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 네 살 아이의 말들
오후 4시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네 살 아이 (만 35개월 20일)와 마트에 들렀다.
요구르트, 요거트, 딸기, 치즈, 곰돌이 젤리, 가끔 빼빼로. 그리고 내 맥주.
중간에 핫도그 가게에 들러 2,500원을 주고 주문과 즉시에 만들어주는 쫀득한 핫도그도 하나 먹는다.
"어? 경찰차!!! 엄마도 봤어, 경찰차?"
"와, 사다리차다! 엄마도 봤어, 사다리차?"
"빵-빵빵- 엄마, 왜 저 차가 지금 빵빵 거린 거야?"
마트까지 가는 두 번의 횡단보도와 자동차들 사이에서도 아이는 눈길이 가고, 궁금한 것이 많다. 이런저런 대답들을 해주고, 가끔은 이상한 대답도 만들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돌아오는 길에는 한가한 초봄의 놀이터에 들러 한 바퀴 쉬익- 돌기도 한다.
"왜 놀이터에 사람이 하나도 없지?"
- 추워서. 겨울에는 추우니까. 봄이 되면, 다시 누나도 형아도 친구들도 북적북적할 거야.
겨울의 끄트머리. 놀이터에서 카지노 쿠폰을 보낼 수 없는 겨울은 꼭 동굴 속의 겨울잠을 자는 곰 같다.
아이는 해를 덜 보고, 집 안에서 엄마와 마주 앉아 사부작사부작 고요한 카지노 쿠폰들을 보낸다.
카지노 쿠폰 돌아와 손을 씻기고 요거트와 딸기를 먹이려고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기차 책! 내 기차 책! 지금 얼른 어린이카지노 쿠폰 가야 해! 기차책 가져와야 해!"한다.
기차 책? 그게 무슨 말이야? 기차 책이 뭐야? 얼마 전 도서관에서 빌려온 기차 책 다섯 권은 여기 식탁 위에 그대로 있는데.
- 서후야, 기차 책 여기 다 있어.
"아니, 아니 이거 말고 내 기차 책!"
일단 흥분한 아이에게 지금은 여섯 시라 어린이집 문이 닫았으니, 기차 책은 내일 가지고 오자고, 일단 딸기나 먹자고 달랜다. 아직도 발을 동동 거리는 네 살 꼬마. 10분이 지나고 깨달았다.
어린이카지노 쿠폰 오늘 아침 들고 갔던 기차 책.
전동기차를 사며 딸려온 손바닥 만한 기차 브랜드의 홍보 책자 같은 것. 그 브랜드에서 다양한 기차들을 사진으로 박아 놓았다. 아이는 한동안 그걸 침대에도 갖고 들어와 자면서도 꼭 쥐고 잤다.
기차 트랙 세트에 십만 원 이십만 원대. 건전지가 들어가는 전동 자동기차는 하나에 2만 원에서 5만 원씩이다. 헝가리에서 일하는 남동생 (아이의 외삼촌)이 지난겨울, 기차 세트 하나와 전동기차 하나를 사주고 갔고, 산타할아버지 선물이라며 전동기차 2개를 더 사주었다. 그리고도 또 갖고 싶은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언제 와?" "다음 겨울에-",
"안돼, 오늘 또 와야 해, 내일 또 와야 해. 이 기차도, 저 기차도 사줘야 해."
이런 대화를 한동안 매일 아침에 했었다.
그 기차책을 어린이카지노 쿠폰 놓고 왔던 것이다.
발을 동동 거릴 만도 했지. 다음날 찾아왔다.
아이의 기억력은 매번 참 세세하다.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 내가 흘리듯 던져놓은 말들을 모두 꼭꼭 잘 기억하고 있다. 이를테면, 혼잣말로 "하울이 집에 물통을 가지고 와야 하는데.", "엄마, 물통을 왜?", "지난주 금요일에 하울이 형아 집에 놓고 온 서후 물통 챙겨 와야 하거든." 그렇게 시간이 없어 쑥 집으로 들어와서 저녁에 목욕을 하다 말고, 아이가 말한다. "물통! 엄마, 물통 우리 안 가지고 왔어."
엄마의 말, 아빠의 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 선생님의 말들. 아이는 모두 놓치지 않고 다 듣고 있는다.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는다. 아이의 세상은 그런 것이겠지. 하루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모두 세세하게 기억할 수 있을 만큼 평화로울 것 같다.
관리비, 세금, 월세, 카드 값. 보험료. 오늘 내야 할 것. 언제까지 처리되어야 할 것. 내일 만나야 하는 사람. 주고받아야 하는 말들. 잘 정리하고 완결되어야 하는 일들. 고3 수험생의 카지노 쿠폰표 같이 빡빡한 매일의 하루들로 정신이 없는 나의 세상과는 다를 것이다.
"엄마, 오늘도 정신이 없어?"
내가 무엇을 깜빡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에 아이가 가끔 던지는 말.
내가 얼마나 자주 "아, 오늘도 정신이 없어."라고 말했을까 싶다.
어느 날엔가는 "서후야, 오늘은 카지노 쿠폰 없어."라고 말하니, "카지노 쿠폰 왜 없어?", "응, 오후 다섯 시여서 이제 빨리 서둘러 가야 하거든.", "아니야, 엄마. 시간이 있어!", 단호한 아이의 말에 웃음이 나오며 "카지노 쿠폰 어디에 있어?"라고 물었다. 아이의 대답.
"카지노 쿠폰 집에 있지. 벽에 시계가 있잖아."
아이와 함께하며 카지노 쿠폰 없고 정신이 없는 생활은 더해졌지만, 그 중간중간 매번 웃음이 풍선처럼 찾아든다. 고되고 행복한 생활.
아이와 함께 자란다.
아이는 아이처럼 자라고, 나는 이제야 어른처럼 자란다.
바쁘고 빠듯한 마음으로.
2025년 2월, 마흔에 쓰는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