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 2월호 온라인 카지노 게임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2월호 주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돌이켜 생각해 보니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당한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는 누군가의 타깃이 되기 너무 편했을 것이다. 나쁜 목적을 가지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마음 대로 할 수 있는 약하고 손쉬운 목표물.
93년 여름.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이제 4개월 즈음이었다.
학교 준비물로 챙겨 갔던 탬버린,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3종 악기가 담긴 주머니를 신나게 머리 위로 돌리면서 집으로 가는 하굣길이었다.
시내 변두리에 위치한 학교 주변은 거의 시골에 가까웠다. 학교를 나서면 길 옆으로는 미나리 밭이 있었고 회색빛 도랑이 흘렀다.
"으앗"
친구들과 까불거리며 놀다가 악기 주머니를 도랑에 빠뜨린 나는 왈칵 눈물이 났다.
엄마한테 혼날 것이 분명했다.
한번 잃어버린 후에 엄마가 큰맘 먹고 비싼 값의 악기 세트를 다시 사주셨기 때문이다.
도랑은 흘렀고, 친구들은 소리를 질렀고 나는 눈물이 났다.
엉엉 울며 나뭇가지로 악기 주머니를 건져보려 애썼지만 나뭇가지는 부러졌고, 내 몸은 도랑 아래로 미끄러졌다.
옷도 엉망이고 손바닥은 까져 피가 나고 악기세트는 계속 도랑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기다리던 친구들은 이제 그만 가자며 재촉했지만 나는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뒤 갑자기 미나리밭 뒤쪽 비닐하우스 근처에서 주름진 얼굴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나타났다.
그는 까맣고 마르고 키가 꽤 크고,가슴 앞양쪽으로 포켓이 달린 셔츠를 입고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건져줄게"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종아리까지 적셔가며 회색빛 도랑물에 들어갔다.
흠뻑 젖어 건져 올려진 악기세트 주머니를 보며 엄마한테 혼날 걱정이 앞섰다. 이거 이제 어떻게 하지.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씻어줄게. 이리 따라와"
"아녜요. 그냥 갈게요."
울고 있는 나를 보며,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악기세트를 씻어준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따라가기 싫었다.
몇 번이나 괜찮다고 집에 가겠다고 말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끈질기게 젖은 악기세트를 물에 헹구면 괜찮아지니따라오라고 말했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따라가기 싫었지만, '씻으면 진짜 멀쩡해질까? 괜찮아져서 엄마한테 안 혼날까?'라는 생각도들었다.
그 사이 친구들은 모두 집을 향해 떠났고,
그렇게 나는 혼자 학교 앞 도랑 위에남겨졌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밭도랑과 도랑 사이, 비닐하우스와 비날하우스 사잇길로 계속 앞서 걸었다.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손에 들린 악기세트를 인질처럼 생각하며 무기력하게 선택권 없이 뒤를 따라 걸었다.
점점 학교가 멀어지고 어디로 가는지, 어느 길로 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한참을 걷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던 와중
똑같이 생긴 비닐하우스들 중 하나로 쑥들어갔다. 나는 맥없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따라 들어갔다.
텅 빈 비닐하우스 안 구석에 빨간 고무대야 속 농업용수가 찰랑거렸다.
물을 퍼올리는 쉭- 모터 소리가 나고, 내 악기들은 물속에 잠기며 헹궈져 갔다.
하지만 여전히 갓 흙탕물에서 건져 올린 모양새였다.
이제 그만 집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이 몇 시인지, 여기가 어딘지도모른다.
이 똑같이 생긴 비닐하우스들 사이에서 큰길로 향하는 방법도 모르겠고
큰길로 나서도 거기서부터 어떻게 집에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예쁘게 생겼다며 머리를 쓰다듬고
옷을 더듬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를 여기로 데려온 사람이고,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지만, 지금 여기서 의지할 사람은 그 남자 밖에는 없었다.
"너 여기서 집 찾아갈 수 있지 않아?"
나는 정말 모르겠어서 이대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지 두려움이 가득 찼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검은색 카고 바지 속 주머니에 손을 넣어 차키를 찾았다.
파란색 1톤 트럭에 시동을 걸며 반대편 문으로 올라타라고 말했다.
먼지가 가득 묻은 파란색 트럭의 외관만큼 내부도 먼지가 가득했다.
찢어진 전단지와 젖었다가 말라 엉켜 붙은 신문들,무언가 먹은 흔적 같은 봉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조그마한 발 받침대를 겨우 딛고 트럭에 올랐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내가 살던 동네 초입을 찾아 헤매는 척했다.
거기가 어딘지 모르지 않을 텐데, 자꾸 모른다고만 했다.
얼마나 헤맸을까. 어딘지 알 수 없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셔츠앞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 하나가 나왔다.
"엄마한테 오늘 있었던 일 말하지 마"
'우와 500원이다. 과자랑 아이스크림 사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내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나를 도와주고도 나한테 돈을 주네? 왜 이러는 걸까?'라는 생각이 연이어 들었다.
동네 초입에서 한참 떨어진 황량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나를 버리듯 내려주고 간다.
그제야 나도 모르게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며받아 든 손바닥 위 500원짜리 동전을 쳐다본다.
엄마한테 오늘 일을 말하지 않는 대가의 500원.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동네 초입부터 시작된 울음은 집 어귀에 다다랐을 때 가장 커져있었다.
내가 마당에 들어서자 욕실에서 손빨래를 하던 엄마가 내 울음소리에 놀라 욕실화를 신은 채 달려 나왔다.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엄마는 파란색 앞코가 막힌 욕실화를 신고 경찰인 아빠 친구에게 내달렸다.
나는 그다음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날 우연히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고, 별다른 일을 당하지 않았다.
몇 시간이었지만 그것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가까웠다.
내가 집으로 돌아온 것은 그저 그 남자가 그만큼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을 뿐.
나는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없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기억이 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주름진 얼굴, 피부색, 그날 비닐하우스 안의 적막함, 트럭 안의 냄새, 전단지의 방향까지.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그보다 조금 더 나쁜 사람이었다면, 나는 지금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을까.
어린아이를 향한 폭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사람은 나보다 약한 존재를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보호를 할지, 이용을 할지는 여전히 힘 있는 어른들의 몫이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