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이 ‘척척척’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탑승했다. 그날도 입국 절차를 밟으려고 다른 날과 비슷한 시간에 줄을 섰다. 하나 이상했던 건, 밖에서부터 줄이 길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고 안에 들어가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코너를 도는 순간 뱀의 해를 기념하듯 10번 이상의 똬리 줄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도 심각함을 느끼지 못했다. 늘 제시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항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나의 공항 취미)하며 시간을 보냈다. 고요한 동네에 살아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 건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패션도 다양했다. 공항은 그 자체로 커다란 잡지같았다. 20대로 보이는 중국 여성은 스케치북처럼 커다란 가방(앞 부분만 비닐)의 앞면에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을 가득 넣고 다녔다. 가방은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같았다. 집에만 모셔두는 아이돌이 아니라, 어디든 함께 다니는 아이돌이었다. 다리 뒷면에 화살표가 그려진 스타킹을 신은 사람, 한정판 나이키 운동화도 볼 수 있었다.
공항에서 과학의 발전도 볼 수 있었다. 전에는 자전거와 결합 된 안장이 달린 여행 가방에 앉아서 공항을 활보하는 아이들도 보며 신기해했는데, 최근에는 로봇처럼 자동으로 움직이는 캐리어에 타서 이동하는 사람도 있었다. ‘저런 건 어디서 사는 걸까?’ 호기심을 부르는 장면이었다.
이런, 저런 구경을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탑승 시각인 9시 30분이었다. 하지만 난 아직 몸 수색 검사도 끝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 곳까지 도달하는데만 30분 넘게 걸릴 것 같았다. 이제야 현실을 직시하면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환전을 하느라 헤어진 남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디야?”
“나 아직도 몸 수색대도 못 갔어. 큰일났어. 이대로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못 탈 것 같아.”
“지금 빨리 들어가야 하니까, 직원에게 가서 말을 해.”
“어떻게 말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다 기다리고 있는데...”
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뚫고 저 멀리 있는 직원에게 갈 용기가 없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우리의 전화 통화를 들었는지, 앞에 있던 여성이
“직원 저 앞에 있으니까, 가서 말해요.”라고 말을 건넸다. 나는 상황이 급박한대도 줄을 만들어 놓은 끈을 넘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늦었잖아요? 빨리 가세요.”
여성은 끈까지 높여 올려 주며 내게 길을 만들어주었다. 자기일처럼 적극적으로 도움은 주는 분 덕분에 용기가 생겨 허리를 숙여 넘어갔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몇 번을 인사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눈치를 보며 몸 수색대에 있는 직원 근처로 갔다. 직원은 바쁜지 내게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나는 또 소심한 손짓을 하며 그가 나를 바라보기를 기다렸다. 직원이 나를 보며 “무슨 일이에요?”라고 물었다.
“제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놓칠 것 같아서요.”
“저희는 아무것도 못 해 드립니다. 뒤에 줄 서 있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해서 알아서 줄 서세요.”
공항 방침이 이렇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쨌든 나의 잘못이니 그들이 해줄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야속했다. ( 이거 버스 아니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잖아. 그리고 이렇게 느리게 일을 처리하는 것도 잘못이잖아. 속으로 불만이 새어 나왔다. ) 직원의 단호한 말에 나는 또 어찌할 바를 몰라 눈동자만 굴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과연 몇 명의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단 말인가? 그들도 나처럼 오래 기다렸는데, 자꾸 새치기하는 것 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였다. 이번이 자기 차례였던 20대 여성이 먼저 “제 앞에 서세요.”라고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정말요?” 호랑이(시간)에게 쫓기고 있는데 동아줄 하나가 내려온 것 같았다. “너무 감사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자
“공항 줄 너무 길죠? 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까 먼저 가세요.”라며 예쁜 말을 마구 던졌다. 뒤의 외국인 손님들 세 명에게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티켓을 보여주며 먼저 타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 패딩 잠바 안으로는 파도 같은 땀이 몰아쳤다. 그 분에게 마지막까지 고맙다며, 복 받으실거라며 인사를 했다.
그렇게 출국수속을 끝내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겨우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탑승했다. 겨우 한숨을 쉬고, 오늘 내게 친절을 배풀어 준 두 사람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먼저 손 내밀어준 고운 마음이었다. 그들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나에게 어떻게 이런 호의를 베풀 수 있었을까?
늦어서 못 탈 것 같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타게 만들어 준 그들의 호의는
‘호이호이’
둘리가 외치는 초능력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