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야 할 것만 한' 카지노 게임에 이어 '보고 싶었던' 카지노 게임에 대해
추석 연휴, 정확히는 5일 중 마지막 이틀 동안 넷플릭스 영상을 보는 데 '집중'했다.
평소에는 시리즈물을 보는 걸 주저한다.
한번 보기시작하면 끝을 봐야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평소 주말에는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뜻 시작을 못하는 것이다.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강박증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완벽히 끝내지 못할 것 같으니 시작조차 주저하게 된다는 것.
내가 그런 부류인 것 같다.
원래 카지노 게임 때 보려던 것은 <D.P.와 <종이의 집 시즌 3~5였다.
그러나 <오징어 게임을 다 '봐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출근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보니 <종이의 집은 후일로 미뤄뒀다.
대신 선택한 게 <카지노 게임 밤이었다.
박훈정 감독, 엄태구 주연이라 기대가 컸지만, 공개 당시엔 넷플릭스 아이디가 없어 '언젠가 보리라'며 미뤄뒀던 작품이었다.
(아래 스포일러 있음)
<낙원의 밤, 2019년 제작, 카지노 게임 넷플릭스 공개
<신세계를 재밌게 본 뒤로, 박훈정 감독 카지노 게임에 대한 개인적 기대치는 높았다.
그 다음에 본 영화가 <마녀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호 등 잘 안된 카지노 게임들도 분명 있었지만 박 감독의 잘된 카지노 게임만 골라봤고, 실현 가능성과는 관계없이 <신세계나 <마녀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크다.
엄태구는 <밀정의 하시모토 역 이전에 <잉투기를 재밌게 봤기 때문에 역시 좋아하는 배우였다.
특유의 딕션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밀정에서의 악독한 일본 순사와 <잉투기의 찌질이를 자기식으로 소화해낸다는 점이 적어도 내 기준으로 그에 대해 호감이 컸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확인한 평점은 좋지 않았다.
나도 그런 평점이 나온 배경은 이해가 된다.
설명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물들의 행동에 의문부호가 붙는 장면이 꽤 있었다.
차승원이 움직이게 된 계기가 너무 조금 묘사된 게 아닌가 싶었다.
돌이켜보면, 엄태구가 상대 조직 보스를 공격한 것도 너무 갑작스럽게 그려지는 것 같기도 하다.
전여빈의 연기에 대해서도 평이 조금 갈리는 것 같은데
나는 딱히. 어색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엄태구나 전여빈이 모두 이 극에서 억양이 너무 단선적이라서 보기에 안좋았던 것일까.
사실 전여빈이라는 배우를 잘 몰랐고, 이번 카지노 게임에서 처음 봤는데
개인 취향인지 전여빈에게 몰입해서 봤다.
전여빈이 원래 억양 변화 없이 연기를 하는 줄은 잘 모르겠다.
엄태구는 원래 스타일대로 연기를 한 것 같고.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총을 시원하게 휘갈기는 것은, 찜찜한 결말을 보는 것 보다는 나았다.
물회와 제주도가 영화를 본 뒤에도 자꾸 생각난다.
제목에 '낙원'이 들어간만큼,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이 낙원을 묘사하다가 서사를 너무 후루룩 넘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앞서 말한 빠른 서사 문제와도 연관이 된게 아닌가 싶다.
<마약왕 생각도 난다.
너무 많은 인물들(=훌륭한 배우들)을 여기저기 끼워 넣느라 서사도 죽고 산만한 듯한 느낌
<카지노 게임 밤은 그만큼 인물 수가 과하지는 않았으나 서사를 다소 생략한 듯 했다.
러닝타임이 짧아서 그랬나 싶기는 하다.
아, 그리고
이걸 <오징어 게임 본 직후에 이어서 봐서 그런지.
인물들의 얼굴이 피칠갑이 돼도 놀라지가 않았다.
두 카지노 게임을 모두 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
<오징어 게임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반면, <카지노 게임 밤은 현실적이라 더 징그러웠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나는 사실 <오징어 게임에서 추락하는 씬들이 더 무서워서 그런지
비현실적 설정인데도 공포감이 더 컸던 것 같다.
원래 잔인하고, 피 많이 나오고, 특히 고어물, 칼로 찌르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내가 주로 느끼는 공포의 대상이 바뀌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진 출처 : 넷플릭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