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2010). 고령화 가족. 문학동네.
"누군가를 돌보고 자신을 희생하며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삶...... 거기에 비추어보면 나의 삶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삶이었던지."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뭐요? 천명관이 그가 쓴 소설 고령화 가족 후기에 쓴 말이다. 태국을 한 달 동안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다 한적한 바닷가에 들렀는데, 그때 어린 삐끼가 다가와 이것저것 필요한 것을 그에게 제안한 모양이다. 그게 삐끼가 하는 일이니까. 그가 계속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을 하자 그 어린 삐끼가 했다는.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뭐요?
소설을 읽으며 소설에 바라는 바가 도대체 뭘까? 이렇게 전환될 것도 같은. 도대체 당신이 원하는 것이 뭐요?라는 질문은 현재 내 머리를 강타했다. 난 살면서 도대체 뭘 원했던가? 다시 소설로 돌아와서 소설을 읽는 이유가 시간이 되니 읽는다고 치고, 그런 소설에게 바라는 바가 있기나 한 것일까? 있다면 뭐지? 지금 답하라면...... 재미 같다. 남는(?) 시간을 들여서 침침한 눈을 비벼가며 읽는 소설. 남들은 이미 영상의 시대로 넘어가도 한참을 넘어갔다고 주장하기에 반박을 할 수 없지만. 그런 나에게 하는 한마디. 재미 말고 뭘 더 바라니?
소설을 읽다 보면 뭔가 자꾸 겹치는 것 같다. 새롭지 않은. 어디서 비롯된 거지? 기시감 말이다. 우리 집안 얘기 같다고? 아님 당신 얘기? 그렇지 않음에도 뭔가 알 것 같은 기운은? 살면서 남들에게 멋진 모습만 보이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현실 혹은 그렇게 되지 않는. 그러니 어떻게든 감추고 싶은데 말이다. 우리 솔직해지자. 당신이나 나나 찌질한 모습 살면서 한 번 정도 보여준 적 있지 않던가? 더 많다고? 한 번도 없다면 이글 읽지 마시라. 당신이 더구나 잘생기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면 이 책은 재미없다. 굳이 찌질한 인생을 알아서 어디다 써먹으려고?
내 안에 가득 용기가 없으니 드러내지 못하고 멋있는 척, 잘난 척, 아는 척했던. 그걸 지금 생각해 보면 찌질한 거지만. 그럼에도 작가 천명관이 살아온 인생과 시대는 정말 그때 그랬지 싶다. 작가가 그렇게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알았다는 의미에서. 아니, 그랬을 것이다. 잘 나간다는 집안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그 안에도 온갖 구설이 팡팡 튀는 것처럼 경제력이 거의 제로 수준에 가까운 집안. 고령화 시대에 고령화 가족이란 제목이 별나지 않아서 맘에는 들지 않았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죽고, 그 보상금으로 30평형대 아파트를 얻을 수 있음에도 금액 반은 형이자 직업이 백수인 오함마가 다 말아먹고. 알고 보니 그 형도 나와는 아버지가 다르다. 엄마는 딴 남자와 바람피우다 애를 낳고 집에 들어왔는데, 그 딸이 내 여동생 미연이다. 그녀 또한 진짜 딸 민경을 둔 이혼녀로 20평대 엄마 집에 몰려든다. 그럼 난? 나름 영화감독이랍시고 영화를 만들다 쫄딱 망해서 갈데없이 엄마 집에 들어온 그나마 가방끈 긴 백수. 처음엔 엄마 집에 엄마와 오함마만 있었는데, 여기에 나와 동생 미연이, 그리고 미연이 딸까지. 이러니 집안이 온통 날리부르스였었는데.
나중에 오함마가 가출한 조카 민경을 다시 데려오고, 그로 인해 오함마는 캄보디아로 미용실 아줌마와 도망가고, 나름 능력자 미연은 세 번째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하고, 여기에 엄마는 한때 바람피웠던 그때 그 남자를 다시 집안으로 불러들이고. 그런 나는? 쿨하게 육체적 관계만 맺던 후배가 이혼녀가 되어 캐나다에서 돌아왔다는 설정. 그러니 다시 만나고...... 내용이 어딘가 극단으로 치달리는 느낌만 제외하면 어디 익숙하지 않던가? 뭔가 겪어본 것 같은, 익숙함. 그저 변두리 인생. 그런데 이 책은 뻔뻔하다. 그러니 삶이 구차하지 않다. 우리 삶 말이다.
이들이 벌이는 가족 드라마는 아주 슬프지도 마냥 웃을 수도 없지만 국물 맛은 진한 사골 같은 느낌이었다. 작가가 시대를 보는 감각이 너무 날카로워 고루한 내 생각이 크게 베였다. 그가 쓴 소설 〈고래〉만으로도 두 엄지손가락 바짝 올리지만. 정작 나를 멍하게 만든 건 재미만은 아니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를 돌보고 자신을 희생하며 상대를 위해 무언가를 내어주는 삶. 여기선 엄마지만, 그런 삶에 비춰보면"나의 삶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삶이었던지"라는 문장 때문에 한동안 멍했었다. 그랬기에 난 답을 할 수 없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원카지노 게임 사이트 것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