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4월 초순부터 중순까지는 높은 산을 거의 가지 않았다. 조금 긴 산책삼아 개화산을 다시 가서 여기도 역시 제법 걷는 맛도 있고 공항뷰도 각별한 산이라는 걸 실감하고 돌아오긴 했지만, 대체로 친구들 만나서 노는 일에 열중카지노 게임 추천. 그러기에 좋은 날씨이기도 했고. 한편으로 출판사 의뢰로 북리뷰를 쓰기도 했고, 잡지사 의뢰로 짧은 수필을 쓰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 오래도록 이리저리 고쳐대던 중장편 소설도 투고카지노 게임 추천. 이렇게 쓰고 보니 실제와 달리 제법 충실하게 사는 작가 같은 느낌도 든다.
4월 말에는 당일에 약속이 파토나면서 산으로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참 전에 잡은 세 명 짜리 보드게임 약속인데 한 명이 전날 과음을 해서 못 나오게 된 것이다. 한때 직접 만들어 팔 정도로 좋아했던 취미인데 이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한 달에 한 번도 하기 힘들어졌다. 인생에서 우선순위란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니 달리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내팽개쳐진다는 건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혼자 산이라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람은 결국 언젠가는 혼자서 몰입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취미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북한산 칼바위 능선에 이어 이번에는 카지노 게임 추천 청암능선을 택했다. 여기도 적당한 암릉맛을 보기에는 썩 괜찮은 코스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하산한 길이 바로 이 코스니까, 칼바위 능선처럼 기가 찰 정도로 혹독한 코스는 없을 게 분명했다. 물론 우울감을 태워버리기엔 입이 바짝바짝 마를 정도로 가혹한 길이 제일이지만, 이 날은 그 정도로 불사를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상계역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 공원을 거쳐, 능선의 초입으로 발을 들였다. 기온은 29도. 벌써 여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지경이었다. 바람막이 따위는 필요없었고, 산뿐만 아니라 거리도 곳곳이 신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투명한 대기 속에서 연두색 나뭇잎들이 풍성하게 살랑였고, 햇빛은 아직 날카로워지지 않은 채 따뜻하게 내리쬐어 대지를 채색했다. 마치 꿈결 속의 젊은 시절처럼 아름다운 날이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확실히 이런 날은 산에 가는 게 맞을 것이다.
다만 한가지 문제를 겪긴 카지노 게임 추천. 들머리를 찾아갈 동안 GPS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애를 먹었다. 스마트폰이 노후된 탓이리라. 나는 산속에서 스마트폰이 고장날 경우를 대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서울 근교에서 GPS가 없다고 하산할 길을 아예 못 찾을 일은 없겠지만 헤매는 경우는 제법 있는 만큼, 여차할 때 마음 한구석이 타들어가는 초조함을 피하려면 GPS가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사든, 서브폰을 추가로 갖고 다니든 해야 할 것이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이라는 만능 기기 하나에 모든 걸 맡겨둔 상황은 확실히 위험한 구석이 있다.
들머리에서 30분 동안은 아웃도어 브랜드 광고나 스톡 이미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안락한 숲길이었다. 초록이 가득하고 땅은 포근하며 느긋하게 걷기 좋은 숲길. 이렇게까지 천국 같은 숲길은 아무리 나같은 암릉애호가라도 만족스러웠다. 아마 서울 산이 다 이렇다면 등산을 꺼리는 사람은 지금의 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카지노 게임 추천은 기본적으로 돌산이고 청암능선은 그런 돌이 드러난 능선길이므로 곧장 흙 사이에서 암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위 여럿이 이리저리 튀어나온 암릉이 아니라, 거대한 암석 한 덩이의 일부가 드러난 듯한 형상의 암릉이다. 칼바위 능선처럼 엉망진창으로 튀어나온 바위를 피하거나 붙잡으며 기어오르는 것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드넓은 바위를 딛고 오르는 것도 경탄의 즐거움과 신발의 순수한 접지력을 체감하는 맛이 있다.
그나저나 전에 왔을 때 이 길로 내려온 게 맞을 텐데, 바위에 시멘트를 붙이거나 철근을 박아서 만든 디딤돌은 처음 본 것 같다. 아무리 내려오는 길과 올라오는 길이 다르게 느껴진다지만, 이런 특이한 지형은 사진을 찍어두니 좀 이상한 일이다. 아마 내가 다른 갈림길을 택해서 내려왔거나, 하산길 기록에는 소홀해서 대충 넘긴 것이리라. 어쨌거나 그리 가파르지 않아서 그냥 걸어오를 수 있는 암릉에 이런 가공을 카지노 게임 추천는 게 좀 의아했으나, 눈비가 내리면 이렇게 굴곡 없는 바위는 미끄럼틀로 변할 수 있어서 해둔 조치일지도 모른다. 초보자가 접하기 쉽고 무엇보다 아파트 같은 거주지가 가까우니 자연을 그대로 놔두는 것보다 안전 설비를 하는 쪽의 이득이 클 것이다.
나무가 우거진 암릉에서 조금 더 지나자 이제야 내가 아는 암릉길이 나왔다. 나무는 몇 걸음 더 물러나있어서 땡볕에 노출되어 있는 데다 난간을 잡지 않으면 걷기 벅찰 정도로 경사진 길이다. 그러면서 발바닥을 괴롭힐 구간이 없고 난간을 잡고 몸을 당기는 재미만 느끼면 되니 적당히 맛있게 매콤한 길이라 할 만하다. 체중에 비해 팔 힘이 부족하다면 약간 벅찰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그리 길지 않다. 금방 쉴 수 있는 정자인 카지노 게임 추천정이 나왔다.
날 좋은 오후라 사람이 많았다. 탁 트인 도시 풍경을 메운 아파트의 물결을 조망하자니 영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자에서 금발의 남자가 누군가와 얘기중이었는데, 산에 대한 인상이 나쁘진 않았으리라 믿는다. 서울 근교의 산처럼 낮은데 돌덩이고, 그러면서 숲이 우거진 데다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산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까.
거의 쉬지 않고 걸음을 옮겨, 출발한 지 고작 1시간 만인 2시 20분쯤에는 불암산의 페이즈2 초입에 도착했다. 불암산의 페이즈란 전에 와보고 내가 멋대로 정한 것으로, 페이즈1은 오솔길이 대부분인 완만한 구간, 페이즈 2는 본격적으로 굴곡과 경사가 점점 심해지는 암릉 구간을 가리킨다. 물론, 그렇다 해도 즐겁기만 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는 건 아니라 나로서는 별난바의 겉을 다 먹고 초코 부분에 도달한 느낌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체질에 따라선 페이즈2의 암릉은 보는 것만으로 피로와 공포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정자에서 쉬다가 돌아오는 일행과 합류함으로써 등산을 쾌적한 수준에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여러모로 추천하기 좋은 산이다.
그런데 입맛을 다시며 암릉으로 발을 옮기는 내게, 충격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쾌한 디스코 음악이었다. 헐리웃 영화에서 야밤에 환락가를 달리는 주인공이 들을 법한 음악이 대체 왜 산속에서 들린단 말인가? 음악이 쩌렁쩌렁 울려오는 방향을 한참 둘러보니 숲속에 자리를 깔고 누워 잠든 등산객이 한 명 보이긴 했으나, 그가 휴대용 스피커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음악을 튼 시설이 따로 있는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어쨌든 이렇게 마구잡이로 음악을 틀어대는 모습은 요즘 길거리의 신장개업 점포에서도 보기 힘든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니 모두가 좋아할 거라는 생각을 버리게 하려면 대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막을 방법도 없다. 시끄럽다고 경찰서나 구청에 신고한다고 해서 당장 드론이 날아와 ‘정숙하십시오, 인간!’하고 스피커를 낚아채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산에서 음악 애호가를 만날 때면 산 속의 고요와 평화와 질서는 모두의 매너와 선의로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페이즈 2는 예상대로 제법 가혹했지만 거북바위쪽으로 오르는 것에 비해 그늘이 많아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 정도 위치의 암릉길은 보통 탁트인 바위뿐이라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걷는 게 일반적이고, 그게 또 그 암릉산행의 야생적 맛이라고 생각하던 나로서는 놀라웠다. 난간 가까이 자란 나무가 드리운 싱그러운 그늘 속에서 바위를 오르자니 어쩐지 과도한 혜택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건 지나치게 멋진 활동이다. 마치 에어컨이 가동되는 곳에서 마라톤을 하는 셈이랄까. 미친 소리같지만, 역시 암릉은 눈부신 햇살 아래 이를 악물고 씩씩대며 타는 게 제맛이다.
쥐바위를 지나 정상에 도착한 건 3시 9분이었다. 지하철을 나선지 두 시간만이었다. 역시 짧고 가벼운 산행으로 손색이 없다. 전에 남쪽에서 접근했던 정상부를 서쪽에서 접근하니 관문 같은 부분을 빼먹고 건너온 듯했다. 정상부 데크에서 남쪽을 보니 사람이 북적거릴 정도로 많았다. 중년보다 청년이 약간 더 많아 뜻밖이었다. 관악산에서 젊은 사람을 하도 많이 봐서 청년은 죄다 관악산에 있다는 요상한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정말로 젊은 등산 인구가 늘어나서 불암산도 핫플레이스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산으로 불암산을 밀고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아무튼, 카지노 게임 추천이 정상부 밑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각자의 방식으로 피로와 열기를 식히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겨웠다. 늘 그렇듯, 칼로리를 소모하고 평소와 다른 풍경을 보겠다는 목적만으로 산에 오르는 고생을 한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선 전우애같은 동질감이 느껴진다. 이상한 취향을 가진 카지노 게임 추천 사이의 우정이랄까.
그런데 숨을 돌리고 있자니, 옆에서 청년 남자 두 명이 난간에 기대어 경치를 감상하며 감격하는 한편으로 체념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누구는 아무래도 가자고 하기 전에는 부르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일행 중 몇 사람이 너무 지쳤거나 싫은 티를 낸 모양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그중에서 공릉백세문 코스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산이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도 수정해야 할 모양이다. 서울에선 안산, 인왕산, 북악산, 아차산, 용마산, 그다음이 카지노 게임 추천 공릉백세문순서로 쉬울까? 아무튼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적절한 순서를 시도해보면 좋겠다. 카지노 게임 추천을 봤으니 안산이나 인왕산에서는 고생보다 보상이 크다고 느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실패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밧줄을 타고 불암산의 뾰족한 정점에 오르니 넓은 세상이 보였다. 오늘도 날씨가 제법 좋아 시야가 넓었다. 등산이라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긴 하지만, 코앞만 보던 일상에서 벗어나 모든 방향으로 먼 곳까지 선명히 보는 순간은 전망대 같은 곳에선 누릴 수 없는 보상이다. 나도 아까 그 청년들처럼 그런 보상의 멋짐을 가까운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날로부터 1년은 지난 지금까지도 산다운 산에 가자고 할 날을 정하지 못했다. 다시는 부르지 말라는 소리를 들을까 무서워서다. 절벽이나 악천후보다 무서운 게 인간의 거부와 관계의 실패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순서를 잡아 대강 사진을 찍고 하산을 시작했다. 거북바위와 카지노 게임 추천성을 거치는 공릉백세문 코스를 따르다 풍화바위 방면으로 꺾었다. 요람처럼 편안한 코스를 또 걷기보다는 처음 가는 길을 택한 것인데, 순전히 탐구심 때문은 아니고, 철쭉 동산을 구경한다는 목적 때문이었다.
그렇게 택한 길은 만만치 않게 경사진 암릉을 거쳐서 나도 약간 벅찬 느낌을 받았으나, 다행히도 상당히 짧았다. 풍화바위에 도착한 게 4시 35분인데 안락한 데크길을 거쳐 엘리베이터전망대에 도착한 게 5시 30분경이었다. 이 코스도 매콤한 맛을 짧게 맛보고 적당히 편하게 오르기로는 제법 좋은 길인 듯했다. 역시 카지노 게임 추천은 올 때마다 마음에 든다. 부담 없으면서도 온갖 재미가 숨어있는, 명산계의 숏폼이다.
산 아래는 데크길이 아주 잘 꾸며져 있는데다 나뭇잎은 푸르고 햇살은 기울기 시작해서 숲길의 이데아 속을 걷는 듯카지노 게임 추천. 그와중에 나타난 전망대는 물웅덩이가 퍼진 모양처럼 유려한 곡선으로 만들어져 자연 경관을 인공적인 직선으로 난도질하는 만행은 피하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조금 올라가면 될 것을 굳이 여기 전망대까지 만들었어야 했을까 삐딱하게 생각했는데, 올라가 보니 근처의 나무와 엇비슷한 높이에서 산과 도시를 모두 조망할 수 있어 썩 훌륭카지노 게임 추천. 엘리베이터까지 있어 더 높은 곳까지 걸어 오르기 힘든 사람들에게 퍽 멋진 시설이 분명카지노 게임 추천. 만사 내 기준으로 생각할 일이 아니었다.
안락하고 평온한 데크길을 더 걸어내려가자 공원의 철쭉동산이 나타났다. 끝물이 다 되어 철쭉 상당수가 시들고 색깔이 맥을 잃었음에도 반원형의 경사에 펼쳐진 꽃의 융단은 제법 아름다웠다. 인공지능이 행복이나 평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자료로 보여줄 만한 광경이었다. 철쭉 동산 바로 옆에는 군것질거리를 사다 꽃밭 옆 자리에 앉아 먹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보였다. 내가 산속에서 돌과 숲의 아름다움을 맛보는 동안 땅에선 꽃과 회오리 감자를 맛보는 카지노 게임 추천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산에 올라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야말로 지고의 기쁨이고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꽃밭에서 놀다 회오리감자와 맥주를 즐기는 것도 만만치 않게 즐거운 일로 보였다.
나는 곧장 인근의 순대국밥집으로 가서 칼칼하게 매운 순대국밥에 막걸리를 시켜 먹다, 심지어 이날은 소주까지 한 병을 비우고 말았다. 명백한 과음이었다. 하지만 산과 돌과 들과 꽃을 다 봤는데 술 좀 더한들 아무렴 어떤가 싶었고, 실제로도 딱히 지장은 없었다. ......여기까진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고, 정말 그래야 했던 이유를 짚어보자면, 이날은 난데없는 약속 펑크를 산행으로 무사히 덮어씌웠다는 사실을 자축하고 기념하고 동시에 고독에 구원받아야 했던 자신의 마음을 마음 한구석에서 애도해야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늦봄과 초카지노 게임 추천 사이의 산행은 끝이 났고, 나는 뜨거운 5월을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더 길고 가혹한 길을 찾아나섰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교훈
스마트폰이 언제나 영원히 정상적으로 작동할 거라고 믿지 말자. 나침반 정도는 보조 장비를 갖춰두자.
산 속의 고요에 감사하자.
카지노 게임 추천은 서울 근교 산의 샘플러 같은 곳이라 이 속에서도 난이도를 조절하며 여러가지 맛을 볼 수 있다.
*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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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제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특별상을 받고 2023년 2차 아르코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저의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이 지금도 절찬리에 판매중입니다. 낡고 고장난 물건을 고치거나 버려진 것들을 수선하고 중고 거래를 지속하며 느낀 소비 생활의 고민과 의미에 대한 수필집입니다.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고 버리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소한 소비에도 회의감을 느낀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공감할 부분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매해주시면 저의 생계와 창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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