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속 온라인 카지노 게임보다도 사려깊은 비극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익숙하지 않은 영화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색감을 지닌 포스터와 달리,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어둡고 습한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을 음울한 피해자의 모습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더욱 화려한 색감들을 통해 그들의 이면을 흐릿하게 옅어지게끔 한다. 비극과 절망의 상황을 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결말부에 다다라서 관객의 마음에 스며든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션 베이커 감독의 자랑이자 특징이다. <스타렛, <탠저린에 이은 션 베이커 감독의 섹스 워크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행복과 불행의 이면을 동시에 섬세한 연출로 표현해낸다. 이 작품들 속 주인공들은 <스타렛의 포르노 배우, <탠저린의 트랜스젠더,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홈리스 매춘부와 같은 사회적 비주류 계층이다. 이들을 표현함에 있어 연민이나 과장된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0년대 디즈니사에서 테마파크를 완공하기 위해서, 플로리다 주의 땅들을 매입했던 프로젝트를 말한다. 덕분에 우리가 알고 있는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라는 아름다운 명소가 탄생하게 되었다.
플로리다를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디즈니월드를 떠올린다. 그리고 디즈니 랜드는 미국 그 자체이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이 있을정도로, 미국의 이미지는 꿈과 환상이 가득한 나라로 포장되어있다.그러나 그 반대편에는 매직캐슬, 퓨처랜드와 같은 디즈니월드의 아류와 같은 홈리스들의 터전 또한 자리잡고 있다. 이는 미국이 가리고 싶은 현실의 이면이기도 하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에 거리로 내몰리게 된 최하층민들의 어두운 삶 또한 공존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환경속에서 자라 온 아이들에게, 어떤 밝은 미래가 주어질 수 있을지 의문을 남긴다.
영화는 노골적일 정도로 낮은 시선에서 아이들을 바라본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자신들의 세계를 바라본 것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는 아이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혹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들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무지개를 바라보며 무니는 저 너머에 황금이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황금은 무니에겐 희망이다. 무니에겐 세상에 아름다운 많은 보물들보다도, 오로지 금전적인 것들이 중요하다는 걸 어린 나이에 깨달은 것이다.
특별할 것 없이 이어지는 상황속에서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는 것은 돈이다. 밝은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플로리다 프로젝트는무니의 엄마인 핼리가 생계를 위해 돈을 구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문제는 이 돈을 버는 행동들이 잘못된 방식이라는 것이다. 싸구려 향수를 고급 향수로 둔갑하여 팔고, 다른 사람의 티켓을 훔쳐서 되팔고, 심지어는 그 행위가 매춘에 이르게 된다.
아이들은 일찍이 자본에 대한 무게를 깨닫고 있지만, 애써 문명에 대해 부정하려 한다. 자동차에 침을 뱉는다거나 건물의 전기를 내려버리고, 심지어는 빈집에 들어가 물건들을 파괴하고 불을 지른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향하여 세 번째 손가락을 치켜 올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명된 문물들에 대해 부정적인 행동을 취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돈을 구걸한다던지, 여행객들의 짐을 강제로 옮기고 팁을 요구하는 행동을 취한다.
하층민의 삶에서 돈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헬리는 올바르게 돈을 버는 행위에 대한 의지가 없으나, 결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헬리의 올바르지 않은 행위를 통해 둘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는 우리에게 특정한 해답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완전한 불행이라고 할 수도, 그렇다고 올바른 결말이라 할 수도 없다. 헬리와 무니가 떨어지게 된 것 자체는 서로에게 불행한 상황이지만, 성매매를 하는 엄마와 함께 사는 것보다는 좋은 집안에서 자라는 게 도의적으로는 옳은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혈연관계에 있는 모녀 관계를 국가가 나서서 강제로 떨어뜨려 놓는 것을 정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들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관객은 영화 속 모텔 관리인인 바비의 역할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그들에게 관여할 수는 없다. 관객이 할 수 있는 건 한 발짝 뒤에서 그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에게 해결책은 주지 않되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뿐이다.
엔딩에 대한 모든 해석은 관객의 몫이다.누군가는 현실에서의 도피를 뜻하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일 수도, 혹은 언제나처럼 서로 간의 놀이로서 어딘가로 떠난 걸 수도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마지막에 당도한 곳은 디즈니월드다. 자본이 없이는 들어갈 수 없는, 미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이다. 관객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 언젠가 아이들도 세상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곳에서 그려갈 미래는 감독이나 관객이 정해주는 것이 아닌, 오롯이 무니와 젠시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