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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해 Apr 09. 2025

북한산 칼바위 능선의 날카로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



2024년 3월 첫주에 관악산에 다녀온 이후로 3월말까지 산에 가지 못했다. 나는 변함없이 소설을 쓰고 고쳤고, 친구들과 이틀짜리 군산 여행을 갔다. 여행은 다소 후회된다. 지금 돌이켜보면 머릿속에 또렷이 남은 풍경이라곤 한밤중에 군산 스탬프 투어를 몰아서 돌며 본 것들 정도였다. 그런 고생은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행들을 놔두고 그나마 야외활동 좋아하는 세 명이 의기투합하여 산 위에 있는 탑까지 올라가 도장을 찍고 내려온 건 신나는 일이었던 한편, 체력을 지불하는 여가를 함께할 사람 두 명이라도 확보하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하는 깨달음을 주었다.


아무튼 말일에야 산에 갈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주변 사람중 누구도 가고 싶어하지 않는 돌산 맛을 더 보고 싶어진 나는 유명하지 않은 코스 중에서 북한산 칼카지노 게임 사이트 능선을 택했다. 칼카지노 게임 사이트 능선이라는 이름은 여기저기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날카로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많아서 붙는 이름인 듯 하다. 거친 암릉이라면 사족을 못 쓰게 된 나로서는 맛집 인증인 셈이다.


이날은 16도 내외로 움직이면 좀 더운 정도였고, 칼카지노 게임 사이트 능선에 다녀오는 길은 그리 길지 않았으므로 안 하던 시도들을 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나일론 혼방 티셔츠 위에 체면 유지용으로 린넨 조끼를 걸쳐봤고, 배낭은 직구로 산 20리터 가량의 작은 라이딩용을 챙겼다. 하지만 짐을 싸보니 20리터는 등산 스틱을 집어넣으면 나머지 짐을 욱여넣어야 할 지경이라 내 방침에 맞지 않았다. 아니, 방침이라기보다는 등산을 하든 어딜 가든 가방에는 빈 공간이 남아야 마음이 놓이는 이상한 성미라는 표현이 맞겠다.


결국 원래 쓰던 27리터 배낭을 매고 출발카지노 게임 사이트. 신발은 과감하게 잠발란 울트라라이트를 신었다. 대단히 아름답고 좋은 등산화지만 암릉이 많은 한국 산지에 맞지 않는다는 평을 많이 봐서 ‘그럼 내가 얼마나 안 맞나 시험해주겠어!’하고 나선 것이다.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궁금하면 질러보는 성질머리는 낫지 않을 모양이다.


접근로도 약간 멀리 돌아가게 설정카지노 게임 사이트. 가장 가까운 삼양역이 아니라 솔샘역에서 내려 도시자연공원을 따라 한참 산허리를 돌아가는 길을 택카지노 게임 사이트. 삼양역에서 도시를 몇 블록이나 질러가는 것보다 더 걷더라도 솔샘역에서 빠르게 산길에 들어서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그러나 아파트 옆 포장 인도로 들어선 공원 길은 한동안 대단히 포장이 잘 된 산책로가 오래 이어졌고, 코앞이 아파트 단지라서 걷는 맛이 특별히 산책 이상으로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서울 둘레길로 접어든 이후에도 심심하긴 매한가지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조금이라도 빠르게 진짜 가혹한 산길로 접어들길 바라며 걸음을 옮겼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걷기에 불편은 없는 길이지만 이런 길을 오래 걸으면 맥이 빠진다)


슬슬 경사도 심하고 길도 제법 거칠다 싶은 느낌이 든 것은 출발한지 한 시간 반이나 지난 뒤였다. 산에서 적당무난한한 길을 이렇게까지 오래 걸은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 코스의 정식 들머리인 빨래골매표소에서 삼성사까지도 모조리 콘크리트 포장 도로라 도통 산 같지 않았다. 덕분에 혹독하게 지쳤다. 잠이 부족해서 몸이 천근만근이었고, 눈도 시렸다. 집에서 나온 것을 후회카지노 게임 사이트. 감히 주장하건대, 등산 준비를 갖추고 포장도로를 한참이나 걸어 올라가는 것처럼 맥빠지고 지치는 일도 드물다. 잔뜩 기대하고 들어간 영화관에서 광고를 한 시간 내내 보는 기분이랄까. 심지어 날까지 더우면 항상 논산훈련소에서 사격장까지 걷고 또 걷던 여름날이 떠오른다. 수통이 새서 물이 다 떨어진 탓에 정말로 죽는 줄 알았던 날이.......


아무튼 바위를 쌓아 만든 돌계단과, 이렇게 깊은 산에도 있나 싶어 놀라운 산스장을 지나자 슬슬 능선다운 능선이었다. 바위의 모양이 더 거칠고 불규칙한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문필봉(480m)쯤에 도착하자 아무렇게나 생긴 바위가 길의 9할을 뒤덮기 시작했다. 나는 슬슬 피로를 잊고 흡족해졌다. 문필봉에서도 산에 둘러싸인 도시 풍경이 잘 보였지만, 아무래도 그러거나 말거나 눈에 들어오는 건 돌길뿐이었다. 눈으로 볼 뿐인 시티뷰는 빠르게 질리지만, 내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거친 암릉은 결코 질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 험한 고역을 다시 없는 즐거움으로 느끼는 요상한 사고방식이 평범한 노동에도 적용된다면 로봇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번듯하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


문필봉에서 더 전진하자, 이제는 거의 쉴 틈이 없는 암릉 오르막이 계속 이어졌다. 칼바위 능선도 별 거 없구만, 하고 맥이 빠졌던 내 생각을 뒤흔드는 수준이 되기 시작했다. 특히 날카로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하늘에서 유성우처럼 떨어져 꽂힌 듯 보이는 경사는 대체 어디를 딛고 올라가야 하나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만드는 퍼즐이자 장관이었다. 역시 삶은 내가 어렵게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난관을 넘을 때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질리지도 않고 또 했다. 물론 난관을 매일 넘으라면 죽어나겠지만, 내 취향에 딱 맞는 난관을 가끔 넘는 건 즐거움의 원천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연 칼카지노 게임 사이트구나 싶은 바윗길 구간)


그러나 그런 순수한 즐거움도 잠시, 칼바위 능선의 막바지라고 할 만한 곳에 다다르자 입이 쩍 벌어졌다. ‘여길 길이라고 다닌단 말인가’ 싶은 수준의 오르막이 펼쳐진 것이다. 관악산의 거친 길도 바위들이 다소 풍화되어 둥글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에, 이곳은 멀쩡한 바위를 엊그제 거대한 정으로 깨부수어 만든 듯 단면도 모서리도 날카롭게 살아 있었다. 과연 이래서 칼바위인가 싶었다. 아마 난간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면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가파르고 험한 길은 도봉산 Y계곡에나 있지 않을까?


나는 즐거운 한계치를 넘어버린 가혹함을 받아들이며 손으로 몸을 끌고 발로 땅을 밀어냈다. 발이 미끄러지면 정말 위험할 만한 상황이라 등산화가 은근히 걱정되었는데, 다행히도 잠발란 울트라라이트는 아주 견고하게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쥐는 듯했다. 빗길과 눈길, 타일, 금속 표면처럼 당연히 미끄러운 표면만 주의한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모양이다. 물론 사람이 그런 위험을 다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접지력 좋은 등산화를 찾는 것이지만.......


난간 있는 절벽이나 다름없는 길을 오르니 땀이 비오듯 흘렀다. 단시간에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밀어올리는 노동도 다시 즐거워지긴 했지만, 새로 입어본 나일론 혼방 스포츠 티셔츠는 도통 마르지 않아서 치덕거렸다. 나는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의 옷을 충동적으로 산 것을 크게 후회하며 팔을 걷어붙이고 암벽의 끝으로 올라갔다. 세 시 경에 그 고군분투는 끝났다. 칼카지노 게임 사이트 능선의 백미는 30분에서 1시간 길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엄청 높은 곳은 아니지만 짧아도 너무 짧다. 평탄한 접근로가 너무 길게 설정되어 더 시시하게 느껴진 것일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가장 가혹한 구간. 과도하게 즐기는 자가 보인다)


아무튼 칼바위 능선의 끝까지 오르자 가까이 북한산성 성곽이 보였고, 주변으로는 탁트인 도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 몸이 식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잠시 앉아서 사방에 펼쳐진 하늘과 도시와 산을 보았다. 시티뷰가 질린다곤 하지만, 지독한 등반을 거친 뒤라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면에 펼쳐진 풍경은 분명 각별한 맛이 있었다. 나는 얼굴에 위장크림을 떡칠하고 진창을 기어다닌 뒤에 그늘에 대충 주저앉아 몸을 식히며 소대원들과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던 시간을 떠올렸다. 어찌되었든 고난 뒤의 보상에는 원래 가져야 할 가치의 수십배나 되는 가치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평온한 시간을 곱씹는 동안, 카지노 게임 사이트 사이좋게 사진을 찍으며 경치가 좋다고 감탄하는 커플을 유심히 보았다. 30대인지 40대인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젊은 커플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훈련병처럼 불현듯 쓸쓸해졌다. 그동안 산에 혼자 다니며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거의 없는데, 이날은 유독 마음이 시려졌다. 몸 상태가 영 시원치 않은 와중에 혹독한 절벽을 기어오른 뒤라 서로를 격려할 관계가 부러워진 모양이다. 차림새로 보기에 산행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은데도 이 정신나간 짓을 함께하고 즐거워할 동료가 있다는 사실도 부러웠다. 음, 역시 너무 지친 모양이다. 컨디션 관리를 똑바로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보통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한다고 하지만, 내가 느끼기론 반대다. 건강해야 등산을 하고도 밝고 행복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정상에서 보는 성곽과 거친 산세)


칼카지노 게임 사이트 능선에는 아쉽게도 표지석 같은 게 없다. 곧장 산성이 이어질 따름이다. 나는 성곽을 따라 대동문으로 갔다. 산속이라 광화문처럼 커보이는 대동문 앞은 거의 광장처럼 넓었고 그만큼 쉬는 등산객도 많아서, 지독한 암릉을 기어올라 높은 산 위로 올라왔다는 실감이 증발하고 말았다. 나는 잠시 쉬다 진달래 능선이라는 초보 추천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진달래도 많이 피고 경사도 심하지 않아 누구나 다닐 수 있다는 그 길은 과연 듣던대로 평탄한 편이면서도 아주 드물게 암릉지대도 나와서 나쁘지 않았다. 초보도 소박한 즐거움을 느끼며 오를 만했다. 이날은 꽃이 거의 다 진 뒤라 심심했지만 꽃이 만개한 때라면 눈이 질릴 일이 없을 것이다.


(진달래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너무 가혹하지 않으면서 걷는 맛도 있다)


그러나 코스만 따질 때 그렇다는 말이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산하는 동안 제법 고통을 느꼈다. 물 계산을 잘못해서 식수가 바닥났고, 게다가 등산객이 많아서 시끄러웠다. 그중에 누군가는 트로트를 시끄럽게 틀어대서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그 와중에 어깨 파우치에 꽂아놓았던 스마트폰과 보조배터리가 떨어져서 필름에 흠집이 났고 충전 케이블이 망가졌다. 이럴 때는 좀 오래 기다리더라도 앉아서 거리를 벌리는 게 나을 모양이다.


완전히 하산하자 네 시경이었다. 제법 일찍 내려온 셈이다. 산에서 소박하게 흘러내려오는 대동천 옆은 419 카페거리였는데, 한적한 경사로 위쪽에 산이 보이고 거리 곳곳에 선 건물들은 2-3층 정도의 작은 것들뿐이라 이국적인 정취가 풍겼다. 이렇게 모르는 도시 풍경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는데...... 그 와중에 데이터가 소진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다니며 국밥집을 검색하고 한참을 걸어다녔다. 물도 데이터도 없다니, 생명의 근원도 현대인의 근원도 다 상실한 셈이다. 이날의 산행은 낙제점인 듯하다.


그런데 주거지구인 솔밭 근린공원 인근까지 내려가니 근래에 들어 보기 힘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중고등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많은 아이들이 곳곳을 걸으며 놀고 있었다. 놀이터에서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아이들도 있었고, 괜히 아무 이유 없이 친구를 때리고 도망가며 낄낄대는 애들도 있었다. 한때 당연했던 삶의 풍경을 보며, 나는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아주 멀리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짧은 여행은 제법 따뜻하게 끝났고, 나는 국밥집을 찾아서 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때때로 내 것과 다른 삶의 풍경을 본다는 것 자체가 정신에 여유를 주는 모양이다.


(419 카페 거리의 낯선 풍경)


여담으로, 이날은 귀가하다 옷 때문에 경악카지노 게임 사이트. 지하철역에서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은 이어폰이 떨어지기에 잘못 넣었구나 싶어 얼른 다시 주워 넣었는데, 그대로 툭 떨어지는 게 아닌가. 무슨 조화인가 놀라서 주머니를 살펴보니 밑이 터져 있었다. 멀쩡한 주머니가 왜 터졌단 말인가? 다시 자세히 보니, 이날 입은 바람막이의 주머니는 박음질로 만든 게 아니라, 천을 접착제로 붙여 만든 것이었다! 유명한 브랜드의 골프웨어였는데 이렇게 언어도단적인 방법으로 만들수 있나 싶어 경악카지노 게임 사이트. 결국 집에서 이 부분을 바느질해서 정상적인 옷으로 고쳐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


또 여담인데, 이날 경전철에서 피로와 술기운에 완전히 늘어져 졸고 있자니, 승객이 옆자리에 앉으며 다리 좀 오므려 달라고 해서 죽도록 민망해졌다. 자칫 정신을 놓았다간 꼴사나운 등산객 아저씨가 되는구나 싶어 깊이 반성카지노 게임 사이트.


교훈

재미있는 길까지 접근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 지친다.

컨디션 관리도 등산 준비다.

내비게이션이 데이터를 제법 소모한다는 걸 잊지 말자.

산속의 고요는 공공재다. 시끄럽게 하지 말자.

산에서 함부로 뛰지 말자.

중요한 물건이 떨어지지 않게 대책을 강구해두자.

내 일상과 다른 풍경이 산 위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의자에 앉을 때 다리를 벌리지 말자. 의식이 불분명하더라 할지라도......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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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받고 2023년 2차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저의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이 지금도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낡고 고장난 물건을 고치거나 버려진 것들을 수선하고 중고 거래를 지속하며 느낀 소비 생활의 고민과 의미에 대한 수필집입니다.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소비에도 회의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매해주시면 저의 생계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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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의 서재:https://millie.page.link/kz1M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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