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지자 개나리와 진달래가 기다렸다는 듯 만개했다. 노랗고 붉은 꽃잎들이 얼마나 앙증맞고 당찬지, 눈치 하나 보지 않고 제 빛깔을 마음껏 뽐낸다. '오래 피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떨어진 꽃잎 사이로 초록 이파리가 고개를 디민다. 이번엔 도심의 도로와 강둑을 따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라일락 향기 전하는 바람한 줄기에 콧노래절로 나온다. 아, 진짜 봄이 왔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 집 밥상도 봄기운이 그리워진다. 달래, 냉이처럼 향긋한 나물도 좋고 도다리쑥국도 한 숟가락 떠보고 싶다. 하지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 사실 이 나물을 알게 된 건 최근이다.
몇 해 전, 남편이 고등학교 동창의 사진을 보여주며 감탄하던 날이 있었다. 친구는 머위, 곰취, 두릅, 방풍나물 등 대여섯 가지 봄나물을 상에 차려두고 고기를 곁들여 먹고 있었다. 그중 낯선 이름 하나‘온라인 카지노 게임’. 남편도 처음 본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어릴 적 우리가 ‘옻온라인 카지노 게임’라 부르며 피부에 옻이 오를까 피해 다녔던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 검색을 해보니 전혀 다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였다. ‘개두릅’이라고도 불리는 엄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가시 돋친 줄기에서 여린 새순이 돋아난다. 그 맛이 얼마나 좋았으면 강원도에선 ‘참두릅 팔아 개두릅 사 먹는다’는 말까지 있단다. 해독 작용, 간 건강, 폐 건강, 면역력 강화까지 효능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그냥 넘길 수 없었다. 사 먹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며칠 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송쌤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한 보따리 들고 우리 집에 찾아오셨다. 부산에 계신 언니분께서 보내주셨다며 한번 먹어보라고 하셨다. 안 그래도 먹고 싶어 주문하려던 참이었다고 하자 텔레파시가 통했다며 웃으셨다.
신문지에 정갈히 포장된 덩어리를 펼치니 윤기 나는 초록 이파리와 그 아래 불은 빛이 도는 하얀 밑동이 보였다.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접시에 올렸다. 짭조름한 젓국을 곁들여 고기 없이도 한입 넣었다. 입안에 퍼지는 향긋한 떫고도 쌉싸름함, 봄바람에 맛이 있다면 아마 이런 느낌일까?
“와, 이런 나물이 있었는데 왜 이제야 알았지?”
남편도 감탄을 연발했고 밥 한 그릇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후 4월이면 송쌤이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들고 찾아오신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밤중 문 두드리며 조심스레 건네셨다. 부산 할머니들이 직접 산을 다니며 채취한 것이라 더 부드럽고 향이 짙다며 하셨다. 날씨가 안 좋아 작년보다 맛이 덜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셨지만, 여전히 입안 가득 봄맛이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저녁 이 귀한 나물로 쌈을 싸며 봄을 한 입, 두 입 먹고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1년에 단 2주,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만 시중에 잠시 나온다. 예전엔 귀해서 먹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비닐하우스 재배도 늘어났다고 한다. 제철 나물이 모두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엔 찬란한 봄날의 공기와 빛이 스며있다. 입안 가득 피어나는 봄향기를 느끼고 싶은가. 오늘 저녁 반찬으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한 접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