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낀 날
07:30am
늘 아침 7시 반이면 집에서 나선다. 직장은 집에서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늘 아침 해를 마주 보며 운전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퇴근 길에도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마주 보며 운전한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래도 12월과 1월의 출퇴근 길은 다른 때와 사뭇 다르다. 아침마다 일출을 보며 출근하고 저녁마다 일몰을 보며 퇴근하기 때문이다. 낮이 가장 짧은 시기, 그 두 달 정도가 딱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출퇴근을 하는 시기이다. 때로는 농담처럼 별보며 출근하고 달보며 퇴근한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이미 멀겋게 해가 다 떠올랐거나 저녁인데도 지칠 줄 모르고 여전히 밝은 태양이 남아 있을 때보다는 이때가 더 좋다.
다르지 않은 아침
이 날도 다른 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매번 걸리는 신호등에 걸려 멍하니 앞을 쳐다보는데 이날따라 여명이 너무 아름다웠던 것이었다. 후다닥 휴대폰을 들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신호가 바뀌었다. '하필 꼭 이럴 신호가 바뀌나…….' 픽~하고 싱거운 웃음을 지으며 정신을 차리고 다시 운전을 시작했다. 늘 출근길에 또는 퇴근길에 그 아름다운 하늘이 아까워 사진에 담아두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 하다가 이날은 끝내 휴대폰 카메라로라도 이 풍경을 담았다. 붉게 물든 아침 하늘 아래 전조등을 켠 자동차들이 제 일을 찾아 부지런히 도로를 질주하고 이른 출근에 버스에 몸을 싣고 반쯤은 졸며 직장을 향해 가고 있는 이들, 그들의 앞에 초록불이 켜져 길을 터주는 그런 풍경.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다르지 않은 아침이다.
그걸 이제야 알았다.
일상은 늘 그렇듯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게 우리의 하루를 채우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지난 얼마 간의 시간 동안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식들에 때로는 불안해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환호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또 반복하며 지내왔다. 그러는 사이 고요히 시간을 채워가던 일상이 무던히도 흐트러져 버렸다. 그리고 지금! 뒤늦게 휴대폰 사진첩을 뒤적이다 저 사진을 보고서야 깨달았다. 나의 하루를 채워 주었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러가던 소소한 나의 일상, 그것의 소중함을 이제서야 알았다.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
이기주는 그의 책 "보편의 단어"에서 '불행의 반대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 가깝다.'라고 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일상을 빼앗겨 본 후에야 소소하게 흘러오던 내 일상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런 일상을 앗아간다는 것이 불행인 것이다. 일상을 정돈하고 오롯이 나의 삶의 일부로 다시 찾아와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외부의 누군가에 의해 나의 삶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겨울을 지내오며 얻은, 역사적이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교훈이다.
나 또한 적지 않은 나이이지만 나보다 세상에 더 일찍 태어나 더 험한 일들을 겪으며 살아온 인생 선배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던 날 젊은이들이 환호하던 그 군중 속에 혼자 조용히 눈물 흘리던 그 분의 일상은 이제 좀 편안해지셨을까? 하루의 가치가, 일상의 가치가 나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졌을 그 분의 일상을 응원해본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을 망가뜨린 그들을 절대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