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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하연 Mar 16. 2025

처음, 카지노 게임 데이트 신청을 하다

곧 개학이었다. 아이는 마지막 자유시간을 앞두고 카지노 게임와 쇼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전화해 봐. 카지노 게임 좋아할 것 같은데."

아이는 며칠 고민하더니 전화를 걸었다.

"카지노 게임 저, 카지노 게임랑 쇼핑하고 싶은데 금요일에 뭐 하세요? 약속 있으세요?"

"약속 없지."

"그럼 저랑 고터(고속버스터미널)에서 만나요."

"정말?"


손녀의 생의 첫 데이트 신청에 카지노 게임의 설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둘이 몇 번 출구에서 만날지 약속을 정했다. 아이는 점심으로 뭘 먹으면 좋을지 맛집까지 검색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자주 카지노 게임를 만나왔다. 어릴 때 업고, 안고 해서인지 둘은 사이가 좋았다. 사춘기라 엄마에게는 쌀쌀맞아도 카지노 게임에겐 다정했다. 카지노 게임에게 말도 잘 걸고, 잘 웃었다. 그 시기는 시크함이 기본값인데 아이의 발랄한 모습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놀랐다.게다가 아이가 카지노 게임 자발적인 데이트 신청은 큰 의미가 있었다. 늘 관계는 일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상호적인 관계가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둘이 만나는 금요일. 아이가 준비가 늦어서 엄마에게 늦게 나오라고 전화를 걸었더니 벌써 출발했다고 했다. "할미가 먼저 가서 기다리는 게 낫지."라고 말했다. 엄마는 배려심이 넘쳤다. 내게도 아이에게도 편안한 사람이었다. 아이는 부랴부랴 잠바를 걸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이는 대부분 동네에서 시간을 보냈다. 고터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가는여정도 처음이었다. 버스로 한 시간이 걸리는 길. 잘 도착했는지도 궁금했다. 문자를 보냈더니 답이 바로 왔다.


초저녁이 되어 집으로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카지노 게임와 손녀의 첫 데이트. 그 서사가 궁금했다. 사춘기 시기의 모녀의 문제는 엄마는 아이의 생활이 궁금하고 아이는 답하기 싫어한다는 것. 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는 질문을 쏟아내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이가 한숨 돌리고 쇼핑한 옷을 꺼내 입었다. 춤을 추는 언니들이 입을 법한 힙한 바지였다.


"예쁜 것 잘 샀네."

"카지노 게임가 옷도 사주고, 밥도 사주고, 음료도 사주셨어."

"그래? 나중에 커서 네가 함미 사주면 되지."

"그래야지. 근데 카지노 게임 대단해. 내가 하면 길이 안 뚫리는데 카지노 게임가 가면 길이 생겨."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옷을 고르는 장면을 묘사하는 듯했다.

"나는 옷을 뭘 살지 모르겠는데, 카지노 게임는 딱딱 원하는 걸 잘 사시더라. 나도 다음에는 미리 뭘 살지 생각 좀 해가야겠어."


고터도 처음인데, 옷쇼핑의 경험도 얼마 없었던 중학생은 카지노 게임의 노련함에 놀라워했다. 아이의 성장은 자처럼 또렷한 선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고, 질문을 하는 모습에서 짐작할 뿐이었다. 카지노 게임와의 데이트는 세상으로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카지노 게임 또한 손녀가 이렇게 컸다는 걸 또렷하게 느끼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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