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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경 Jul 28. 2021

DAY 2 : 카지노 게임 저녁 8시만 되어도 깜깜하다

못하는 게 많아졌다는 사실이 기분이 좋다

#1.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 옆 작은 테이블에 앉아 일을 했다. 일하다 잠깐 고개를 돌리면 펼쳐지는 파란 카지노 게임 바다. 바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카지노 게임숙소 창문으로 보이는 카지노 게임 풍경

#2.


‘옷을 더 많이 가져온 줄 알았는데, 이상하다 너무 없네.’ 알고 보니 스타일러에 두고 깜빡했다. 남편에게 택배로 부쳐달라고 하려고 알아보니 카지노 게임도는 섬이라 택배비가 비싸단다. 오죽하면 전남에 카지노 게임도민 전용 배송대행지까지 있다.


그냥 단출하게 살기로 했다. 매일 아침 뭘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


#3.


음식도 마찬가지다. 여기 온 지 하루 만에 난 무엇을 먹을지 서울에서처럼 고민하지 않게 됐다. 옷과 똑같은 이유로 말이다.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


#4.


내가 꾸준하고 소소하게 사치를 부리는 분야가 하나 있는데 바로 음식이다. 맛집을 애써 부지런히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내 취향에 맞는 음식을 매일 한 끼는 먹어야 한다. 문제는 내 음식 취향이 독특하고 까다롭다는 거다.


남편이 명명하길 '외국인 입맛'인 나는, 혼자 식사할 때 한식을 먹는 경우는 1년에 10번이 채 안 된다. 한국사람 입맛에 맞춰 현지화되지 않은 백프로 이국적인 해외 음식을 좋아한다. 까르보나라에는 우유나 크림 대신 계란만 들어가야 하고, 멕시코 타코의 또띠야는 밀보다는 옥수수로 만든 게 낫다는 식이다.


또 나는 섬세하고 풍성한 맛을 가진 음식을 사랑하는데, 내 인생 최고의 요리로 바르셀로나에서 먹었던 분자요리를 꼽을 정도다. 난 식재료를 분자 단위까지 자르고 변형시켜 재창조해낸 분자요리가 평생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인 거다.


이런 내 음식 취향과 남편의 잦은 야근이 겹치면서 난 서울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배달을 시켰다. 쿠팡이츠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음식점들이 등록카지노 게임 있었고 매일 몇십개씩 신규 맛집이 새로 생겨나기까지 했으니 하루에 1시간씩은 음식점을 고르는 데 시간을 쓰곤 했다.


#5.


이곳 카지노 게임도 조천읍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일단 쿠팡이츠는 없다. 그나마 배달의 민족은 서비스를 하는데, 대부분이 포장만 가능하고 배달되는 곳은 10개도 안 되는 듯하다. 내가 좋아할 만한 음식점은 저 먼 함덕의 햄버거집 하나. 배달비가 2천원이랬는데 실제로 시켜보니 추가배달비를 더 입금해야 한단다.


결국 식당에 직접 가서 먹기로 마음먹었다. 업무가 많은 날이었기에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여야 했다. 숙소에서 추천해준 맛집 리스트를 보니 숙소 서쪽보다는 동쪽에 음식점이 더 많아 보였다. 동쪽을 택하니 선택지가 열몇 개로 줄었다. 거기서 카페를 빼고, 어제 저녁에 먹은 식당을 제외하고, 걸어서 20분 넘게 걸리는 곳을 걸렀다. 그리고 나니 3군데가 남았는데 이 중 2군데가 영업을 쉰다.


그렇게 한 군데만 남았다. 백반집이었다. 맨 위에 있는 제육볶음 고등어구이 정식을 시켰다. 딱 기대했던 것만큼 괜찮았다. 기교 없이 단순하고 소박한 차림. 정직하고 투박한 한 상이 실망스럽기보다는 묘하게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며 음식점 리스트를 스크롤하던 서울에서의 시간이, 이국적이고 풍성하고 섬세한 요리가, 문득 군더더기처럼 과하게 느껴졌다. 카지노 게임에서만큼은 맛있게보다는 심플하고 건강하게 먹어보고 싶어졌다.


카지노 게임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

#6.


노을 지는 하늘이 예뻐 감탄하며 바라보다 산책을 하러 나가기로 했다. 8시쯤 되었는데 이 정도면 서울에선 한낮이라 별생각 없이 밖으로 나갔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금방 깜깜해졌다.


가로등도 거의 없고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어서 내가 여기서 갑자기 어떤 자객한테 살해당해도 다음날 아침이 카지노 게임야 발견될 것 같았다. 무서워서 산책하다 말고 전속력으로 뛰어서 집으로 들어왔다.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이어달리기할 때 이후로 이렇게 빨리 뛴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헥헥대면서 숙소에 도착했다.


여기선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야 하는구나.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나는 그동안 낮에도 밤에도 일어나 있길 바랐던 것 같다.


카지노 게임
같은 풍경, 낮과 밤. 낮엔 예쁜데 밤엔 무섭다...


#7.


카지노 게임에 온 지 둘째 날. 한계라고 말하기도 우스운 소소한 한계들과 맞닥뜨렸다. 당연히 선택할 수 있다고 여겼던 것들을 더 이상 선택하지 못하게 됐다.


무엇을 입을까 고민할 만큼 옷도 없고 뭘 먹을까 고민할 만큼 내 취향에 맞는 음식점도 없다. 저녁에 산책하러 나갈까 말까 선택할 필요도 없다. 못 나간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많아진 게 이상하게 해방감을 준다. 서울에 있을 때는 뭐든 다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모든 것이 내 선택의 영역 안에 있다고 생각했기에 내 선택이 최선인지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의심했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에 오니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내 선택 밖이다. 못 하는 게 늘어났다는 사실이 개운하다.




이 글은 여행 & 면세 전문지 티알앤디에프에도 동시에 연재됩니다 :)

[제주 체험기] DAY 2 : 카지노 게임 저녁 8시만 되어도 깜깜하다 (trnd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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