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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틂씨 Oct 12. 2022

카지노 쿠폰의 말을 지어다가 며칠이나 먹었지

feat. 미니 냉장고





한껏 다정해지고 싶은 날들이야.

그건 그만큼 다른 사람의 다정함이 필요한 날들이라는 뜻이기도 해.




이사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가. 벌써 아홉 번째 이사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젠 꽤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말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방에서 방으로 하는 이사가 아니라, 방에서 집으로 하는 이사라서 더 그렇겠지? 원래 이사라는 게 내가 원해서라기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되어서 쫓기듯이 하게 되는 거 같기도 하고.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내 이름이 우편함에 적힌 아주 작은 집을 얻게(여전히 산 집은 아니지만) 되었다고 기뻐할 틈도 없이, 이 작은 집은 어찌나 고요하게 엉망진창이던지. 혼자 모든 책임과 부담을 떠 앉게 되는 일이 퍽 반갑지만은 않더라고. 갑자기 내 이름으로 계약된 빈 집이 좀 막막했어. 네덜란드는 unfurnished집이라고 하면,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 집을 주거든. 화장실하고 부엌만 달려 있지, 벽에 페인트 칠도 해야 하고, 바닥 라미네이트도 깔아야 하고, 천장에 등도 직접 달아야 해. 커다란 창에 커튼레일과 사이즈에 맞는 커튼을 고르고 사서 다는 일도, 고르고 골라 중고 냉장고와 스토브, 세탁기를 사는 일도, 인터넷을 신청하고 수도와 가스, 전기세 회사를 골라 신청하는 일 까지, 전부 혼자 해내야 해. 이 나라에 꽤 익숙해졌다고 자부하는데도 모르는 일 투성이었어. 왜, 머리가 모자랄 땐 손 발이 고생이라잖아. 처음 하는 일에 삽질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셀 수도 없어.


주변의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좀 해 봤는데, 대게는 이런 반응이었어. 드디어 혼자 살게 되었다니 축하해,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그래도 안정되면 다 괜찮아질걸? 사실 너무 맞는 말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영어로 된 그런 맞는 말보다는 좀 더 우쭈쭈한 마음을 받고 싶었거든. 어이구, 힘들겠네, 어떡해. 하는 한국말들 있잖아.



이사를 한다는 말에 그런 반응을 할 사람은 세상에 카지노 쿠폰 하나뿐이더라고.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마냥 새삼스러워. 원래 이사는 힘든 게 당연하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라고 말하는 철든 어른들의 세상에 살고 있는 내게,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나이든 카지노 쿠폰 하나만 여전히 어린 딸을 대하듯이 걱정을 해. 어떨 땐 귀찮기까지 한 그 걱정이 이런 날엔 이상하게 짠하고 울컥하더라. 나이를 자꾸만 먹어도 나는 이렇게 카지노 쿠폰에게 종종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될까? 뿌에엥- 하는 표정과 애정을 갈구하는 얼굴을 하고선.








아이구, 힘들어서 어쩌나, 그걸 혼자 언제 다할까, 아프지 마래이. 너무 완벽하려고도 말고.


그런 말을 들으면 괜히 다 커버린지 한참인 자식을 뭘 걱정하느냐 큰 소리를 치고, 카지노 쿠폰는 그래, 어련히 알아서 잘할 건데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며 금세 수그러들지만. 우리는 또 귀신같은 감들이 있지. 카지노 쿠폰가 아프지 말고- 하는 말을 남긴 다음 날 뒤돌아 서자 마자 아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을 거야. 장염인지 위염인지 모를 복통에 구르느라 차가운 빈 집이 꽤 서러웠단 말도.


나는카지노 쿠폰가이사한다고보내주는마음을덥석아.동안사야할지결정하지못하고끙끙매던차에,그걸로마땅찮은누우런중고냉장고대신작지만새하얀냉장고를사버렸어. 냉장고가이렇게비싼거였구나처음알고, 냉장고의에너지레벨과소음의단계에대해서공부해가며. 비록반품처리되었던할인제품이지만, 83cm 높이작은냉장고는이제집에서가장비싼가전이되었어. 냉장고를때마다카지노 쿠폰생각이같아. 카지노 쿠폰가먹고살라고이런보내줬지, 하고. 우연일지라도역시우리카지노 쿠폰는자식먹는챙기는데에는예전이나지금이나진심이구나싶어지게.




요즘미셸자우너라는작가의<H마트에서울다라는책을읽고있거든. 작가가한국인카지노 쿠폰와미국인아빠사이에서태어난2세인데, 책을읽으면서한국인이라면당연하게여길수많은순간들이사회적맥락없다면외국인들에게어떤느낌으로다가올까생각해보게. 사회적맥락바깥에서도나는그걸사랑이라부르고느낄있었을까. 계속글을적으면서알게됐어. 카지노 쿠폰의사랑과애정은온통음식이었더라고, 다른한국카지노 쿠폰들과다르지않게. 나는어쩐지나만특별히카지노 쿠폰로부터치열하게좋은것들을먹여서길러진게아닐까생각하게. 전쟁직후의카지노 쿠폰들이'새끼배만곪지않으면된다'생각했던시절처럼.


냉장고와 스토브 없이 살았던 지난 3주와 그 전의 이사 준비 기간까지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그동안 코로나 시대라고 집에만 머물면서 꽤 튼실하게 바지가 끼일 만큼 쪘던 살들이 조용히 빠져버렸지 뭐야. 먹고사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하구나. 냉장고와 스토브 없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사람들이 알까. 너무 기본적인 건 사실 공기 같아서 없어지기 전까지는 실체를 확인하게 될 일이 없는 가봐. 속이 아파서 죽이랑 누룽지 같은 것들을 먹고 싶었는데, 가전이 없으니까 먹을 수 있는 게 정말 하나도 없더라고. 그 와중에 밥은? 하고 묻는 사람도 역시 카지노 쿠폰뿐이야. 그 익숙한 걱정이 잔소리라기보다는 따뜻한 애정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 내가 한국 카지노 쿠폰에게 한국 자식으로 길러져서 그런가 봐. 미셸보다야 코리안 카지노 쿠폰의 마인드에 익숙하지.








갖고 싶어지는 다정함이 늘어날수록 나도 다정해지고 싶어. 강아지나 고양이의 다정함처럼, 조건 없이 작게, 할 수 있는 만큼의 다정을 내보이는 사람. 온기를 타인에게 나눠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게 내가 너무 필요한 거라서 그걸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더라. 선뜻 내걸 나누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그렇게 쉽지 않더라고.


지난 봄, 한국에 갔을 때 카지노 쿠폰가 준 말린 새우가루, 작은 멸치들, 고춧가루들. 냉동실에 있다 실온에 나와서 삼 주나 지났는데 혹시 상했을까. 그럼 너무 아까울 것 같은데. 만약 상하지 않아서 다시 냉장고에 들어갈 수 있다면 두고두고 잘 먹을게. 그렇게 잘 살아남아 볼게, 카지노 쿠폰가 보내준 냉장고와 함께.


어떤 시인이 그랬지,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을 먹었다고. 나는 카지노 쿠폰의 말들을 지어다 며칠이나 먹었다우. 밥은? 그 한마디가 어떤 허기를 채우기도 하거든. 어쩌면 그러고 나서야 겨우 복통이 나아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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