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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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Feb 25. 2025

미궁 5/10

[세윤]


1.

태윤이 회사에 입사한 후, 세윤은 조금 더 자유롭게 ‘희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원래도 서로 대화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차하면 죽여버릴까도 싶었으나, 지극히 평범하고 일면 모범적인 동거인인 태윤이 없다면 세윤은 자신의 상황이 세간에 쉽게 들통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늘 호의적인 형 태윤을 보며, 세윤은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우스꽝스러운 감정이 바로 ‘연민’이라고 생각했다. 세윤은 형인 태윤이 자신을 연민한다는 사실이 너무 우스워서, 가끔 태윤 앞에서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참아야 했다. 그런 점에서, 멍청하고 열등한 존재인 형 태윤을 죽여봤자, 딱히 즐겁지 않을 것 같았다.


밤마다 들려오던 발정 난 길고양이 소리가 줄어든 것도, 군대 있을 때 말귀를 못 알아먹던 군견 2마리가 죽은 것도 모두 세윤이 벌인 일이었다. 선임이랍시고 권력자 행세를 하려던 박 상병과 최 병장이 부동액이 섞인 소주를 마셨다가 병원에 실려 간 것도 마찬가지였다. 설령 두 사람을 죽였다고 해도 세윤이 범인으로 지목받을 일은 없을 만큼 철두철미했으나, 세윤이 원하는 방식은 그런 쪽은 아니었다. (물론 병사들 사이에선 ‘만약 범인이 있다면 그건 분명 세윤일 것이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그 덕에 아무도 세윤을 건드리지 못했다.) 세윤이 바라는 건 사회에 조용히 섞여 돈을 벌고,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무료한 일상에도 소소한 희열은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길고양이는 세윤에게 가장 좋은 먹잇감이었다.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다. 길고양이는 먹을 것이라면 쥐약이 섞였어도 마다하지 않는다. 의심이 많은 족속인 고양이가 그토록 멍청하게 당하는 꼴이라니, 카지노 게임 추천 그럴 때마다 잘난 체하는 고양이를 속였다는 승리감과 희열을 느꼈다.


태윤이 회사에 있는 동안, 카지노 게임 추천 뒷산에도 혼자 다녀왔다. 건강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골목을 한참 걸어도 마땅한 길고양이가 없을 때, 카지노 게임 추천 뒷산으로 향했다. 희열을 느끼지 못한 채로 집에 돌아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세윤에게 ‘희열’이란 일종의 자위행위와 비슷했다. 일단 속옷을 내린 뒤 익숙한 손으로 발기된 성기를 잡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면, 사정을 해야 자위행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것처럼, 세윤 또한 ‘희열’을 느끼기 위해 집을 나섰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희열’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세윤에게 뒷산이란 가장 확실한 희열을 느끼고 돌아올 수 있는 곳이었다.


등산로 입구에서 5분쯤 오르다 보면 왼쪽 참나무 줄기에 기다란 리본 모양의 노란 표식이 보인다. 산악회에서 기념 삼아 매달아 둔 것인데, 그 나무를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빠져 등산로를 벗어난다. 벗어나선 안 될 것 같은 모양새이지만 태윤과 세윤의 눈에는 익숙한 길이다. 5분 정도 전혀 길로 보이지 않는 비탈이 이어지다가, 이내 걷기 좋은 평평한 평지가 나타난다. 원래는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한 곳이었으나 산불 예방을 위해 벌목을 한 뒤로는 꽤 탁 트인 장소가 됐다. 거기서부터 산 중턱의 체육시설까지는 상류에서 흘러 내려오는 얇은 물줄기가 낸 길을 따라 오르면 금방이다. 물줄기 주변으로 큼지막한 돌들이 구석구석 박혀서 제대로 된 등산로가 아닌데도 밟고 오르기에 수월했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건강을 위해서 그곳에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체육시설까지 오르지는 않는다.


세윤은 밑동이 잘린 등걸 사이를 찬찬히 살피다가 어느 지점에 멈춰 선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다지듯 꾹꾹 눌러보고 오른쪽 위 등걸에 표시해 둔 자그마한 X 모양을 확인한다. 목을 강하게 긁어 가래침을 바닥에 뱉는다. 그 소리에 작은 새와 청설모 따위가 급히 자리를 뜨는 소리가 들린다. 당연히도 인적은 전혀 없다. 세윤은 익숙한 듯 바지를 내리고 발바닥으로 다졌던 지형에 소변을 눈다. 오래 참아온 듯 굵은 소변 줄기가 오래 이어진다. 꼬리뼈에서부터 등을 지나 뒤통수에 이르며 소변이 빠져나간 만큼의 전율이 인다. 이어 세윤은 자신의 소변 줄기를 보며, 소변으로 오목하게 파여 젖은 흙바닥을 보며 웃는다. 윗입술을 바짝 올려 윗몸이 훤히 드러나는 기괴한 표정이다.


“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작위적인 소리를 내며 웃는 동안, 세윤은 자위행위의 사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희열을 느낀다. 한낱 알코올 중독자, 한낱 가정폭력범인 주제에 마치 자신이 권력자인 양 설쳤던 아버지의 낯짝에 소변을 갈기는 희열. 두 아들을 산으로 끌고 가 마구잡이로 구타했던 바로 이 장소에, 아버지 당신이 묻혀서 그 아들의 오줌이나 받아낸다는 희열. 오롯이 세윤 자신만을 위한 희열. 세윤은 그럴 때마다 소변을 다 누고 난 뒤 등걸에 앉아 ‘그날’을 떠올렸다. 마치 극장에서 끝까지 자리에 남아 엔딩크레딧까지 찬찬히 감상하는 평론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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