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게임인 줄도 모른 채 지나쳐버릴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이야기
야구를 별로 즐겨보지 않는 나조차도 가끔 찾아보는 영상이 있다. 2000년대 초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김병현 투수의 영상이다. 특히, 공 9개로 3명의 타자를 잡는 그의 영상은 보면 볼수록 대단하다. 야구를 모르는 분들의 이해를 돕자면 양궁선수가 10발을 쐈는데, 그것도 숨도 안 쉬고 쐈는데 10발이 모두 과녁 정 가운데를 맞춘 셈이다. 그것도 지구상에서 야구를 제일 잘하는 '탈인간급'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말이다. 미국, 베네수엘라, 도미니카공화국 등 덩치 큰 타자들을 동양의 '왜소한' 투수가 화끈하게 제압해 버린 것이다.
그의 압도적 기량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없던 애국심도 뿜뿜 하게 만드는 기분을 자아낼 정도였다. 이런 그가 그가 뛰던 홈구장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오열하는 모습을 한 TV프로그램에서 보게 되었다.이제는 예능에 출연하는 연예인의 이미지가 더 익숙한 그... 그는 은퇴 후 너무나도 긴 시간이 지난 끝에 자신이 시합을 뛰던 애리조나의 홈구장에 팬미팅 행사 차 방문했고, 행사가 끝나고 야구장을 담담히 거닐던 그가 갑자기 오열을 터뜨려 버린 것이었다. 카메라가 4~5미터 거리를 두고 찍은 그의 옆모습에서 터져 나오는 눈물방울들이 보일 정도였다. 그때는 바로 아래와 같은 말을 하고 난 직후였다.
"내가 젊었을 때 이곳에서 카지노 게임였는데, 그때가 카지노 게임였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 버린 시간들이... 지금 와서 보니까 지나간 그 시간들이 아쉽네."
대한민국 대표 광고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박웅현 선생님은 한 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는 찬란한 순간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매 순간을 찬란하게 만드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살다 보니 결국 인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반복되는 것이더라고요. 내가 40대가 되면 달라지겠지, 내가 아파트를 사면 달라지겠지, 나중에 성공하면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이 찬란해져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매 순간이 찬란해지도록 노력합니다."
카지노 게임인 줄 몰랐는데 바로 그때가 카지노 게임였다고 말하는 김병현 선수, 찬란한 순간이 언젠가 올 줄 알았는데 그런 순간은 없었다고 말하는 박웅현 선생님. 바로 곁에 있던 파랑새가 바로 그들이 찾던 신비의 새였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던 동화 '파랑새'의 이야기.
박웅현 선생님의 말대로 찬란한 순간이란 없는 것이 아닐까? 김병현 선수의 말처럼 나도 나의 카지노 게임를 인식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나의 카지노 게임란 질척거리고, 짜증 나고, 불만족스러운 지금의 내 모습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by hup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