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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Dec 19. 2024

첫째와 U-Bahn(온라인 카지노 게임) 나들이

금요일 저녁 둘만의 데이트

지난주 일요일부터 원인 모를 허리통증을 앓았다.처음에는 누워 있어도 아프고 서 있어도 아프고 앉아 있음 더 아팠는데, 이틀 정도 지나니까 고통이라기보다 뭔가 찜찜한 느낌(?)이 계속되었다. 오늘은 배 아래쪽에도 통증이 느껴졌고 달력을 보니 생리전증후군인 것 같다.

허리가 아프니까 덜컥 겁도 나고 내가 챙겨주는 사람만 있고 날 챙겨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 우울함과 더불어 한 2~3일은 간만에 나 나름대로 좀 심한 우울감을 겪었다.그러다가 수요일부터는 그래도 좀 기운이 나서 나름 알차게 보냈지만 오후에 아이들을 픽업하고 나서는 마음대로 쉴 수가 없어서 또 허리통증이 재발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오늘 금요일 새로운 주말을 오기 전 불타는 금요일을 맞아 첫째 아이 하원길에 몇 가지 옵션을 주고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로 생각을 하고 기쁜 마음으로 데리러 갔다. 먼저 집에 돌아온 둘째 아이와 못다한 놀이를 하느라 생각보다 늦었더니 유치원에 아무도 없고 퇴근을 기다리는 선생님 두 분뿐이었다.

내가 새로 배운 "auch wenn"을 사용해서 "Ich bin spät auch wenn es ist Freitag. Tut mir Leid. (금요일인데 늦었어요. 죄송해요.)"라고 했더니 선생님들이 아직 안 늦었고 다른 아이들 부모님들이 일찍 와서 데려간 것뿐이라며 오늘 산책을 나갔는데 범수가 "spazieren(산책하다)"이라고 하며 무척 좋아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범수의 손을 잡고 나오는 중에 범수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큰 놀이터 갈래."온라인 카지노 게임 외쳤다.나는 그래서 "놀이터에 가는 것도 좋은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 탈래, 아니면 집에서 만화 볼래?"라고 물었더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 탈래, 보더비제 갈래."라고 답했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타러 갔다.지나는 길에 여행을 오셨는지,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두 분이 계셨는데, 캐리어가 뭔지 궁금했는지 알 수 없는 외계어를 하길래, "저건 캐리어라고 해. 짐을 담아서 갖고 가기 편하게 끌고 다니는 거야."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랬더니 범수가 갑자기 "U2(공항으로 갈 수 있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노선) 탈래. 비행기 탈래."라고 말했다.아무래도 한국 갔을 때가 기억이 났나 보다. 몇 번 가긴 했지만 그때를 기억하고 뭔가 말을 하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1년 전쯤만 해도 거의 무발화 아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U2는 공항가는 노선이야. 맞아. 근데 오늘은 U3만 타고 보더비제에 있는 도서관에 갈 거야."온라인 카지노 게임 얘기했더니, "보더비제 가자."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답했다. 뭔가 대화가 원활하게 되지는 않지만... 왜냐하면 범수는 "응", "아니"라든지 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는 단어를 아직 사용하지 못한다.내 생각에는 지금 동사 어미는 대충 알고 있으며 조사의 의미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이게 뭔가 문법책 순서대로 가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그간 영어 링귀스트로 살아왔던 나에게 '그래, 언어는 이런 순서로 배우는 것이지.'하며 알려주는 듯한 기분이다.

어쨌든 우리는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대화를 나눴다.내가 범수가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뭐온라인 카지노 게임?"온라인 카지노 게임 하면서 의미 파악이 되면 다시 이렇게 말하는 거온라인 카지노 게임 설명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이긴 했지만터널을 지나갈 때 "터널 지나가"라든지, 도서관에 도착하니 "도서관에 다왔다."라는 말도 할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도서관으로 가다가 방향을 바꿔 놀이터에서 조금 놀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서 Leseburg(읽기성)를 놀이기구 삼아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어린이용 게임기 버튼 세 개를 번갈아가며 눌러보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책은 정말정말 진짜 잠깐, 한 페이지를 본 건지 만 건지 모를 그런 찰나의 순간 동안 지나쳤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몇 페이지 깨작거리며 독일어 문장을 몇 개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Ich kann sie nicht sehen. Aber ich höre sie. (그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의 소리가 들린다.)"

기억나는 대로 끄적여본 문장이다.

어느 유치원 선생님 시점으로 쓰인 프랑스 동화책이었는데, 아이들이 몰려오는 소리를 뭔가 괴이한 동물인지 괴물인지 모를 형상으로 표현한 좀 아이보다는 어른들이 보면 웃을 만한 유머러스한 책이었다. 이렇게 기억에 남을 줄 알았다면 책 제목이나 유심히 보고 올걸 그랬다.

여하튼 그렇게 짧지만 굵은 잠깐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후에 범수는 저녁으로 누들을 먹겠다고 하며 집으로 향했다. 몇 시간 뒤... 두 녀석의 입가와 옷이 시꺼매졌다. 바로 짜장라면을 먹었기 때문이다. 우리집 두 녀석은 요즘 짜장라면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그러고 오늘도 여느 저녁과 마찬가지로 두 녀석은 듀플로 덤프트럭을 가지고 전쟁을 치르다 씻고 잠에 들었다. 덤프트럭을 그냥 하나 더 살까 보다.

나는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남은 작업을 끝내고 짬이 나서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하루 일기를 써보고 있다.오늘도 정말 꽉 차게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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