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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문 Feb 09. 2025

새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간 까닭은?

리사 리드센(2024). 새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가는 날. 북파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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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북위 56도에서 북위 68도에 걸쳐 위치한 나라이다. 북반구에서 얼마나 위쪽인지 가늠해 보자면 대한민국 38선을 생각하면 쉽다. 38선이 뭐냐고 물어보지 마시라. 그렇게 북쪽에 위치한 곳에 사는 새들은 항상 남쪽으로만 날까? 그럼 범위를 넓혀 북유럽 국가의 새들은 씨가 말랐을 것 같다. 추측건대 겨울이 되면 그곳 새들도 분명 따듯한 남쪽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반대로 북쪽 지역으로 날아오는 새들도 많을 텐데 그건 계절이 달라졌을 때 '자연'스럽게 그랬을 것 같다. 당연지사 같은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제목이 뻔함을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그랬던 것 같은데 말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이리저리 생각해 봐야 나올 답이지만 새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가는 까닭은 쉽게 답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그러고 보니 자연스럽다는 것 중에 아주 자연스러운 것은 '죽는다'는 것 같다. 태어나는 건 꼭 자연스럽다고 하기엔 짝짓기라는 과정을 대게 거치니, 내가 살아있다는 건 누군가 짝짓기를 한 결과물이지만. 짝짓기를 한 누군가와 그렇게 세상에 나타난 누군가도 어느 날 세상 밖으로 떠나는 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고 보니 이때 자연스럽다는 말이 그 말 '자연'이란 단어와 같은 말이란 걸 지금 생각했다는 걸 고백해 본다.


책 제목이 아주 평범해서 손에 잡은 책. 그러다 책 뒷면 출판일을 보니 초판 1쇄 발행일은 2024년 12월 18일이고, 초판 2쇄 발행일은 2024년 1월 3일이다. 원서 발행일은 2024년으로 아주 따근따근한 책이다. 아직 온기가 책 안에 남아있는 것 같다. 바라건대 이 기운이 영원했으면 좋으련만, 때가 되면 새들도 무료 카지노 게임 날아가고. 때가 되니 누구든 무료 카지노 게임 나아갈 것 같은. 생명이 다 하는 날 가는 곳이 남쪽인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그럴 것 같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진실되게 믿게 만든 책.


책 디자인이 따듯해 보여 추운 날씨 때문인지 눈에 확 꽂혔다. 그래 읽어보니 처음 몇 장 읽다 짜증 나서 덥어버리려고 했다. 이렇게 평범한 책이라니. 처음엔 그랬다. 생각해 보니 오체불만족이라 그러려니 다독여 다시 책을 잡았더니 그제야 책이 전하는 온기가 몸에 오래오래 전달되었다. 추운 날 손난로같이 한방에 추위를 날리지 못하지만 그 따스함에 얼마 남지 않은 올겨울도 곧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그렇게 시간처럼 계절도 '자연'스럽게 지나갈 테니 조급하지 말기를 다짐하게 만든 책. 결국, 새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가는 날, 그날에 주인공 보도 세상을 뜬다. 언젠가 나도 그럴 것 같아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성애 낀 차 안 유리창 성애가 이내 걷히듯이, 생각이 무료 카지노 게임 휙 날아갔다.


5월 18일 목요일 소설이 시작돼서 10월 13일 금요일 주인공 보는 남쪽으로 떠난다. 이때 북쪽으로 떠난다고 하면 정말 싫을 것 같다. 겨우 5개월 남짓 한 시간인데, 그 안에 보가 몇 살인지 알 수는 없다. 하기야, 이것이 뭐 중요하겠냐 만은. 그는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 있는 아내와 유일한 아들 한스, 그리고 그가 남긴 딸 손녀 호박벌 엘리노르를 두고 이승을 건넌다. 다행인 건 스웨덴의 우월한 복지시스템 덕분인지 보의 마지막이 추레하지 않다. 그래서일까 그가 떠나는 마지막을 지켜본 요양보호사 잉리드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고독사가 아니라서 말이다.


죽는 것이 '무료 카지노 게임'스럽지만 그 과정에 부수적인 외로움과 고독은 어쩔 수 없으니, 그럼에도 그는 애완견 식스텐의 온기와 스스로"창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는 무료 카지노 게임 날아가기 위해 두루미들이 모여드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행복했을 것 같아 급하게 다가온 온기를 품으려 부지런히 급하게 이 글을 남기고 있어서 이 또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도 이렇게 새들처럼 무료 카지노 게임 떠났으면, 티 나지 않는 자연스러움으로 말이다.


얼마나 살았는지 알 수 없는 노인 보는 치매에 걸려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와의 추억과 향기를 보관하려 그녀의 스카프를 항아리에 보관하지만. 몸은 그 항아리를 열지 못할 정도로 보의 생각을 따라주지 않는다. 그를 곁에서 지켜주는 건 반려견 식스텐. 이러니 반려견이어야만 하지 않을까? 애완견이 아니라. 그런 그에겐 유일한 아들 한스가 있어도 어쩐 일인지 내 자식이지만 자꾸만 한스가 섭섭하게 하는 것 같다. 따로 살아서가 아니라. 몸이 따르지 않아 반려견과도 산책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 그의 유일한 의지처 식스텐마저 자기한테 떼어놓으려는 것 같아 여간 자기 아들이 미운 게 아니다.


그런 부자와의 소소한 갈등은 자기보다 먼저 남쪽으로 떠난 친구 뚜레를 보내는 장례식장에서 역시나 '자연'스럽게 아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건 늙기에 어쩔 수 없지만, 마음에 어떤 생채기도 남기지 않아 결론이 아름답다. 마지막 가는 길에 식스텐이 함께해서 책을 읽는 모든 이를 안심하게 만든 책. 굳이 내용을 적으려니 적을 게 없어 텅 빈, 그럼에도 생각만큼은 머리를 꽉 채우게 만든 책. 잉리드가 요양 일지에 남긴 것처럼"고통 없이 평화롭게 잠에 들었"기에나까지 다행이다 싶게 만든 책. 봄은 어쩔 수 없이(?) 머지않아 우리에게 오겠지만 그전에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든. 새들이 무료 카지노 게임 날아가는 그 단순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은 책. 사는 것이 별것 없듯이, 죽는 것도 별 뜻 없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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