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나는 카지노 게임인가?'
덜컹거리는 지하철에서 영상을 보다가 느닷없이 자문을 했다. 분명 마흔 중반이 넘었으니 당연히 신체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카지노 게임이 분명 맞겠지만 지금 내가 묻는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한 OTT 채널에서 '카지노 게임 김장하'라는 다큐에 가까운 콘텐츠를 보았다. 보통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는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 김장하'는 달랐다. 1944년생 김장하라는 카지노 게임은 달랐다.
말이 아니라,
삶으로 자신이 카지노 게임이란 걸
증명해 내고 계셨다.
'남성당 한약방'을 약 60년간 운영하면서 자신이 설립한 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하고 시민사회 및 여러 단체에 지원을 했다. 오랜 기간 여러 형태로 장학금을 주셨고 그의 장학금을 받은 1세대 학생들은 벌써 60대가 훌쩍 넘었다. 김장하 선생님의 사회적 기여와 선행은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정작 선행을 한 선생님을 자신이 한 일을 숨기고 취재기자를 이를 파헤치는 숨바꼭질 같아 보이기도 했다.
정말 평생을 닮고 싶은 카지노 게임이 생겼다.
다큐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하며 살았는가? 나는 지금까지 카지노 게임으로 살았던가? 누군가 내 삶을 보며 이렇게 뜨거워짐을 느낄 수 있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물음에 답하기 힘들었다. 아니 그렇게 살지 않았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답할 수가 없었다. 아침만 해도 세상 모든 걸 아는 카지노 게임처럼 중학교 딸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던 게 생각나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장학 재단을 비전으로 세운 지 10년이 됐지만, 현실은 지금 17년 차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꿈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열의를 잃어가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런데 김장하 선생님의 다큐를 보고 다시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몇 년 전에 집 근처에 야학을 찾아가서 운영하시는 분과 얘기도 나누고 졸업한 학교 게시판에 무료로 꿈을 이루는 걸 돕겠다고 글을 써 올린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열정이 뜨겁다가도 금세 식기를 반복했다.
카지노 게임으로 살고 싶지만,
카지노 게임이 되기에는 아직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닐까?
2년 전부터 철학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철학자들의 원서를 읽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광활한 바다와 같은 사유의 세계에서 모든 철학자들의 궁극에는 '이타적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 안에서 시작된 물음은 타인에게로 향해 결국 느낌표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을 먼저 알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배우고 받은 것들을 결국 다시 나누고 환원하는 과정이 삶이 아닐까?
다큐에는 김장하 선생님이 걸어가는 뒷모습이 많이 나온다. 다소 구부정한 어깨와 살짝 흔들리는 걸음걸이는 세월에 연약해진 한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마치 자신 안에 선함을 다 내어주고 스스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때로 돌아가 마침내 자유가 되려는 이상적 존재가 보였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내 안에 선함을
세상에 나누며 살다 보면,
언젠가 깃털보다 가벼워지는 날,
마침내 나 스스로가 '자유'가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진정한 카지노 게임이 되는 날이 올 걸라 믿는다.
-진정성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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