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이 너무 아픈...
치열하게 성 노동자와 아웃사이더의 삶을 다뤄왔던 션 베이커의 신작 <아노라. 무려 제77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아노라의 주인공 '아노라(애니)'는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직업 정신이 투철한 뉴욕의 스트리퍼다. 오프닝 시퀀스는 스트리퍼의 삶을 전혀 모르던 사람도 그들의 일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아노라는 그야말로 노동자다.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해내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갑부 '이반'을 만난다. 러시아에서 온 이반의 눈에 띈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일당을 받고 개인 접대까지 하게 된다. 이반이 보통 갑부가 아니라는 걸 눈치 챈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무작정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여기까지는 여느 신데렐라 스토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웬만한 관객들은 눈치 챌 것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삶은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반이 혼인신고를 한 것을 알게 된 이반의 부모는 아들의 결혼을 무효화하기 위해 세 남자를 라스베이거스로 보낸다. 토로스, 가닉, 이고르는 아고르와 제대로 맞짱을 뜨고, 그 사이 이반은 도망간다. 남자 셋과 아고르의 대결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아고르는 자신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이들에게 온몸으로 투쟁한다. 미친듯이 고함을 지르고 발길질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제대로 맞선다. 그 누구도 '미쳐버린' 아노라를 당해내지 못한다.
사실 토로스, 가닉, 이고르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처지다. 셋 모두 이반의 부모에게 굽신대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욕을 얻어먹고 폭력을 당해도 버텨야만 하는,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 셋은 이반을 찾기 위한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한참을 동행한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의, 일종의 연대 같은 걸까. 이반을 찾기 위한 여정은 꽤 긴 시간 동안 로드 무비처럼 펼쳐지는데, 험난하고 한편으론 지루하기까지 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정(?)이 드는데, 그 중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호의를 베푸는 이고르가 눈에 띈다.
우여곡절 끝에 이반을 찾게 된 네 사람. 그리고 이반의 부모도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한다. 결론은? 당연히 결혼은 무효화되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아픈 현실은 누구나 예상했을 테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더 아프게 느껴졌던 건 엔딩 신 때문이다. 모든 걸 잃고 원래의 삶으로 돌아온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리고 그에게 감정을 갖게 된 이고르. 이고르는 '츤데레'처럼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마음을 표현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결코 그에게 마음을 주지 못... 아니, 주지 않는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속은 여러 감정으로 뒤엉켜 있을 것이다. 호의(마음)를 준 상대에게조차 줄 수 있는 게 성노동(육체적 대가) 뿐인 자신을 향한 비수, 자신의 최악을 본 사람이자 엇비슷한 처지인 이에게 차마 마음을 줄 수 없는 현실에 슬퍼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외에도 여러 복잡한 생각과 마음이 얽히고설킨 것처럼 보인다. 착잡하고, 슬프고, 아린 감정이 밀려오는 엔딩... 한동안 잊히지 않을, 여운이 가시지 않는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