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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방이 Jan 27. 2022

김치찌개 냄비받침으로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읽고

헉슬리의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오웰의 <1984와 함께 오늘날 가장 유명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1984가 군홧발로 짓밟는 전체주의를 그리고 있다면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유전자 조작과 세뇌를 통해 인간 스스로 복종하는 세상을 보여준다.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시대적 배경은 포드 기원 632년이다. 여기서 포드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회사 창립자인 바로 헨리 포드이다. 헨리 포드가 태어난 1863년을 인류의 새 기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과학기술과 대량생산은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인간 역시 고도의 과학기술을 통해 공장의 자동차처럼 대량 생산된다. 하나의 난자에서 96개의 태아가 만들어진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 능력이 정해지고 수면 학습과 세뇌로 지식과 정보가 주입된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계급과 직업이 정해진다.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품처럼 출하되는 것이다.


계급은 있지만 계급투쟁은 없다. 세뇌를 통해 모든 인간은 자신의 계급에 만족하며 산다. 델타와 엡실론이라 불리는 하위 계급은 유전자 조작으로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난다. 애초에 저항할 능력이 없다.


경쟁도 없고 욕망도 없다. 더 갖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덜 빼앗기기 위해 옆 사람을 짓밟지 않아도 된다. '만인은 만인의 소유'라는 기치 아래 사랑의 감정은 자유 섹스로 대체된다.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거나 사랑을 잃을까 봐 슬퍼하는 일도 없다. 아이들은 실험실에서 태어나고 가족이라는 개념도 없기에, 가족 간의 질척대는 지긋지긋한 감정 소모도 없다.


완벽한 질서 속에서 그저 눈앞의 안녕과 쾌락을 추구하면 그만이다. 촉감 영화를 통해, 자유연애를 통해, 그리고 '소마'를 통해! 삶은 언제나 주어진 것이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책임진다.


사람들은이런사회를이해하고받아들이며당연한것으로여길뿐만아니라, 만족하고행복을느끼며살아간다. 혹여슬픔과같은나쁜감정에빠지면국가가지급하는'소마'라는마약을먹는다. 그럼극도의평온과행복이찾아온다. 얼마나멋진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인가!


근데 재미없다. 설정은 있으나 이야기의 구조와 서사, 그리고 인물의 밀집도가 약하다. 유전자 조작과 유아-습성 훈련을 통해 자란 인물들만 등장해서인지는 몰라도 모든 캐릭터가 작가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한다. 살아 있는 캐릭터는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야만인 존마저도 셰익스피어로부터 세뇌당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 같아 아쉽다(존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수 읽은 인물로 등장한다). 이야기 말미에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와 '야만인 보호구역'을 선택하면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인 양, 두 가지 선택만이 그에게 주어진 것처럼 행동한 점은 작가 스스로도 허점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고전은 훌륭한 책이라는 공식 앞에서 늘 위축되곤 하는데(솔직히 고전은 대부분 지루하다),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김치찌개 냄비 받침으로 쓰고 싶다.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유일한 볼거리는 작가가 고안해 낸 미래 세계이다. 근데 그게 전부다. 작가는 스스로 창조해 낸 세계에 너무나 감탄했는지 혼자 흥분해서 이야기 자체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것 같다.


작가는 분명 자신이 고안해 낸 세계에 집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소설은 소설로 존재할 때 의미가 있으며, 소설에 대한 코멘트는 독자에게 맡겼을 때 더 가치가 있다. 헉슬리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가 곧 도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1932년에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집필한 헉슬리는 '1984'가 1948년에 출판되자 오웰에게 편지를 썼다.


통치의 수단으로써는 몽둥이와 감옥보다 유아-습성 훈련과 마약성 최면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진 노예 생활을 좋아하도록 사람들에게 암시를 주어 유도함으로써 채찍질과 발길질로 복종을 강압하지 않으면서도 권력에 대한 자신들의 욕망을 철저하게 충족시키리라는 사실을 다음 세대가 끝나기 전에 세상의 지도자들이 깨닫게 되리라고 나는 믿어. 다시 말해서,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내가 상상했던 바와 훨씬 닮은 세상의 악몽으로 '1984'의 악몽이 필연적으로 바뀌어가리라고 나는 느낀다네. 그런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능률성을 높여야 한다는 절실한 필요성의 결과겠지.


물론 현대 사회는 헉슬리가 상상한 대로 자유연애 중(생식이 아닌 그저 즐기기 위한 섹스)이며, 태아가 시험관에서 태어나기도 한다. 사람들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약물에 의존하고 자본의 노예로 살고 있다. 헉슬리는 현대사회가 점점 자신의 예언대로 되어가는 과정을 주시한다. 그런데 대관절 그게 무슨 상관인가. 세상은 헉슬리가 말한 대로 흘러갈 수도 있지만, 그와 정반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예언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 투영되는 메시지가 여전히 통용되느냐 아니냐일 것이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해 소설이 재밌느냐, 재미없느냐이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어떻게 고전이 되었는가에 대해. 그래도 고전인 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댓글을 보다 보니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고전으로 남은 이유가 '독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의 요소 중에는 독자도 포함되지 않던가. 헉슬리가 스스로 도취되어 창조한 세계는 어떤 면에서 우리 인간이 바라는 세계이기도 하다. 이 점이 논란을 만들고 새로운 해석과 수세대에 걸쳐 다양한 코멘트가 소설의 허점을 메우고 성장시켜 온 것 같다.


니체가 말했다. 삶은 괴로운 거라고. 괴로우면 '소마(소설에서 고통을 없애주는 알약)'와 같은 술이나 오락, 어떤 사람들은 마약에 기대고 싶어 한다. 사랑의 감정 대신 아무 이성과 마음껏 잠자리를 할 수 있는 세계. 지겨운 공부 따위 하지 않아도 최면 학습만으로 가능한 세계. 바로 고통이 없는 세계, 오직 쾌락과 행복, 그리고 평안과 안정만 존재하는 세계. 우리가 수천 년부터 바라던 천국이나 이데아의 바로 그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소설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아니던가.


헉슬리는 이데아가 하늘에 있다고 하지 않았다. 정말 그럴싸하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 상에 천국이 곧 강림하리라 예언했다.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정말 성경의 천국과 흡사했다. 그런데 그 안에서 살아가는 개개의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가. 독자들은 혼란스러웠다. 이데아가 어쩐지 불편해 보였다. 인간의 모든 욕망이 해결된 세계가 불쾌했다.


독자들은 질문한다. 인간 존엄이 사라진 초공리주의는 과연 참된 행복을 가져오는지에 대해.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선뜻 답하지 못한다. 이 소설은 제1차 세계 대전을 겪은 후에 나왔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 사람들이 찾는 것은 안녕과 평온이다. 그게 설사 전체주의일지라도.


나이가 들수록 보수로 변한다는 말이 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은 차라리 전체주의를 그립게 만든다. 자유와 혁명이 거추장스럽고, 안정과 평안이 달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헉슬리는 분명 디스토피아를 경고하고 있지만, 나는 양쪽을 왔다 갔다 하며 소설을 읽었다. 사실 세상은 모 아니면 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도 있고 걸도 있다. 신은 없지만 존재하기도 한다. 세상은 잔인하지만 윤리라는 편견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고통은 목적도 없고 정당성도 없지만, 어떨 때는 인생의 달콤한 사과를 맛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늘은 천둥과 비바람을 내리기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선물하기도 한다.


우리 인간은안녕과쾌락이라는달콤함과인간의존엄성사이에서방황하고흔들리는존재이다. 소설은인간존엄에대해철학적질문을서슴지않는다. 소설에등장하는'버나드마르크스' 역시양면성을가진인물이다. 저항정신과속물근성을모두갖고있다. 버나드는자유의지에대해고민하지만, 결국사회로부터인정을받기시작하자그에도취되어<멋진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안착하고싶어한다. 인간에게필요한것은무엇일까? 자유일까, 안정일까. 인간은갖기위해투쟁하는지도모르겠다. 권력을잡기위해, 만인의만인에대한투쟁을.


소설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훌륭한 설정과 괜찮은 철학적 질문은 우리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준다. 인간의 욕망과 쾌락, 그리고 사회 질서가 고도로 안정된 사회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는 좀 더 나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멋진 신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러시아 문학과 비교해 너무나 쉽게 잘 읽힌다. 이런 점들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내 취향은 아니다. 두 번 읽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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