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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r 08. 2025

그때의 나와 무료 카지노 게임 내가 만난다면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 만으로 나라는 인간이 이다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신기하다. 가끔 나는 10년, 20년 전의 내가 마치 남처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느껴진다. 이론적으로 근거 있는 생각이다. 시간이 흐르면 내 몸의세포가 교체되고 그래서 몸이 바뀌고, 경험이 쌓이고 그래서 가치관도달라지고. 하지만 나는 지금 생물학이나 철학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직접 경험한 그 아득한 간극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미키 17의 원작 '미키7'에는 젬마라는 여인이 나온다. 그녀는익스펜더블(기억을 데이터로 보존한 채, 위험한 임무에 투입한 다음 죽으면 새로운 몸을 찍어내어 임무를 이어가는 직종)의 정신 교육을 책임진다. 그녀는 미키에게 (익스펜더블이) 죽고 다시 태어무료 카지노 게임 것은, 결국 일반 사람들의'노화' 과정과동일하다고 설파한다.


결국 똑같지 않나요? 익스펜더블이 재생 탱크에서 나오는 건 무료 카지노 게임이 흐르면서 자연적으로 천천히 진행될 일을 한 번에 처리하는 셈이에요. 기억이 남아 있는 한 진짜 죽은 게 아니에요. 비정상적으로 빠른 리모델링을 할 뿐이죠.


그러나 그녀의 말은 틀렸다. 소설을 읽다 보면, 비록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미키들이 서로 다른 인격체임을 깨닫게 된다. 데이터 만으로 재생할 수 없는 무료 카지노 게임, 서로 다른 현실의 무료 카지노 게임을 겪어낸 그들은 성격도 다르고 그래서 선택도 달리 한다. 그것에 대한 각성이 이 소설을 추동하는 원동력이다.



이 소설은 내게 또 다른 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건 미키 7과 미키 8 만큼이나,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도 다르다는사실이다. 그 사이에는 (미키가 매번 겪는) 죽음과 탄생만큼이나 거대한 골이 있다. 무수한 미키들이 별개의 인간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어제와 오늘 사이에놓인 차이에 대해서도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런 인간이 바로 나다. 나는 성공적인 삶을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꽤 다양한 것들을 치열하게 경험하며 살았다. 그 시간이 내 안에서 어떤 질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그것을 감히 성장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다.과거의 나는 지금 내가 아는 것을 몰랐지만 다른 방식으로 반짝였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미세한 죽음과 탄생이 수없이 반복되었다.


오늘 우연히 이전에 쓴 글을 다시 보았다. <레이디 버드에 관해 2018년에 쓴 글이다(/@comeandplay/109). 무료 카지노 게임 나는 죽었다 꺠어나도 이렇게 쓰지 못한다. 이 글이 걸작이기 때문이 아니라 쓰는 이가 달라서다. 그 시기 나는 지금보다 어렸고,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고, 그래서 유년기에 더 가까웠으며 <레이디 버드 속 크리스틴과 메리언의 이야기에 절절히 공감했다. 폭풍 같은 시절을 거쳐 정돈된 마음으로 유년기를 회상하는 무료 카지노 게임 나는, 여전히 울컥이는 마음을 달래며 영화를 보던2018년의 내가 쓰던 글을 흉내내지 못한다.


꽤 닮았으나 무척 다른 과거의 나. 그녀를 생각할 때 이런 궁금증이 생겨난다. 네가 지금의 나를 볼 수 있다면, 너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10년, 20년, 예상하지 못한 시간을 관통한 후에 퍽 달라진 나를 보며 너는 과연 자랑스러워할까, 혹은 실망할까. 멋지다고 느낄까, 내 미래가 고작 이거냐고 푸념할까. 반면 네가 언제나 품었던 질문에 지금의 나는 답해줄 수 있다. 지금의 선택을 미래에 후회하진 않을까, 늘 고민했던그 질문.그러나 그 물음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 그러니 그저 살아가면 된다는 것을 그녀는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우리는 서로를 만날 수 없어 슬프고,그래서 다행이다.


어리석음은 끝이 없다. 나는 과거의 나만을 생각할 뿐, 미래의 나는 의식하지 않으니까. 오늘과 내일의 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그래서 언젠가 또 다른 눈으로 오늘을 보게 될 것임을 나는 여전히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고야 말것이다. 그때에 미래의그녀는 또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과거의 내가 종종 안쓰럽지만 그 시간이 후회로 얼룩지진 않은 것처럼, 미래의 나도 지금은 상상하지 못한 즐거움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복잡한 감정으로 울렁이던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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