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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Jan 02. 2025

같은 집에 사는 카지노 쿠폰

가족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때쯤, 대부분의 가족은 한 집에 살았던 것 같다. 두 글자밖에 되지 않는 이 말에서 집(家)이라는 의미가 절반을 차지하는 걸 보면. 요즘은 가족 모두와 같은 집에 사는 카지노 쿠폰이 드물다. 나만 해도 같이 산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엄마와 아빠, 동생을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집에 살고 있지 않아도 가족이라면, 한 번도 같은 집에 산 적이 없는 누군가와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가족을 떠올릴 때 머릿속의 집에서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내 울타리 안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면 그를 가족이라고 말해도 될까.


그를 처음 만난 건 어느 저녁이었다. 남자친구 차를 타고 어느 요양병원에 도착했을 때, 전화를 받고 기다리던 간병인이 우리를 안내했다. 안내를 받고 들어선 공간에는 백발의 남자가 누워 있었다.

“카지노 쿠폰 며느리가 왔네요.”

손주 며느리라니. 태어나 단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말이었다. 남자친구와 나는 교제한 지 오래되었을 뿐 결혼에 관한 이야기는 제대로 나눈 적이 없었기에, 사실 내가 그의 손주 며느리라는 카지노 쿠폰이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힘과 웃음이 넘쳤다고 했다. 어느 날 화장실에서 쓰러진 그는 의식을 찾았지만 이전의 기력을 회복하지 못했다. 또렷하던 기억은 누워 있는 날이 늘어나며 점차 희미해졌고, 의카지노 쿠폰 그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선고를 내렸다. 그래서 손주와 깊이 사귀고 있던 내가 서둘러 그를 만나게 된 것이다.


마치 아기처럼 눈을 꼭 감고 있던 그가 카지노 쿠폰 며느리가 왔다는 말에 눈을 떴다.

“어머나. 이렇게 눈 뜨시는 날이 잘 없는데… 카지노 쿠폰 며느리가 보고 싶으셨나 봐요."

주름 사이로 뜬 까만 눈. 그 눈을 보는 순간, 가느다란 줄이 떠올랐다. 양가의 할아버지 모두 내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나는 백발의 남성과 친밀감을 연결 짓는 일이 낯설다.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인생에서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을지 모를 카지노 쿠폰. 한 번의 눈맞춤이 그와 나를 연결했다.


며칠 뒤, 그의 부고를 전해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며 영정사진 속 그를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건강하실 때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깨달았지만 그는 이미 세상에 없었다. 간병인이 말한 손주 며느리도, 곧 손주 며느리가 될 사람도 아닌 손주의 친구로 자리에 앉아 육개장을 먹었다. 음식이라도 나를까 하는 생각에 엉덩이가 들썩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가족이 아니었기에. 어쭙잖은 말로 남자친구의 어머니를 위로하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2년 후, 남자친구와 결혼했다. 며느리도 새언니도 되었지만, 손주 며느리는 되지 못했다. 나를 손주 며느리라고 불러줄 그가 없었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그의 제사를 지내며 그와도 가족이 되었음을 어렴풋이 실감할 뿐이었다.


내게도 희미해지던 그가 또렷해진 건 뜻밖에도 아기를 낳고 나서였다. 갓 태어난 아기의 얼굴에 슬며시 겹쳐 보인 얼굴.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던 그였다. 사라진 줄 알았던 줄. 그를 잇고 있던 가느다란 줄이 머릿속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얼굴형과 이마, 눈매까지 그를 닮아 있는 아기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기 말야. 누구 닮은 것 같지 않아?”

“누구?”

“할아버님.”

“우리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어머님의 아버님.”

“오. 진짜다.”


세상에 나온 아들 얼굴에서 세상에 있던 할아버지 얼굴을 발견한 남편은 엄마에게도 이야기했다. 아기가 할아버지를 닮지 않았냐고. 어머님은 아기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실 뿐,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시간이 흘러 아기가 한 살이 되어갈 무렵,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어머님의 말.

“우리 아기 태어난 날 있잖아. 그날이 얘 아빠 할아버지 생신이야.”

“어떤 할아버지요?”

“우리 아빠. 그날이 생일이셨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즈음, 한 카지노 쿠폰이 세상에 왔다. 100년의 세월을 건너 같은 날 그의 아이의 아이의 아이, 증손주라 불렸을 아기도 세상에 왔다.


아기의 얼굴에는 이제 그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래도 아기를 재우고 나오면서 눈 감은 얼굴에 속으로 말해준다. 네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할아버지가 너를 만나러 오셨었다고. 가을 내 곁에 머물다 가셨다고. 아기의 얼굴은 계속해서 변하니까 어느날 아침, 눈뜬 아기에게서 문득 낯익은 얼굴을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내 머릿속 집에 같이 사는 카지노 쿠폰, 까만 눈이 반짝이던 그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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