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
여행 유튜버 원지 씨는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엄마, 언니와 함께 판잣집 단칸방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밤 9시에 단수가 되고 공용화장실을 써야 하는 열악한 환경은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도 되지 못했죠. 좁은 공간에서 그녀를 버틸 수 있게 해준 건, 세렝게티 다큐멘터리.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언젠가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됩니다.
개그맨 신동엽 씨는 늘 학교 졸업식마다 혼자였습니다.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와 몸이 아프신 어머니가 졸업식에 찾아오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죠. 그의 사정을 아는 친구가 본인의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식사 자리에 동엽을 초대하지만, 눈치가 빠른 동엽은 그의 부모님이 가족들끼리 식사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죠. 그래서 동엽은 밥값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식사하는 내내 친구 부모님이 잘 모르시는 친구의 이야기를 쏟아내면, 친구 부모님은 동엽의 이야기를 무척 흥미롭게 들으셨습니다.
그 후로 몇십 년이 흐른 지금, 원지 씨는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여행 유튜버가 되었고, 신동엽 씨는 국민 MC가 되었습니다. 이 두 사람이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한 가지 공통적인 요인이 있었는데요. 그 요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습니다.'공간'이라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원지 씨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게 만든 것처럼, '부모님의 자리'라는 무료 카지노 게임이 신동엽 씨를 온 국민에게 사랑받는 개그맨이자 MC로 만들어주었죠.
사람들은 보통 무료 카지노 게임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인식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죠. 누구나 부족한 것보다는 넘쳐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하지만 책 <무브업의 저자 성일레인 작가의 말처럼, 사람의 능력은 문제에 부딪혀야 나타납니다. 이를 테면 시험일이 코앞에 닥쳐야 공부가 잘 되는 것처럼 말이죠. 애초에 태어나기를 풍족하게 태어나면 내 능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지만 무료 카지노 게임이 있는 사람은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을 내 능력으로 채워나갈 기회를 갖게 됩니다. 즉, 현재의 내 무료 카지노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것이 나의 영원한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될 수도 있고 미래의 성공을 거머쥘 열쇠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릴 적 저의 무료 카지노 게임은 '내 의견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안의 막내로 자란 저에게는 발언권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학교에서 발표할 일이 있으면 척척 손을 들고 발표를 잘했지만, 이상하게도 친구들 사이에서 오늘 무얼 먹을지, 어디로 놀러 갈 것인지와 같은 일상적인 의견을 낼 때에는 늘 친구들 의견에 따라다녔죠. 그래서일까요? 성인이 되어 글을 쓸 때마다 저는 묘한 쾌감을 느꼈습니다. 처음엔 내 감정과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일이 낯설고,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될까 독자들의 눈치를 보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저를 막을 수 없을 만큼 글을 쓰는 일이 좋아진 것입니다. '성공'이라고 말하기까진 어렵지만 저는 그 무료 카지노 게임 덕분에 지금 작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여전히 채우지 못한 무료 카지노 게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료 카지노 게임을 무료 카지노 게임이라고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이 있다는 건 더 강해질 일만 남았다는 뜻이니까. 지금의 무료 카지노 게임이 훗날 나에게 어떠한 성공으로 되돌아올지는 무료 카지노 게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에 달려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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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는 마케터이자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특강(2025.02 출간 예정),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를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