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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록 Dec 10. 2024

각자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제24회 한미수필문학상 출품작]

산소포화도와 혈압이 낮아 끊임없이 알람이 울린다. 이제는 알람을 켜두어도 큰 의미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니터 속 변해가는 숫자를 빤히 응시하다가 그의 불룩한 배를 내려다보았다. 배가 터질 듯이 부풀어 있었고 배꼽까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너무 많이 부어 매끈하고 반질반질하게 보이는 정강이와 셀 수 없이 많은 주삿바늘의 흔적이 새겨진 팔로도 시선을 옮겼다. 어떤 소설의 작가가 파랗고 노랗게 멍든 주삿바늘 자국을 꽃과 같다고 묘사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꽃이라고 하기에는 아름다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폭격을 맞은 전쟁터에 가까웠다. 질병과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사용한 각종 무기들이 큰 소득 없이 그에게 상처만 남겼다. 그는 무언가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의 숨소리인지 혹은 그에게 씌워진 산소마스크의 소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쉬익 쉬익, 산소마스크의 노력은 헛되어 보였다. 퀴퀴한 침구의 냄새와 생기를 잃어가는 사람에게 이레 나는 냄새가 났다. 병실에 들어가면서부터 안 좋은 일을 직감하게 되는 그런 냄새. 그의 얼굴은 검게 변해 말라버린 과일껍질 같았다. 모니터에 표시되는 수축기 혈압이 90을 넘지 않았고 심박동 수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죽음이 병실 문턱을 넘어 이미 그의 옆에 서있었다.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너무 급격히 안 좋아지셨습니다.”

준비를 하셔야 한다는, 가장 어려운 첫마디를 뗐다. 무슨 준비를 하라는 것일까. 내가 한 말이지만 단어들이 부서져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것 같다. 그의 아내는 한동안 대답이 없었고 초점 없는 눈으로 그가 누워있는 침상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마음의 준비라면 이미 수백 번은 더 했을 것이었다. 그는 수차례 고비를 넘겼고 매일이 죽음과의 사투였으니.


“얼마나 버틸까요?”

어렵게 뱉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말이 얼마나 의미가 없는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더 잘 알터였다. 누워있는 그는 60대 남자, B형 간염에 의한 간경화와 간세포암 말기 환자였다. 암이 발병한 이후 그의 삶은 그야말로 버티는 삶이었다. 컴퓨터 모니터를 빼곡하게 채우는 그의 과거 차트 목록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간세포암에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치료를 시도했다. 그러나 결국 주변 림프절과 폐까지 전이가 생겨 최근에는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전신 항암치료(세포독성 항암제)를 진행하던 중이었다. 간세포암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는 말이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의 아내는 밝았다. 회진을 가면 대부분 웃는 얼굴로 인사했고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검사결과가 나오는 날은 조용히 병실에서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결과를 묻곤 했다. 혹여나 그가 들을까 걱정하는 듯 병실문을 꼭 닫고 나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좋은 대답을 해줄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 온갖 치료 중에도 암은 크기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씩 커져갔다. 치료와 검사가 반복될수록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지쳐 갔다. 이제 말라버린 과일 같아 보이기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오늘 넘기시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오셔야 하는 다른 가족들이 있으면 얼른 연락하세요.”

그녀는 주섬주섬 휴대폰을 찾아들고 병실을 조용한 걸음으로 빠져나갔다.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따라 나가 옆자리라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는 그를 지켜봐야 했고 죽음이 가까운 환자는 그 말고도 더 있었다. 두려움과 무력감은 그녀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그의 심장이 멈췄다. 사망선언을 했을 때 그의 아내는 울지 않았다. 적어도 나와 다른 의료진들 앞에서는 울지 않았다.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서는 아닐 것 같았다. 눈물이 남아있지 않은 눈빛이었다. 그와 그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결국 패배로 끝났다. 죽음이 패배라면 완벽한 패배였다. 든든한 아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의 마지막 비빌 언덕이었던 우리 의료진들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많은 암 치료의 경우 최선을 다하지만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계절이 바뀌는 동안 다른 수많은 환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종양내과 레지던트의 삶은 패배의 반복이었다. 어떤 날은 하루에 수명씩 사망선언을 해야 하는 날도 있었다. 새벽에도 종양내과 병동의 응급상황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면 숙소에서 뛰쳐나가야 했고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명확한 의사표현이 없었던 경우에는 때때로 의미 없는 소생술을 해야 했다. 보호자가 상황을 받아들이면 그제야 사망선언을 했다. 밥을 먹다가도, 퇴근 준비를 하다가도, 심지어는 회진 도중에도 달려갈 일이 생겼다. 정신을 차릴만하면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고, 패배에 익숙해져 갔다.


겨울이었다. 어느 평일, 늦은 퇴근을 하고 숙소에 멍하니 있다가 밖으로 나갔다. 여유가 있어 나간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의 숨을 쉬기 위해서였다. 일상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을 구경하고, 눈 쌓인 길을 걷고, 밥 한 끼를 조용히 먹을 수 있는 그런 시간이 필요카지노 게임 사이트. 일상을 찾아 밖으로 나가면 내가 병원에서 겪는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누군가 죽었고, 내가 그 옆에서 그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어서 가족들이 통곡을 했었는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었다는 기억이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세계와의 만남이 절실카지노 게임 사이트.밖은 추웠고 하얀 눈이 길에 소복이 쌓여 걸을 때마다 운동화가 하얗게 변카지노 게임 사이트. 병원 앞 큰 사거리를 건너 음식점들이 즐비한 골목을 굽이굽이 들어가 자주 가던 순대국밥집으로 향카지노 게임 사이트. 시간을 내어 간 곳이 겨우 순대국밥집이라니 서글프기도 했지만 춥고 지친 겨울밤에 순대국밥만 한 음식이 또 어디 있을까.


국밥집에 막 들어서는데 입구 정면으로 보이는 주방에서 익숙한 뒷모습을 보았다. 병실을 조용히 빠져나가던 그 뒷모습이었다. 저 뒷모습이 여기서 보이면 안 되는데. 비현실로 다시 끌려 들어갔다. 이제는 당연히 그녀가 편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한 죽음과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끝났으니 병원보다 편안하고 따뜻한 집에 있어야 할 텐데 왜?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는 젖어있었고 언뜻 보인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허름한 옷에 빨간 앞치마를 두르고 국밥을 불에 올리고 있었다. 행여나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볼까 봐 얼른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 주방과는 멀찍이 떨어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녀를 본 순간 인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나는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에 불과할 터였다. 힘든 감정을 눌러가며 일을 하고 있을 것이 뻔한데 나쁜 기억을 상기시켜 좋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그녀도 지금의 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끝나지 않았다. 이곳은 또 다른 전쟁터였다. 아마 수년간의 암치료로 경제적인 부담이 쌓였을 것이고 그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일이 어려웠을 것이다. 혼자 남겨진 가족은 먼저 떠나간 가족의 빈자리를 땀으로 메우고 있었다. 그녀 남편의 입원 기간 동안 내가 꼭 필요한 치료만 골라서 했는지, ‘루틴’이라는 이름으로 아무 소득 없는 검사를 남발하지는 않았는지, 그녀가 보내는 도움의 신호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의심하는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를 아군으로 믿었겠지만 나는 진정한 아군이었을까. 그녀의 남편이 암에게 패배하고 그녀는 늦은 밤 식당 주방으로 내몰린 일에 내 책임도 있을까.


나는 끝내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인사를 하지 못하고 가게를 나왔다. 다시는 그 뒷모습을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며 다시 병원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새 눈이 더 내렸는지 길 위에 있던 발자국들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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