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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Feb 12. 2025

'외상구매'는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와 같은가요?

금융 자곤과 금융 상품 텍스트에 담긴 욕망

병든 몸을 일으킨 기사 하나


근래 건강 문제가 있어서 부실한 육신을 보중(保重)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 피셜로 주요 증상 중 하나가 지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지며 만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어지는 거라서 아무것도 안 쓰고 그저 침침한 눈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책이나 읽으며 지내왔습죠.

그런데 지난 연말, 그런 저의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운 꽤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습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갚으면 돼요...? 되긴 뭐가 되나요! 큰일 날 말씀


UX 라이팅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는 일이 자주 있는 건 아니라서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흥미로운 케이스, 즉 '미수거래'의 '외상구매' 용어 치환 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금융 텍스트에 대한 생각을 한번 더 풀어볼까 합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금융 UX 라이팅 시리즈 1편-쉽게 쓰는 게 UX writing이 아니다. 금융 레이블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1) : Toss 증권의 사례를 먼저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역사와 맥락이 있는 금융 자곤(Jargon)에 대한 모호한 치환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未收去來)는 전문투자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확정적 금융 자곤(Jargon, 특정 상황, 업무, 직군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주식 초보나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주식 관련 지식을 습득한 사람들이나 아는 용어죠.


매수/매도보다 훨씬 어려운 용어고, 실제 행위 자체도 상당히 위험한 무료 카지노 게임이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의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소위 '꾼'이라고 불리는 데이 트레이더들도 초보들에게 절대 권하지 않는 레버리지 무료 카지노 게임니까요. 간단하게 위험성을 설명하자면, 잘 모르고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를 했다가는 장이 급락하거나 요동칠 때 반대매매(주식 강제 매각)를 당해서 원금까지 날리고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겁니다.



무료 카지노 게임미수무료 카지노 게임 하지 마요... 인생 나락 간다.


보시면 알겠지만 두 용어 사이의 교집합은 '빌린 돈으로 주식한다'는 거 말고는 없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가끔 쓰이는 외상구매라는 용어는 다소소소하고 약간은 구차한 행위(구멍가게에서 라면 값 달아놓고 월급날에 갚는 애잔한 느낌...)를 의미하는데, 이는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가 갖고 있는 초고위험도 무료 카지노 게임의 의미를 조금도 포괄하고 있지 못하죠.

개인적으로 이런 치환은 불륜(不倫)이란 한자어가 어렵다고 이제부터 그걸 '로맨스'라고 부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봐요 누구 마음대로 불륜이 로맨스야?(네이트판 결시친 본처 말투)



무료 카지노 게임막장 드라마 그만 봐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생각나는 비유가 이런 것 밖에 없네요 이런 나라서 미안.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를 외상구매로 치환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주식 무료 카지노 게임의 세계에 또 다른 레버리지 무료 카지노 게임가 존재한다는 것, 즉 '신용무료 카지노 게임'와 '주식담보대출' 같이 돈을 빌리는 다른 무료 카지노 게임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 빚투의 차이점은 아래 금융위원회 표를 참고하세요.


물론 앞으로도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 서비스만 제공하고 나중에도 주식담보대출과 신용무료 카지노 게임 서비스는 제공 안 할 수도 있지만, 만약에 제공한다면 '주식담보대출과 신용무료 카지노 게임는 외상구매가 맞나 아닌가'같은 근원적인 개념 고찰을 뒤늦게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들까지 '담보 외상구매', '신용으로 외상구매' 이런 식으로 새로 이름 짓기 해야 하는 데, 그럼 일이 너무 커지게 되겠죠.


이게 다 빚투, 외상으로 투자하는 거라고요.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만 외상이 아니라니까요.




UX 라이팅에서 한 용어를 다른 용어로 대체하려고 할 때에는 새 용어가 기존 용어의 의미와 배경을 오롯이, 아주 핍진하게 받아낼 수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 용어가 장구한 역사와 특별한 맥락을 품은 강력한 업계 용어일 경우에는 더더욱 신중해야죠.일전에 이야기한 매수/매도를 구매/판매로 고친 게 문제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입니다.


금융 UX 라이팅에서는 '다른 용어로 대체'를 말하기 전에 기존 자곤을 둘러싼 다양한 배경 정보를 어떻게 쉽게 사용자에게 이해시킬 지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초보 주식투자자들이 한자어가 어렵대잖아? 그럼 (멍청한) 게네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바꿔'와 같이 문제를 지나치게 심플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매수/매도- 구매/판매 케이스에서 처럼 이번 일에 반영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약관 명칭(미수)과 사용자에게 표시한 명칭(외상)이 다름

이 증권사가 9월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 서비스 시행을 위해 개정한 매매무료 카지노 게임계좌설정약관(https://corp.tossinvest.com/ko/terms/v2?id=37에서는 '외상이 아닌 ‘미수’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약관에 명기된 핵심 용어가 다르다는 건데요, 일반적으로 용어 변경 시도가 있을 경우 기획, 운영, 법무 단에서 기존 용어와의 간극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보수적인 검토가 진행됩니다.


서비스 화면에서는 외상/구매/판매라고 했지만 약관에는 미수/매수/매도라고 되어있습니다.


금융거래란 결국 약관에 근거해서 운용되고, 분쟁이나 갈등이 생기면 이 약관을 기준으로 잘잘못을 가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약관은 표준약관이라서 증권사가 임의로 건드릴 수가 없죠. 이번에 금감원이 지적한 부분 중 하나가 이 부분입니다. 또 '외상’이란 단어는 자본시장법이나 금융투자업 규정에 있는 말도 아니니까 더욱 문제가 되었죠.


만약 이와 관련해서 고객과 법적 분쟁이 생기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그때 가서 '아유, 김멍멍이나, 김야옹이나 그게 그거 아닙니까. 김멍멍과 김야옹이 같은 거라는 아셨잖아요? 설마 모르셨어요? 제가 '김멍멍(김야옹)'이렇게 자세히 보기에 써놨는데, 뭐 암튼... ' 이렇게 말할 수는 없겠죠. 저는 다른 건 몰라도 금융, 의료, 법률, 행정 같이 정확성이 중요한 분야, 사용자의 삶의 근간을 흔드는 영역에서는 이같이 느슨한 글쓰기는 안 했으면 좋겠거든요.그래서 용어 치환에 대한 내부 컨펌과 릴리스는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마치 모든 금융 용어 개선을 반대하는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금융 용어의 개선 분명 필요하죠. 하지만 이처럼 자의적으로 틀리게 혼자 수정하는 방식은 곤란합니다.


어려운 용어를 제대로 순화하려면 먼저 1) 무엇이 어려운 말인지를 개인의 뇌피셜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선별하는 작업이 먼저 있어야겠고, 2) 선별된 용어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전문가의 검토와 감수, 3) 변경된 용어 사용에 대한 금융업계와 관(官)의 합의, 4) 합의된 용어를 다수의 금융사가 일시에 적용하는 단계들이 차례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관(官)이라고 하면 법률, 금융, 국립국어원 등의 여러 조직을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금융 자곤은 개별 금융사의 실무진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언어 전문가 즉 언어학자, 한국어 전문가와 금융, 법률 전문가의 검토와 감수와 실무진의 참여를 통해 순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서비스에서 매수/매도를 구매/판매로 바꿔 쓸 때에도 이런 류의 용어 간극이 커버가 안되어서, 결국 PC용 UI에는 구매/판매와 매수/매도가 화면에 섞여 나오고 있습니다.

구매/판매가 핵심 용어임에도 차마 순구매/순판매라고까지는 바꾸지 못하죠. 업계 범용 표현인 순매수/순매도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매수/매도도 어려워하는 초보자에게 미수거래와 반대매매란


이 증권사가 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3년 전 당시 대표는 “우리는 초보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레버리지는 투자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초기 도입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서비스가 안정화되었고 수익률이나 점유율 생각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니까 이제 미수거래 기능을 내놓을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요 돈, 벌어야죠. 서비스 잘 만들어서 돈 버는 거 매우 중요한 일이죠.


토스증권 측은 고객들의 사용을 유도하기보다는 기능이나 위험성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외상구매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출시 전 의견수렴 과정에서 '미수'라는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반대매매를 경험한 고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인베스트 조선, '금융혁신' 토스證의 이면…'외상' 이름으로 개미 미수거래 조장?


그런데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반대매매'를 경험한 사용자를 위해 '외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위 설명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말 주 고객층인 초보 사용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서 용어를 바꾼 것이 맞는지 말이죠. 아직도 해당 금융사의 주 타깃 대상이 초보 투자자라면, 오히려 '외상구매'라는 평이한 단어의 가벼운 뉘앙스가 미수거래가 갖는 반대매매라는 특별한 위험성을 더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아시다시피 '외상구매'라는 일상어에 '반대매매'라는 낯선 금융 행위가 연계 이해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두 어휘 사이에는 의미 연관성이 전혀 없고, 연계될 맥락이나 역사도 없으니까요


초보 사용자를 바라보는 서비스의 관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관된 서비스 UX 라이팅을 하려면 주사용자의 이해 수준에 대한 서비스의 관점부터 일관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용자를 위해 이 정도 난이도와 수준을 유지해야겠다고 결정하고 전체적으로 동일한 결에 맞춰서 써야 하는 거죠. 필요에 따라 그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서는 안됩니다.


초보 사용자의 이해를 높이려 했다면 이렇게 용어를 잘못 바꾸는 것보다 차라리 '미수거래'를 반드시 알아야 할 금융 자곤 개념으로 먼저 교육을 시키고, 그 위험성에 대해 처음부터 강조하는 게 나았겠습니다.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는 태생부터 반대매매를 함의한 행위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용어를 바꾸기보다는 차라리 그 용어를 그대로 쓰면서 개념 교육에 힘쓰는 게 나았다고 봅니다. 그랬다면 주사용자가 '반대매매'라는 연계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려 하지 않았을까요?


서비스의 욕망이 담긴 UI 텍스트


변경 전/후 화면 모두 긍정, 가능 표현으로 충만한 빚투 서비스 권유가 전면에 나와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서비스 사용자의 이해 수준을 이렇게 낮게 보고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를 제공하고 싶다면 용어와 개념, 위험성에 대한 언질을 전면에 선명하게 드러내는 게 좋습니다.하지만 '외상구매'를 시작하는 바텀시트 컨펌 문구와 툴팁, 행위 설명문에는 그런 조심스러움 보다는 서비스 실적을 향한 강한 욕망이 보입니다. UI와 텍스트는 서비스의 욕망을 드러내는 거울이니까요.


이 서비스의 초기 화면 타이틀인 '외상으로 더 구매할까요?'를 예로 들어봅시다. 타이틀에 담긴 긍정적인 추가의 뉘앙스는 부사 '더'로 구현되었는데, 이 부사는 투자금이 부족한 초보 사용자의 욕망을 건드립니다.

'오? 외상으로 살 수 있다고? 이거 분명히 바로 오를 거 같은데 일단 오르면 돈 벌어서 갚으면 되잖아?'라는 생각이 매수 버튼을 누르려는 사용자의 뇌리를 스치게 되겠죠.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라는 게 주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할 때(돈은 없는데 주가가 오를 거 같은 상황에서의 조바심)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런 사용자에게 이런 표현은 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그 아래 디스크립션은 더욱 노골적인데'일부만 현금, 나머지는 외상으로 살 수 있어요. 외상 금액은 ~일에 갚으면 돼요'처럼 긍정형(돼요)과 가능형(~수 있어요)이 충만합니다.'최대 % d주 더 살 수 있어요', '외상 2배 가능'과 같은 표현에서도 빚투 욕망을 펌핑하는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죠.


UX 라이팅 개론서에 나오는 '항상 긍정적으로, 긍정형으로 서술하라'라는 명제만 따르면 이런 텍스트가 나오게 됩니다. 긍정형으로 써야 할 것과 쓰지 말아야 할 대상이 따로 있는데 말이죠. 적어도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걸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유컨대 도로를 만들 때 과속방지턱을 많이 설치해야 하는 어린이 보호 구역과 제한 속도 100킬로로 달려도 되는 고속도로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1월에 변경되었다는 새 화면에서도 이런 빚투를 부추기는 긍정표현은 여전합니다. 화면 아래에 비교/대조에 예시까지 들며'계좌에 있는 돈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하면 최대 % n주,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로 현금 50%만 내고 구매하면 최대 % n주로'와같은 표현으로 선명하게 빚투를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또,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에 대한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이후의 상세 페이지의 빨간 볼드 글씨는 원금 손실이나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의 위험성에 적용된 것이 아니라'가진 현금 보다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UT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반대매매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하단에 있는 반대 매매 내용에 빨간색 글씨를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일반적으로 빨간색, 볼드는 주의 사항에 쓰니까요.


무엇보다 변경 전/후 화면 모두 첫 화면에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의 위험성을 드러내거나 암시하는 설명은 단 하나도 없는 게 아쉽습니다. 자세히 보기를 누르거나 다음 화면으로 이동했을 때에는 꽤 잘 쓴 설명이 나오지만, 중요한 건 첫 페이지에 어떤 정보가 우선 노출되느냐입니다.


반대매매와 레버리지 무료 카지노 게임 실패로 인한 원금 손실은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이걸 메인 페르소나인 초보 투자자에게 알리는 것이 정말로 중요합니다.사용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고지하는 것이 증권사의 서비스 지표에 다소 불리할지라도 즉, 그것이 사용자의 미수거래 서비스 이용 의지를 꺾는 표현이더라도 서비스는 그걸 충실히 알려야 합니다. 그것이 금융 소비자 보호, 금융 윤리이니까요.

고루해 보여도 그게 맞습니다.


UX 라이팅이 그냥 글쓰기가 아닌 이유


금융 UX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번 용어 변경 케이스를 보며 스스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서비스의 메인 페르소나는 어떤 정도의 지적 이해 수준을 지닌 사람인가?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와 반대매매라는 용어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정말 초보가 맞나?
-사용자 페르소나의 정보 습득 수준을 매도/매수라는 기본 용어조차도 어려워한다는 등 상당히 낮게 평가한다면,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는 그 수준의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운용 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개념, 무료 카지노 게임 행위로 볼 수 없지 않을까?
-그런 사람에게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를 권하는 게 맞는지, 아니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미수무료 카지노 게임를 서비스하고 싶다면, 이렇게 용어만 자의적으로 바꾸는 것으로 우리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나?


텍스트를 쓸 때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지며 쓰기 때문에 UX 라이팅이 그냥 글쓰기가 아닌 겁니다. 내가 다루고 있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위에서 일관되고 신중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정말 어렵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영역을 다룰 때의 UX 라이터의 태도인데, 누가 제게 금융 UX 라이팅에서 중요한 게 뭐냐고 물어보면저는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손실과 위험을 어떻게 잘 막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글쓰기 태도라고 말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서비스 지표를 높이고 싶고, 자극적인 몇 글자로 수익을 내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서비스의 적나라한 욕망을 꾹 누르고 행위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정확하고 신실하게 알리는 것이 괜찮은 금융 UX 라이팅이니까요. 실제로 제가 아는 금융사 라이터들은 대부분 그렇게 작업하고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돈과 관련된 글을 쓸 때 이런 생각을 하며 쓰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정보력을 한 단계, 또는 두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UX와 라이팅은 어떤 것일까. 수용되는 텍스트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하나.
한 사람의 생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하고도 위험한 영역에서 어떻게 사용자를 보호할 것인가. 동시에 내가 속한 비즈니스의 이익에 기여하는 글쓰기를 어떻게 해낼 것인가. 만약 그 둘이 충돌할 때 어느 선에서 절충안을 찾을 것인가.


이런 것만 생각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이런 질문에 공감하지 못하는 관계자들을 설득하려고 할 때는 기진맥진 혼이 나갈 지경이고요.

그래서 의료, 법률, 금융, 행정 분야의 라이팅이 정말 어렵고 중요한 것이고, 또 그래서 UX 라이팅이 그냥 글쓰기가 아닌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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