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은 저예산으로 이루어졌고, 장르적으로나 과정으로 봤을 때 엄연한 독립영화이건만 따로 다양성 영화 지정신청을 하지 않은채로 다른 상업영화와 다를 바 없는 조건 속에서 정면돌파한 <카지노 쿠폰라는 영화는 열악한 상영 조건 속에서도 큰 호응을 받았고, 입소문을 타고 상영기간과 상영관을 확보하며 승승장구하는 또 하나의 기적을 일구어내었다. 개봉 당시 미국에서 거주할 때여서 극장에서는 보지 못하고, 한참 후에야 친구와 집 앞 작은 까페에 앉아 이어폰을 한 쪽씩 끼고 <카지노 쿠폰를 보았다. 영화가 끝난 후 앉은 자리에서 같이 영화를 본 친구와 아주 오래오래 대화를 나누었다. 많은 생각이, 또 감정들이 온 머리와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나온 후에도 그 모든 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 집에 오는 길을 혼자 느리게 느리게 걸어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장 먼저 들었던 감정은 <카지노 쿠폰를 관람한 많은 관객들이 그랬듯, ‘부끄러움’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해되지 않는 단어들과, 상황들과 역사적 사건들과, 그들의 마음들이, 나의 무지와 무관심을 드러내보이고 입증하는 것만 같아서 그게 너무나 부끄러웠고, 영화의 중심보다 부수적인 요소에 정신이 팔려서 순간순간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고, 그런 역사와, 죽음과, 노고를 딛고 서서, 지금 당장 눈 앞에만 보이는 자신의 손익에만 급급해 외려 서로 싸우고, 발톱을 세우고 전전긍긍해 살아가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에 부끄러웠고, 나의 짧은 시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상과 욕심들이 부끄러웠으며, 살아있음이 부끄러웠고, 그들과는 다른 이유로, 이 시대에 예술을 하는 것, 아니 스스로를 그리 칭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 나의 딱딱한 마음과 굳은 목이 부끄러워졌다.
두번째로는 질문을 했다.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이라면 문학이 무슨 소용이 있니?”라던 몽규의 질문에 스스로 몇번이고 반복해 대답했다. 미국에서 유학을 했고, 꽤 큰 미대를 들어갔고, 졸업을 했다. 몽규의 이 질문은 대학교 1학년 때 나에게 ‘넌 왜 예술을 하는데?’라고 질문하곤 ‘제가 좋아하니까요’라는 나의 대답에 ‘그건 좀 너무 이기적이지 않니?’라고 했던 한 선배의 말처럼 나의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아직도 나는 종종 질문한다. 과연 현재, 이곳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이며 그가 갖는 의미는 또한 무엇일까. 시를 사랑했던 청년 카지노 쿠폰, 그에게도 어른들과 사회는, 몽규와 그 스스로는 끊임없이 질문한다. ‘과연 오늘과 같은 때에 문학과 시는 무슨 소용이 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지노 쿠폰는 계속 시를 쓰고 우리에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한 권의 시집을 남긴다. 그 시집은 오늘 날 우리에게 <카지노 쿠폰라는 영화로 다시 살아났고, 그런 의미에서 이준익 감독은 그 질문에 그만의 방법으로 대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그동안 수없이 윤카지노 쿠폰와 그의 시에 대해서 배워왔고, 공부해왔지만 그 모든 지식은 머리에서 그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영화 <카지노 쿠폰를 통해서 그 수많은 배움들은 비로소 머리에서 마음으로 내려왔다. 배움이 단순히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고 ‘느낀다는 것’. 이준익 감독은 영화의 힘을 이용해 지금의 많은 카지노 쿠폰와 몽규들에게 시대정신을 질문하고 그에 따른 우리의 행동과 역할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지금 이 시대에 내가 예술을 하고 글을 쓰고, 이야기하고, 지키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마음으로 그런 생각들을 향유하고 살아내가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는 관객에게 어떠한 간접적인 체험과 시점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각자가 대답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행동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다음으로 내가 취해야 할 행동과 태도는 무엇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그 다음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감정들과 생각들이, 여태껏 수 많은 영화들과 사건들을 통해 나를 스친 생각들과 계기들처럼 금방 스쳐가는 것은 아닐까, 잊혀지지 않을까. 난 또 다시 무뎌지지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순간 찾아들었다. 다시 이전처럼, 개인의 소소한 사건 사고에, 개인의 욕심과 허영에 눈이 가리워 다시 또 눈 앞의 당장 반짝이는 것을 쫓기에 급급해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가진 않을까 두려워졌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나를 변화시키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두려웠고, 혹여 그렇다 하더라도 그걸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내가 될까 두려웠다. 결국은 나의 이 인생이, 젊음이, 나란 사람에게, 또 나란 사람의 약함과 두려움에 낭비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두려웠다. 결국은 나도 이 고민들 가운데, 그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고 순응하게 될까봐, 그것이 너무나도 두렵기만 하다.
마지막이영화가나에게남긴것은그래도‘소망’이었다. 카지노 쿠폰에게는몽규가있었고, 그를도와주고자했던선생들과, 그가시를사랑하는것만큼그의시를사랑했고, 위험을무릅쓰고도그의시집출간을위해노력했던쿠미와같은사람들이있었듯, 몽규와함께나라의독립을꿈꾸고정의를도모하며행동했던학생단체와친구들, 선생들이있었듯, 언제나꿈을꾸는이에게는한곳을함께바라보고뜻을모을수있는사람들이있지않을까하는소망이마음속에어렴풋이자리잡았다. 그리고언젠가는그모든노력과수고가빛을발하는날이오지않을까. 그리고이준익감독님은이영화를만드는모든과정에서<카지노 쿠폰를통해전하고자했던정신을그스스로어느정도이룩한것이아닐까,라는생각이들었다. 숫자와인지도가목적이아닌, 시인카지노 쿠폰와운동가몽규에대한그의진심이, 넉넉하지못한상황속에함께했던스태프들과연기자들에게전해졌고, 그들의그한마음한뜻이, 오늘날우리관객에게전해진것이아닐까생각이된다. 그가말하고자한이상을실현시킨<카지노 쿠폰, 머리로아는것을비로소가슴으로, 또우리의삶으로끌어온영화, <카지노 쿠폰. 오랜시간이지나도록잊지말아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