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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Mar 12. 2025

70년 지기 친구에게 카지노 게임 왔다.

"최 선생이라고? 정말 최 선생이야?"

"최 선생이다. 허 선생~ 살아 있으니까 목소리도 듣는구나."


카지노 게임기 너머로 들려오는 70년 지기 친구와의 통화에 엄마는 감격스러워하셨다.




엄마가 쓰러지고 1년 정도 지났을까...

어느 날 엄마의 친구 허이모의 카지노 게임를 받았다.

(엄마의 집 카지노 게임를 내 핸드폰으로 연결을 해놨기 때문에, 번호를 저장해 놓을 수 있었음)

엄마가 이렇게 오랫동안 카지노 게임를 안 할 사람이 아닌데,

분명 무슨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셨단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쓰러졌다는 소식,

아빠의 소천 소식은 매우 충격이었고,

혹시나 엄마가 살아서 집에 오게 되신다면 꼭 연락을 해달라고 하셨었다.


그리고 4년 뒤, 드디어 통화가 됐다!!


엄마가 집에 오시고 나서.

여러 번 허이모에게 카지노 게임를 걸었는데 받질 않으셨다.

그런데 오늘 낯선 젊은 여자가 카지노 게임를 받았다.

혹시... 돌아가셨나?

상대방에게 허 00 권사님의 카지노 게임 아니냐고 물었다.


"어르신 지금 저녁 식사 중이세요. 잠시 후에 다시 카지노 게임 주세요."


휴.... 살아계시는구나.

카지노 게임를 끊고 생각했다. 어르신이 식사 중이시다?

아... 요양원에 계시는구나...


엄마는 살아있는 것을 알았으니,

다시 카지노 게임하지 말라고 하셨다.

끊은 지 1분도 안되어 허이모에게 카지노 게임 왔다.


"최 선생의 딸, 정원이라고?"


정정한 허이모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지노 게임

"네 이모! 저 정원이에요. 기억하세요? 엄마 옆에 계세요."


이산가족 상봉도 아니고...

서로가 반가워서 상기된 목소리 때문에 집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엄마는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허 선생~" 하며 부르셨다.


"허 선생, 잘 있었어?"


귀가 어두운 허이모는 엄마의 어눌한 말을 전혀 알아듣질 못하셨다.

허이모는 허이모 나름대로 계속 말씀을 하시고.

엄마는 엄마얘기를 쭈욱 하시고...

처음만 감격스럽고, 곧바로 현장은 뒤죽박죽이 됐다.


"최 선생 보고 싶어. 내가 여기에서 나가기만 하면 최 선생 보러 갈게."

"언제 올 건데?"

"나는 뛰어서라도 최 선생 보러 갈 수 있어... 그런데 못 나가게 해."

"나오면 되지?"

"최 선생은 딸 하나 낳아서, 딸이 집에 모시니까 모를 거야. 나는 자식이 없잖아... 동생들이 여기다 데려다 놨어"

"그랬구나. 허 선생은 두 다리 멀쩡하잖아. 난 중풍이라 누워있어, "


아...

두 분의 대화가 왜 이래...


"최 선생은 좋겠다. 딸이 있잖아."

"맞아. 딸이 있으니 감사해. 근데 못할 짓 시키면서 살고 있어."

"자식이 있으니 행복하지?"

"허 선생은 두 다리로 화장실 걸어 다니니 행복하지?"


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카지노 게임



둘에게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

꽃다운 스무 살.

50년대 방직 공장에서 둘은 바느질을 배웠고,

둘은 서로 경쟁을 하며 열심히 살았다.

엄마는 내복공장, 허이모는 이불공장의 공장장까지 승진하는 선의의 라이벌이었다고 했다.


두 분이 친해지신 계기는 와이셔츠 공장에서 일할 때였다고 했다.

개인당 미션을 완수해야 하는데,

엄마 입장에서 허이모가 멀리서 퇴근도 안 하고 열심히 미싱을 박고 있더란다.

오기가 나서 끝까지 미싱을 밟았고

결국 둘은 밤을 지새우며 성실하게 실력까지 인정받아서 보너스를 받게 됐다며...

엄마가 웃으면서 그때 일을 떠올리며말씀을 하셨다.


"엄마, 허 이모랑 통화하니 반가웠어? 내일 또 카지노 게임할까?"

"아니.... 그만해도 돼."


카지노 게임를 끊고, 엄마가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가 내 손을 잡아줬다.


"고맙다. 딸이 없었으면 나도 허 선생 같았겠지... 집에 있게 해 줘서 고맙다."

카지노 게임의 엔딩은 결국 딸 칭찬으로 끝났다.

내가 잘하지도 못하는데, 엄마는 늘 고맙다고만 하신다.

그래서

엄마에게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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