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교외 어느 카페.
조용한 구석에 자리 잡은 뒤 정원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그새 젊은 커플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다. 본의 아니게 (내게도 귀가 있으므로) 듣게 된 대화.
둘은 첫 여행 중인가 보다. 서울 근교 첫 여행이 참 좋았나 보다. 데이트 통장에서 이번 여행 경비를 제하고 남은 돈은 오십만 원 남짓. 남성은 이 돈으로 오늘 하루 더 묵자고 몇 번이나 설득하지만, 여성은 다정하게 거절한다. 내일 일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살포시 거절한다.
서너 번 실패 끝에 결국 하루 더 머물기를 포기한 남성. 풀이 죽을 법도 한데, 이어지는 밝고 활기찬 대화는 상쾌함마저 느껴진다.
훌륭한 도전이었고, 멋진 방어였다.
그리고, 귀엽고 예쁜 카지노 가입 쿠폰였다.
그런데...
누가 창이고 누가 방패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