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6학년 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앳된 목소리의 젊은 선생님이셨다.
“카지노 쿠폰 작년에 가르치셨지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빠르다. 옛 담임을 찾는 건 분명 그 아이의 문제행동때문일 것이다. **이가 너무 심하게 말이 많고 친구와 유난히 싸움이 심해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하셨다. 더군나다 보호자와 통화를 했는데 협조적이지 않아 마음까지 상하셨다고 하셨다.
**이와 지낸 1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게 왜 망신이야? 선생님께서 너 가르쳐준 거잖아.” 3월 첫주에 들었던 이 한마디, **이의 반듯한 시선과 긍정적인 마음은 1년을 버티게 만든 힘이었다. ‘선생님이 자신을 망신 줬다’며 흥분하는 짝꿍을 타이르던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반전의 모습을 드러냈다. 3월의 담임 눈에 들러붙은 콩깍지가 떨어지려고 하면 억지로 갖다 붙이며 그 아이를 편애?했다. **이가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낼 때면 과도하게 칭찬했고 찬반토론 때도 발언권은 일부로 챙겼다. 선생님이 자신을 신뢰하는 걸 눈치챈 아이는 잘해보려 무진 애도 썼다. 도덕시간 학습지에 썼던 **이의 진심을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던 적도 있다. 지금 자기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라며 잘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안 되는 자신이 싫다고 했다.
**이는 친구들 일에 사사건건 참견하고 끊임없는 수다가 제일 문제였는데 그게 수업에 지장을 줄 때가 많았다. 그래, 네가 제일 답답하고 힘들겠지 싶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도 있었고 adhd 치료는 별 효과가 없는 듯했다. 보호자를 여러 차례 만났지만 지쳐있는 싱글대디의 눈물에 오히려 내가 더 챙겨보겠다며 힘내시라는 말 밖에 못했다. 아버지는 수시로 문자를 보내 도움을 요청하셨다. 2학기에 줄기차게 진행했던 휴대폰 인터넷 중독 예방 프로젝트들은 거의 **이를 위한 맞춤수업이었다.
그래도 눈치는 빨라 어떤 일에든 “선생님 죄송합니다!” 깍듯하게 머리를 숙였다.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이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 믿으며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학년말쯤엔 반 아이들이 **이를 슬슬 피했고 본인도 그게 스트레스였는지 점점 더 소란스럽고 행동 반경도 커졌다. 예뻐하는 마음만큼 **이가 변화됐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제대로된 '교육'도 못한 채 학년이 끝났다.
“새 학기엔 2학년 동생들 가르치게 됐는데 가끔씩 와서 같이 놀아도 주고 선생님도 도와줘. 네가 제일 많이 생각나고 보고 싶을 것 같으니까.”
2월 종업식날, **이를 안아주며 그랬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홀가분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무사히 아이를 진급시켜 보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1년을 무겁게 짓누르던 부담과 책임감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고스란히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처음부터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퇴근시간을 넘기도록 6학년 새 담임선생님과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아이 특성, 그리고 함께 생활했던 방식을 얘기해 줬지만 그게 정답이 아님을 안다. 모든 교사들은 자신의 철학과 스타일 대로 교육을 하게 마련이니까. 후배 선생님이 또 정답도 없는 **이와 힘겨운 여정을 시작할 걸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리고 그저께 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올해부터 상주하게 된 학교 상담선생님이셨다. 선생님은 **이가 요즘은 폭력 성향까지 보여 1순위 특별관리 대상이라면서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하셨다. 카지노 쿠폰의 요지는 **이가 지금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한 적개심과 증오심 그리고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으로 특히 여성에 대한 혐오감이 심한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데 상담 중에 그런 얘기를 했단다. 2학년 동생들 반에 가서 같이 놀아도 주고 싶고 선생님도 도와주고 싶은데 지금 자기가 친구들과도 못 지내서 창피하고 죄송해서 갈 수가 없다고. 상담선생님은그나마 옛 담임께는 마음을 여는 것 같은데 혹시 가끔씩이라도 아이를 만나줄 수는 없냐고.
아이고 **아~, 눈물이 핑 돌았다. 한 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라고, 언제든 보고 싶음 오라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도 못난 녀석같으니라고.
다음날 중간놀이 시간, 지나가는 6학년을 붙들고 **이 좀 불러달라 카지노 쿠폰했다. **이가 쭈뼛거리며 나타났다. 못 본 사이 훌쩍 컸다. 살집도 제법 붙었고 거뭇거뭇 콧수염도 날 기세다.
“**아, 너 기다리다 선생님 목 빠지겠다. 왜 얼굴 안 보여줘서 이렇게 부르게 만드는 거야.”
**이가 씩 웃는다. 어떻게 지내냐, 새로운 친구들은 사귀었냐, 선생님과는 많이 친해졌냐, 아빠와는 이제 안 싸우냐 궁금한 걸 폭탄처럼 쏟아냈다. 분명 잘 지내지 못하는 걸 아는데도 아이는 다 좋다, 별 문제없다, 잘 지내고 있다고 대답한다. 휴대폰도 약속된 시간만 해서 아빠와 관계도 좋아졌다고 했다. 그러다가 머뭇거리며 그런다. 올해 새로운 반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아직 작년보다는 재미없다는 말을 했다. 원래 6학년이 초등학교 생활 중 최고로 재밌는 학년이라는 말과 학기 초라서 그렇다는 말을 해줬다. 그리고 힘들고 답답하고 하소연하고 싶을 때 언제든 오라는 말을 했다. 선생님이 손 한번 잡아도 되냐고 했더니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내 손의 두배는 될 것 같은 큰 손이 아기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작년에 잘 해냈잖아. 올해도 잘 할 수 있어. 선생님은 믿어. 그리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니 얼굴 자주 보여줘.”
네~라고 대답하며 카지노 쿠폰 씩 웃었따.
교실로 돌아가니 2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복도로 나와있다. 나를 에워싸고 옷자락을 붙들며 재잘거린다.
“선생님, 어디 가셨었어요? 한참 기다렸잖아요.”
“6학년 오빠 잠깐 보고 온다고 놀고 있으라고 아까 말했는데, 못 들었구나.”
“선생님은 이제 우리 선생님인데 왜 자꾸 6학년 언니 오빠 만나요?”
“너네도 작년 선생님 보고 싶어 찾아가잖아.”
“아~!!!”
‘교사’라는 직업을 1년짜리 계약직이라 생각하면 좋은 점도 많다. 어떤 아이들을 만나도 1년이면'안녕'할 수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3월만 되면 다시 모든 게 새롭고 어설픈 만년 아마추어다. 그런데 이것도 착각이었나 보다. 이렇게 AS를 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사람을 가르쳐 변화시켜야 하는 '프로'로서의 교사, 그 막중한 자리를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