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Mar 26. 2025

흥행 예상 <카지노 게임, 연상호의 발전 <계시록

영화 간단 리뷰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 스틸컷

한국 바둑의 국수 '조훈현'과 '이창호'를 주인공으로 하는 <카지노 게임는 걸작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다.


강렬한 실화에 힘입어, 안정적인 스릴과 쾌감을 선사한다. 전형적인 히어로 성장 서사인 것 같지만 그 안에 다양한 레이어가 있고, 실존 인물에 관한 얘기라는 점이 더 짜릿함을 전한다.

바둑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은 '노스탤지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뉴트로(new+retro, 과거의 감성을 처음 새롭게 접하며 향유하는 문화)'를 느끼게 할 영화다.


오랜만에 흥행에 성공할 작품으로 보인다. 예상하기에 손익분기점(180만)을 넘어 300만 가까이 볼 것 같다. 다만 요새 극장가에 정체 모를 침체가 감지되는 걸 감안하면 200만 이상에서 그칠 수도 있겠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가 택하는 '흥행 전략'이다.

<카지노 게임는 관객의 관람 경험을 영화에 한정하지 않고 외부로 넓히며, 영화가 관객의 일상에서 다시 한번 재생되는 효과를 노린다. 쉽게 말하면 관객이 영화관을 나온 뒤에도 다시 한번 <카지노 게임를 떠올리게 할 만한 요소를 영화 안에 영리하게 속속 집어넣어 놨다는 뜻이다.


먼저 <카지노 게임는 국민 간식으로 볼리는 캐러멜, 바나나맛 우유를 영화에 등장시킨다. 물론 이것은 PPL이지만 관객이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관객은 상품을 소비하며 영화의 감성을 일상에서 접하고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PPL의 효과도 높아지니 <카지노 게임로서는 영리한 전략인 셈이다.


또 영화는 조훈현과 이창호의 이미지를 매우 유사하게 재현한다.관객은 영화 관람 후에 직접 실제 사진과 에피소드를 찾아보고,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영화를 재생하며 즐긴다.


관객의 일상에 녹아드는 <카지노 게임의 전략은 간소하지만 분명 영리한 측면이 있다.


카지노 게임<계시록 스틸컷

한편 연상호 감독, 최규석 작가가 손 잡고 알폰소 쿠아론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계시록은 놀라운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만들던 시절 연상호를 흥미롭게 보았으나 최근에는 통 관심이 없었다. 내게는 영화 톤이 과하게 어둡고, 메시지 전달 방식은 지나치게 직접적이라 느껴졌다.


하지만 <계시록은 그런 아쉬움을 도려내고 연상호와 최규석의 강점만을 남겨둔 작품이다. 빡빡했던 그의 작품에 하나 둘 여백이 자리 잡으며 여유와 세련미가 생겨났다. 또 너무 어둡던 톤도 적정하게 조정되었다.


이것은 아마도 알폰소 쿠아론의 영향일 것이라 추정한다. <로마, <칠드런 오브 맨에서 느껴지던 느리고 장엄한리듬감을 닮았기 때문이다. 또 연희(신현빈)의 침대에서 찍은 시퀀스의 카메라 무빙에서는 너무나도 알폰소의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감독과 감독의 협업이 이토록 또렷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내는 일은 많지 않다. 이런 협업 또 한 번 해주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