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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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은 커피 Apr 28. 2025

카지노 게임 라면.

스페인 평원.



카지노 게임 함께 간단히 장을 봐뒀다. 물과 빵, 와인, 치즈, 육포, 걷다가 한 조각씩 꺼내 먹으면 기분 전환까지 되는 초콜릿 등 만반의 준비를 했다. 며칠 전 머물렀던 마을 어귀 중국인 마트에서 사놓은 한국 라면도 배낭 속에 있었지만, 길가에 앉아 빵과 육포 따위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을 하루였다.



카지노 게임


언제나처럼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제법 선선한 가을이라지만, 해가 뜨면 금세 더워지고, 더우면 쉬고 싶어진다. 오전 7시부터 10시 반 전후까지가 걷기 좋은 시간.


한참을 걷다가 발견한 벤치. 허허벌판 위 몇 그루의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아래 나무 테이블과 벤치 몇 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평원에 지칠 순례자를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인가 보다.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테이블과 벤치가 있는 곳에서 밥을 먹는 호사를 놓치기 싫어 배낭을 내려놓았다. 스포츠 수건 두 장, 옷과 속옷 서너 벌이 전부인 가벼운 내 배낭과는 달리 고행을 위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거대한 카지노 게임의 배낭에 눈이 간다. 저 친구들은 순례길에서 8kg 이상의 짐은 금물이라는 인터넷 글은 읽지 않는가 보다. 어쩌면 순례길과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있더라도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일지도.


갑자기 카지노 게임이 분주하다.

평원 한가운데 나무 그늘 밑 테이블에서 감동받은 것인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굳이 사용할 일이 없었던) 버너와 가스를 꺼내 차를 끓여주겠다는 카지노 게임.


그래, 그 무거운 것들을 지금까지 짊어지고 왔는데 그걸로 뭐라도 해야지. 그런데 이제 보니 너... 차까지 준비해 왔구나. 그건 몰랐네...


나에게 차를 따라주며 이틀 뒤 도착 예정인 도시의 우체국에 들러 버너와 코펠, 침낭, 기타 등등의 짐을 모두 돌려보내겠다는 카지노 게임. 그나마 한 번은 사용해서 다행이라고 좋아한다.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도 다행이다.


차를 마시다 내친김에 라면을 먹기로 했다.

평원, 나무 그늘, 벤치, 라면, 순례자들.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조합이다. 순례길에 대해 물어올 지인들에게 평원 한복판에서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라면을 끓여 먹었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재미있다. 어느 프랑스인의 불필요한 식사 용품 준비 덕에 재미난 경험이 하나 더 늘었다. 카지노 게임은 카지노 게임대로 재미있다며 좋아한다. 그래, 스페인의 어느 평원에서 한국인이 끓여주는 한국 라면을 먹는 너는 너대로 얼마나 재미난 경험일까.


대수롭지 않은 대화 몇 마디 주고받으며 라면을 먹는데, 대여섯 명의 아저씨 아줌마께서 우리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밝게 인사를 건네온다. 프랑스인 순례자들이다. 문득, 여기서 버너까지 꺼내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 우리의 호사스러운 모습에 괜한 죄책감이 생긴다. 순례길 위에서 너무 심했나 싶다.


대여섯 명인 무리는 각자 가방에서 빵, 고기, 팬, 버너, 각종 조미료,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 커피 등을 골고루 꺼내더니 온갖 요리를 만든다. 애피타이저부터 시작한다. 우리에게도 술과 음식을 권했지만 이미 배가 불렀던 터라 맛만 봤다. 우리가 너무 호사스러웠나 싶어 죄책감을 가졌던 것이 억울하다.

저 사람들은 진짜다. 식사에 진심이다. 저 정도면 먹기 위해 걷는 것이 분명하다. 입맛을 위해, 혹은 소화시키려고 걷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프랑스인들의 식사 호들갑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랑스인 카지노 게임. 지나치게 오버하는 것 같다며 괜히 투덜댄다. 순례길에 버너와 가스와 코펠과 차까지 들고 온 프랑스인 카지노 게임이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먹고 있는 프랑스인에 대해 투덜댄다. 이런 재미있는 프랑스인들을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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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도, 나무 그늘도, 벤치도, 와인과 맥주도, 풍경도 아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가장 소중한 것은 카지노 게임의 투덜거림을 듣고 한참 웃다 이어나갔던 간단한 대화, 그런 것들이다.


본업인 셰프로 돌아가 알프스의 어느 리조트에서 일한다며, 한 번 놀러 오라 말하는 카지노 게임을 떠올리며.








나, 지하철 타고 가면 되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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