냄새가 올라오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방화복 하의의 허리 부분을 슬쩍 들어 올려 안을 살펴보았다. 물에 푹 젖은 방호복카지노 게임 땀 냄새와 오줌냄새 그리고 이상한 향기까지 뒤섞여 생전 처음 맡아본 괴상한 냄새를풍기고 있었다. 나를 깨웠던 여자구급대원이 이쪽을 한번 쓱 쳐다보고는 진저리를치며 다른 곳으로 도망가버렸다. H는 그 모습에 냄새 때문이 아니고 바빠서 그런 것일 거라고 애써 마음을 추슬렀다.
집으로 돌아온 H는 모든 옷을 벗었다. 냄새 때문에 그냥 입고 온 방화복도 목욕탕에 벗어놓았다. 소방서에 가면 모 전자회사카지노 게임 제공한 방화복 전용세탁기가 있지만 냄새도 그렇고 내피에 묻어 있는 질펀한 내용물 탓에 공용 세탁기를 이용하기가 좀 어려웠다. 욕탕에 미지근한 물을 가득 받아 중성세제를 풀어 넣고 방화복을 푹 담갔다.샤워기카지노 게임 떨어지는 뜨거운 물이 머리카락을 적시고 전신을 통과해 발끝으로 흘러내렸다.온몸에 피가 돌기 시작했다. H의 몸은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고 샤워실 바닥에 쓰러졌다. 쏟아지는 물줄기 속카지노 게임 검댕이 가득 묻은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엄마의 얼굴과 겹쳐져 머릿속을 맴돌았다. H는 어린 시절 비닐하우스 화재 당시 공포와 정신적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렸었다. 외상은 없었지만 거의 6개월의시간을 병실카지노 게임 보냈다. 실어증과 무기력증이 동시에 찾아와 식사조차 혼자 할 수 없었기때문이었다. 긴 시간 동안의 입원치료를 통하여 실어증과 무기력증은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지만 과거 기억들은 결국 찾지 못하고 고스란히 잊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아까의 충격으로 기억들이되살아나물밀듯이 뇌를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H는 머리가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에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진저리를 쳤다.
"꺼져 꺼지란 말이야. 그렇게도 찾으려고 할 때는 하나도 돌아오지 않더니 이게 뭐야? 이따위 기억은 알고 싶지도 않아. 싫어 이딴 거 이제.날 괴롭히지 말란 말이야"
H는 괴로웠다. 적어도 어제까지H의 기억 속카지노 게임 부모님은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며 화재카지노 게임H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희생적이고 존경스러운 분들이었다. 사랑의 집 엄마 수녀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셨기에그렇게기억 속에 남아있었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게 뭐야! 도대체 이게 뭐냐고? 어떻게 그렇게 끔찍하고 야만스러운 것들이내 기억을 차지하고 있느냐 말이야. 짐승만도 못한 것들. 더러워~! 불결해! 끔찍해!'
H는 불결한 것을 몸카지노 게임 떨어내려는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점점 온몸을 조이며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아악! 뭐냐고 도대체가 뭐가 진실이냐고? 내 머릿속에 있는 이것들은 대체 어디서 온 것들 이냐고? 아니라고! 아냐! 그냥 환각이야. 환영이야. 충격 때문에 헛것을 본 것뿐이야. 그래~ 그래 그게 맞아. 맞아야 돼"
H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래야만 그 끔찍한 기억들이 머릿속카지노 게임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야만 그것이 기억이 아닌 환각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H의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뇌의 한 부분을 뭉텅 도려내고 드러난 빈 곳에 둥지를 틀며 자리를 잡아갔다. 그쪽의 뇌는 잊고자 하는 H의 몸부림과는 다르게 꿈속카지노 게임 보았던 장면에 흥분과 집착을 느끼고 있었다. 한 장면 한 장면을 필름으로 찍어 나만의 장식장에 보관해 놓고 매일매일 보고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수십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최고의 역작이고 심금을 울리는 명화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뭐지? 정말 미처 가는 거야? 이 이율배반 적인 생각은 도대체 뭐지?'
두 가지 생각은 좁은 뇌 속카지노 게임 서로를 미친 듯이 공격하며 영역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H는 아무것도 하지 모호하고 쏟아지는 물아래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뜨거워진 공기로 숨이 막혀왔다. 너무 오래 샤워를 하고 있었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불어 터지지 일보 직전이었다.
간신히 샤워를 마친 H는 탈진으로 도저히 방화복을 세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충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침대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푹신한 베개에 얼굴을 묻었지만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었다.
불타오르던 8층 여자의 얼굴이 천장 LED등 위로 계속 떠올랐다.
눈을 감아 버렸다. 어두운 암흑의 공간카지노 게임 불타오르던 엄마의 얼굴이 떠다녔다.
눈을 떴다. 그 여자의 얼굴이 떠 올랐다.
눈을 감았다.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눈을 떴다. 여자가 불타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엄마가 불타고 있었다.
눈을 떴다. 여자의 얼굴이 둘로 갈라지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엄마의 갈라진 얼굴이 웃고 있었다.
눈을 떴다. 여자가 고치가 되어 그 속카지노 게임 타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엄마가 고치를 뚫고 천사로 태어났다.
눈을 떴다. 여자는 고치 속카지노 게임 시꺼멓게 타버린 더러운 쓰레기 덩어리가 되었다.
눈을 감았다. 엄마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H는 더 이상 눈을 뜰 수 없었다. 엄마는 여전히 거대한 크기의 몸통에 반만 남은 얼굴을 하고 H에게 미소를 지으며 침대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바닥에는 다 타버리고 껍질만 남아있는 고치가 보였다. 거대한 고치는 꺼멓게 그을려져 있었고 불결하고 더러워 보였다. H는 엄마의 고치 하반신 부분카지노 게임 뭔가 맨들 거리는 것을 보았다. 쇠사슬이었다. 고치를 둘둘 감고 있는 쇠사슬이 땅카지노 게임부터 솟아 나와 고치의 하반신에 꽉 묶여있었다.
H가 다시 눈을 떴다. 오피스텔의 여자가 고치 속카지노 게임 가냘픈 손을 내밀어 H에게로 향한다. 주변의 열기로 팔목 주변에 묻은 피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하얗고 가녀린 팔목 뒤로 그녀의 몸이 검고 억센 비닐 덩어리에 갇혀 허우적 거린다. 그녀의 몸통 아래쪽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그을리고 쓸리고 찢어진 비닐 덩어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것은 고치가 아니었다. 7~8월 미칠 듯이 무더운 여름날. 냄새가 풀풀 피어오르는 재래식 화장실 밑바닥카지노 게임 꾸물거리며 하늘을 향해 기어오르는 구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것은 결코 천사를 가슴에 품은 고치가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의 구더기일 뿐이었다.
'그래 그거였어. 쇠사슬. 그것이 육체를 땅과 연결해 주는 열쇠인 거야. 땅의 기운을 흡수하고 하늘의 기운을 받아 화염으로 훨훨 타올라야 고치를 뚫고 나올 수 있는 거야. 인간의 껍데기를 벗고 파리 따위가 아닌 천사로 탈피되는 거야. 그 여자는 구더기였어. 쇠사슬이 없어서 육체가 땅의 기운을 받지 못하고 탈피도, 이니 고치 조차 되지 못했던 거야.'
H는 깨달음 얻게 되었다. 천사를 보지 못한 상실감과 욕망하던 결말에 이르지 못한 실망감에 좌절했던 가슴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지쳤던 몸에도 핏기가 다시 돌아왔다. 피곤이 사라지고 아드레날린이 마구 치솟았다. 머리끝카지노 게임 퍼지기 시작한 기운이 발바닥을 치고 온몸의 미세혈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선택된 자만이 탈피하고 천사가 될 수 있어. 천상카지노 게임 쫓겨나지상카지노 게임 고통받고 핍박받는사람들. 인간의 모습으로 지상카지노 게임 죄의 사함을 기다리는 사람들. 그래 그 여자 같은 구더기가 아니라 우리 엄마 같은 사람들. 소위 천사들!"
벌떡 일어났다.
'천사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어디서?'
요즘 같이 현대화된 시대에 쇠사슬에 묶인 채 폭행을 당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니 있다고 해도 찾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화재로 속카지노 게임 불타 죽는 경우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조폭이 되어야 하나? 아냐 요즘은 조폭들도 그렇게 험하게 일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영화 속카지노 게임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 쇠사슬로 묶어놓고 불을 지른다라.... 에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지. 하긴 천사가 그렇게 널린 것도 아니고'
순간 번쩍하고 생각하나가 H의 머리를 스치고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