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주인공이 되는 것도 괜찮아
축구판에서 '유럽 축구'는 왕이다.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팀들이 다 유럽에 모여있으니 그렇다. 축구장 뒤편에서도 유럽 축구는 다른 의미로 계속 주인공이다. 영국이나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에서 쓰인 외신은 가장 인기 있는 기사 소스다. 유럽에서 온 카지노 게임 추천가 한국 축구장에 등판하면 그는 곧장 취재거리가 된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곧 기사 제목이 된다. 일례로, 몇 년 전 한국과 콜롬비아의 국가대항전을 취재하러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간 적이 있다. 독일에서 친하게 지내던 카지노 게임 추천 몇 명이 한국으로 휴가를 왔다가 마침 하메스 로드리게스(당시 바이에른 뮌헨)가 서울에 있다고 하니 겸사겸사 취재를 하러 왔다. 한국 카지노 게임 추천 몇 명은 그들에게 다가와 하프 타임에 인터뷰를 짧게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경기 후에도 타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내게 와서 '쟤네한테 이런이런 멘트 좀 따줘라'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당시 나 역시 휴가로 갔다가 겸사겸사 들른 차였다). 실제로 그들의 기사가 현지에서 얼마만큼 입지가 있고, 그들이 속한 언론사의 공신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독일에서 온 카지노 게임 추천라는 타이틀이 가져오는 특별함. 그게 큰 역할을 했다.
반대로 한국에서 온 카지노 게임 추천는 독일에서 어떤 존재일까?
이 이야기를 하기 전 베트남에 출장을 갔다가 생긴 일화를 먼저 쓰면 좋을 것 같다. 그때도 국가대항전을 취재하러 베트남에 향했다. 한국은 베트남에 비하면 엄청난 축구 강국이다. 아시아의 호랑이(었으)니까. 그런 축구 강국에서 온 나는 베트남 취재석에서 인기쟁이였다.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하러 오고, 나의 멘트가 그들 기사의 타이틀에 걸리고, 심지어 10번이 잘한다고 했더니 그 선수와 나를 엮어서 스캔들마냥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유일하게 알고 있는 베트남 선수, 콩푸엉. 베트남에 출장을 간 한국 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다들 이렇게 주인공이 된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독일에서는 '당연히' 반대다. 그들은 나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 지역별로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긴 한데 - 상대적으로 작은 킬에서는 굉장한 흥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 뮌헨에서는 같이 어울리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이다. 가끔씩 한국에서 취재를 오면 독일 카지노 게임 추천 몇 명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경우는 봤다. 솔직히 조금 민망하다. 카지노 게임 추천끼리 왜 서로를... 물론 클릭수는 잘 나오겠지만.
나는 알리안츠 아레나에 7년째 출입을 하고 있는데 이 기간 동안 친해진 카지노 게임 추천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다. 현장에서 다섯 마디 이상 나누는 동료는 많아야 세 명. 이 정도도 훌륭한 성과다. '동양에서 온 카지노 게임 추천'는 딱히 네트워킹을 할 상대로, 친하게 지내서 득이 될 상대도 아니다. 나는 그저 바이에른을 한국에 조금 더 친근히 알리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이따금 원정을 오는 한국 선수들 소식을 전하겠다는 의지 하나로 계속 알리안츠 아레나를 다녔다. 정우영이 잠깐 있을 때도, 그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많은 유망주 중 한 명이니, 내게 그의 숨겨진 정보를 원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는 아무도 없었다.
김민재가 오고 분위기는 달라졌다. 입단 카지노 게임 추천회견에서는 평소에 내게 관심도 없던 이들이 줄줄이 와서 연락처를 받아가고, 경기 당일 프레스룸에서는 인사를 하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물론 이런 관심이 싫지는 않았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보단 나으니 말이다.
예전에 정우영에 대해 정보를 주고받으려 늘 내가 먼저 연락했던 카지노 게임 추천 P는 이제 거의 매 경기(!) 내게 먼저 연락을 한다. 한글을 물어보고, 그 한글을 자신의 신문 1면에 싣는다. 김민재의 별명에 대해 나를 통해 취재한 후 기획 기사를 쓴다. 그는 최근 <빌트가 낸 김민재에 대한 악의적 오보에 반박을 하고자 나를 인터뷰해서 정정 기사를 내기도 했다. 또 다른 언론사의 K는 김민재가 꽤나 좋은 인터뷰이임을 감지했는지 내가 믹스트존에 있을 때마다 '나중에 인터뷰에서 중요한 부분을 독일어로 보내줄 수 있겠냐'라고 묻는다. 정중하게. 이런 접근은 오히려 좋다. 이적 초반에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전혀 안 해서 기사가 좀처럼 안 나왔는데 내가 번역해서 몇 언론사에 돌리면 금세 나오니 말이다. 김민재가 얼마나 의미 있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정점은 바로 어제, UEFA 챔피언스리그 파리생제르맹(PSG)전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골을 넣었고, 그 골이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자 결승골이 됐고, 클린시트로 끝났고, 김민재는 이 경기의 최고 선수로 선정되었다. 무려 PSG를 상대로. 바이에른 이적 후 큰 경기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못 보여준 게 못내 아쉬웠는데 이날 그 아쉬움을 시원하게 털어버렸다.
김민재가 골을 넣고 하프타임이 됐다.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러 카지노 게임 추천실로 들어가는데 마주치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내게 인사를 건넸다. 눈을 마주쳐도 인사하지 않던 차가운 애들마저 말이다. 친하게 지내던 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오늘 김민재가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후반전에 한골 더 넣을 것 같아!", "오늘 너 잘 왔네"라며 한 마디씩 건넸다. 이런 분위기 영 어색한데요.
사실 내심 카지노 게임 추천 주인공인 경기로 끝났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으로 내려갔다. 나랑 의도적으로 눈을 마주치려는 카지노 게임 추천 무리가 몇 명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분위기가 조금 불편해 시선을 계속 핸드폰에 두거나 허공을 바라봤다. 오랜 기다림 끝에 김민재가 나왔다. 카메라가 잔뜩 있는 플래시 인터뷰 스팟이 분주해졌다. 해리 케인,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뮐러 등이 모두 빠져나갔는데도 진을 치고 있던 이유는 오직 김민재 때문이었다. 그들은 김민재를 반드시 인터뷰해야 했다. 그가 이 경기의 핵심이니 말이다. 김민재는 이번에도 조금 뜸을 들였다. 외국어 인터뷰가 영 어색해서 그랬을 테다. 이미 키가 큰 독일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우르르 가서 진을 쳤으니 나는 뒤에서 구경이나 해야겠다 생각했다. 저거 끝나고 갈 때 다시 한국어 인터뷰를 요청하면 되니까.
그렇게 뒤에서 서성이는데 갑자기 어디서 "어, 그 한국 카지노 게임 추천는 어디 갔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나? 그러더니 누군가 내게 와서 "이리 와, 너 저기 앞에 가서 서야지"라며 인터뷰 스팟으로 날 데려갔다. 곧 커다란 벽이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쩍 갈라지고 나는 가장 앞자리로 밀려 들어갔다. 너무 귀엽고 웃긴 상황이었다. 이런 배려는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다. 나는 얼떨결에 김민재의 영어 인터뷰를 가장 앞자리에서 찍었다.
그 인터뷰가 끝난 후 재빨리 다시 자리를 옮겨 따로 한국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때도 역시 내 뒤는 독일 카지노 게임 추천들로 커다란 벽에 세워졌다. P는 옆에서 '이것도 좀 물어봐줘'라고 속삭였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다들 슈렉 고양이 눈을 하고 내게 김민재의 멘트를 독일어로 번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더니 따로 인사를 하고 통성명을 하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까지. 참 이런 경우가 다 있네 - 싶었다.
뭐, 길게 말할 필요 있나. 김민재 효과다. 저런 대형 선수가 있으니 내 어깨도 덩달아 올라간다. 비단 김민재뿐만 아니라 어떤 한국 선수여도 그렇다. 한국 선수가 못하면 괜히 나까지 어깨가 쪼그라들고, 잘하면 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세등등해진다. 축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내 자아는 경기장 위 한국 선수의 퍼포먼스에 따라 천차만별로 바뀐다.
알리안츠 아레나 출입 7년 차에 이런 기분 좋은 경험을 다 해본다. 다들 각자만의 이득을 위해 이렇게 배려해 주고, 친하게 대하는 거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심심하진 않으니 좋다.
잘 뛴 축구선수 하나, 여럿 기 살려준다!
사진=정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