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집들은 대체로 넓고, 수납장이 워낙 많아서 모든 물건을 보이지 않게 가려놓고 사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몰랐다.
그간 내 짐이 이렇게나 많이 늘어난 것을.
브라질에서 이삿짐을 싸기 전 나는 진짜 열심히 물건들을 버리고 팔고 나눠주었다. 특히 우리나라에 오면 버려지고 말 옷과 이불, 그릇, 낡은 가전 같은 것들을 브라질 도우미 아주머니께 드리면 기뻐하며 가져가시기 때문에... 이사 6개월 전부터 미리미리 열심히 비워서 아주머니께 드렸다. 그러고도 이삿날 아주머니가 가져가신커다란쇼핑백이 10개가 넘었다.
그런데..
이삿날 끊임없이 들어오는 박스들의 행렬에 우리 부부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이삿짐 아저씨들이 거실에 꽉 차게 물건들을 늘어놓고 가셨다.
아무 데도 넣을 곳이 없다고...
책들은 책장 앞에 산더미,
옷은 침대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가셨다.
그날 잠은 자야겠어서 결국 침대 위 옷들을 다른 곳에 고스란히 내려놓고 잤다는...
정리를 하다 보니 먼저 잔짐이 마음에 걸렸다.
잔짐...
당장 필요하지 않으나 언제 필요할지 모르는 물건들.
혹은 다시 펼쳐볼지 안 볼지 모르는 추억의 물건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갈 모으는 걸 좋아하고 도무지 버릴 줄을 몰랐다.
나이를 먹을수록 카지노 게임는 건 없으면서 사는 건 많다 보니 결국이지경이다.
그간 차마 카지노 게임지 못했던 것들을 이번엔 버릴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때 열심히 썼던 일기장들을 버렸고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을 버렸다.
내 글이 실린 학교 문집들을 카지노 게임고,
영화를 좋아해서 매번 영화 볼 때마다 스크랩했던 영화 포스터와 티켓을 버렸다.
(그런 것을 아직 갖고 있었냐고 제발 말하지 말아 주세요)
물건을 버릴 때 이것을 다시 볼 가능성이 있는가? 생각하고 버릴지 말지 결정하라던데
다시 볼 가능성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차마 버릴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여행 다니면서 모은 티켓들과 팸플릿은 아직 못 버렸다.
부부의 초중고대 졸업앨범도 다시 넣었다.
고이 박스에 넣어 다시 침대 밑으로 들어간 나의 잔짐들이여.
다음 기회엔 버릴 수 있을까.
잔짐은 그렇다 치고 진짜 문제는 책들이었다.
브라질 갈 때 책장을 하나 버렸었는데 그 때문인지 책을 꽂을 곳이 현저히 부족했다.
그간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은 언젠가 읽을 거라서 못 버렸는데, 이제 그런 것을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우리 세 식구 중 누구도 읽을 가능성도 없고, 읽을 의사도 없는 책들을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았다. 그나마도 거기서 받아주면 다행이었다. 불가능한 책들도 많았다. 받아준다는 카지노 게임 고이고이 싸서 20권씩 3박스를 보냈다. 그중 몇 권은 버려지고, 결국 한 6만 원 정도를 받았다.
그래도 책이 버려지지 않고 누군가 다시 읽어준다니 다행이랄까.
책장에 카지노 게임 겹쳐 꽂거나 책 위에 카지노 게임 또 얹지 않아도 되게 꽂으려면....
카지노 게임 버려야 하는 것일까. 책장을 사야 하는 것일까.
옷장도 마찬가지다.
옷이 꺼내 입기 힘들 정도로 빽빽이 꽂혀있다.
이나마도 한국에 와서 또 한바탕 옷을 버린 결과다.
브라질에서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옷들을 오자마자 다 버렸다.
카지노 게임고 올걸. 이렇게 사람이 구석까지 몰려봐야 행동하게 된다.
그런데도 옷장이 꽉 차서 열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한국은 왜 사계절이 있어가지고...
학교 다닐 때 우리나라에 사계절이 있음이 우리의 자부심이었던 것 같은데 ㅋㅋㅋㅋ
계절별 옷을 옷장에 넣었다 뺐다정리하는 거 너무힘들고 귀찮다.
브라질에선 여름옷만걸어놓고가끔 추운 날 입을 도톰한 옷 몇 벌이면 다 해결이어서 편했는데.
이삿짐 오기 전이 딱 좋았다.
컵 6개와 밥그릇 국그릇 각 3개, 접시 3개로 살던 시절.
설거지도 많지 않아 좋았고,
공간이 남아돌아 좋았다.
쌓여있는 짐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 물건들의 가짓수를 세면 과연 몇 개일까.
나는 왜 필요치 않는 이 많은 물건들을 이고 지고 사는 것일까.
옷장에 꽉 끼어 잘 빠지지도 않는 옷들은 심지어 잘 입지도 않는다.
이민가방에 당장 입을 옷들 가져온 걸로 돌려 입으니 충분해서 말이다.
숨 막히게 많은 물건들과 작별하고 싶다. 미니멀리스트를 실천하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맥시멀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