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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훈 Jan 11. 2025

효에게. 2002. 겨울

카지노 게임 추천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효에게. 2002.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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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나한테 오지 않았어.

겁먹은 얼굴로

아이가 말했다.

밀려오길래, 먼 데서부터

밀려오길래

우리 몸을 지나 계속

차오르기만 할 줄 알았나 보다.


바다가 너한테 오지 않았니

하지만 다시 밀려들기 시작할 땐

다시 끝없을 것처럼 느껴지겠지

내 다리를 끌어안고 뒤로 숨겠지

마치 내가

그 어떤 것,

바다로부터조차 널

지켜줄 수 있는 것처럼


기침이 깊어

먹은 것을 토해내며

눈물을 흘리며

엄마, 엄마를 부르던 것처럼

마치 나에게

그걸 멈춰줄 힘이 있는 듯이


하지만 곧

너도 알게 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일뿐이라는 걸

저 번쩍이는 거대한 흐름과

시간과

成長

집요하게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는 것들 앞에

우리가 함께 있었다는 걸


색색의 알 같은 순간들을

함께 품었던 시절의 은밀함을

처음부터 모래로 지은

이 몸에 새겨두는 일뿐인 걸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으니까

우리를 쓸어가기 전까지

우린 카지노 게임 추천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흰 돌과 조개껍데기를 더 주울 테니까

파도에 젖은 신발을 말릴 테니까

까끌거리는 모래를 털며

때로는

주저앉아 더러운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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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사에서 읽었는데,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는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를 원하는 (오래 前의) 남편에게 아내인 카지노 게임 추천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아름다운 순간들도 분명히 있고, 현재로선 살아갈 만하기도 해. (…) 그런데 아이가 이런 생각에 이를 때까지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닌데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냐!”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당시 남편이었던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카지노 게임 추천 되물었다.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 여름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 (…)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 주고 싶지 않냐?”


이 말에 느닷없이 웃음이 나왔다는 카지노 게임 추천은 이렇게 회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 (…)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아들이 태어났다. 아이에게 수박의 단맛을 맛보게 하겠다는 말은 원망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결국은 둘이서만 함께 바다 앞에 서 있는 엄마와 아들. 아들은 수시로 자신에게 밀려오는 바다를 무서워했다. 엄마의 다리를 붙잡고 뒤편으로 숨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독백처럼 시를 읊었다. 엄마에겐 바다를 멈추게 할 힘이 없다는 것을….


‘괜찮아. 아직 바다는 오지 않으니까. 우리를 쓸어가기 전까지 우린 카지노 게임 추천 나란히 서 있을 테니까. 흰 돌과 조개껍데기를 더 주울 테니까. 파도에 젖은 신발을 말릴 테니까. 까끌거리는 모래를 털며 때로는 주저앉아 더러운 손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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