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얼빈 후기
1년도 더 지났을까. 물론 나 말고도 엄청나게 지원자가 많았던 비대면 무료 카지노 게임이었고, 또한 배역을 염두에 둔 느낌이라기보다 작품 속 대사로 무료 카지노 게임을 본 모양이다.
그렇다. 그것은 영화 ’하얼빈‘의 오디션이었고, 모리 중사의 대사와 이토를 모시는 사령관(?)의 대사였다.
거의 옷깃조차 스쳤다고 할 수도 없는 이런 작은 인연을 기억해 일일이 아까워하고 속상해할 일인가 싶겠지만, 한 시절 노가다 꾼으로 살아온 중년의 남자가 ‘ 저 건물 아빠가 지었어.’ 무료 카지노 게임 정도의 애착이랄까. 그 일에 애정과 열정을 쏟은 만큼 친밀감이 짙은 법이니까. A4용지로 7장 정도 되는 분량의 대사였다. 물론 꽉 채워진 분량은 아니었지만, 이게 무슨 말이 지도 모를 일본 발음을 한글로 적어놓은 대사를 외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주변에 아는 일본인 친구들에게 다 요청해서 녹음본도 받아 대사를 외웠다. 의미를 모르는 음성은 나와 다른 종이 내는 울음과 비슷할 진데, ‘내가 엄마 집에 키우는 가을이 짖는 소리를 외우는 거나 다름없지 않을까.’ 엄살을 피워대며 대사를 외웠다.
10일 남짓 대사를 외웠던 거 같다. 사실 같이 준비했던 친구들도 있고, 지원자가 몇 천명은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옷깃 정도도 아닌 인연으로도 이 영화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노가다로 일하는 사람도 이왕이면 랜드마크가 될 건물을 지으면 뿌듯하니까. 과정에 내가 얼마나 지분이 있는지 보다, 결과가 더 크게 보이니까.
그래서 속상했다. 시쳇말로 국뽕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일제강점기 시대극. 영화가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과 수많은 필름메이커스들의 노고가 들어가는지 알고 있어서 더 속상하다. 그래서 영화를 함부로 욕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아쉬운 마음이 컸다. 내가 전후사정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그들보다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궁금할 수는 있으니까.
늘 궁금했던 점은 과연 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에 얼마 큼의 영향이 있을까. 늘 나의 연기가 높은 곳을 향하길 바란다. 쉽게 말해서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잘하는 연기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진다. 그 길은 점점 안개가 짙어지는 새벽 시골길 같이 느껴진다. 어느샌가는 컷과 컷 사이가 어색한 지, 씬과 씬 사이의 생략 때문인지, 아니면 배우가 연기하는 물리적 환경이나 정서적 환경이 부족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훌륭한 각본과 연출 아래 발연기하는 배우는 없다. 오목조목 따져보면 아쉬운 점이 있을지 몰라도 그게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재밌게 느껴진다. 다른 말이 필요할까. 재미없는 작품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는 있을 수 있으나, 재밌는 작품에서 연기 못하는 배우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각본과 연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배우라는 뜻이 된다.
현빈, 박정미, 조우진, 이동욱, 전여빈, 유재명 배우 외에도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출연했다. 하지만 스스로도 의아할 만큼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궁금하고 아쉬웠던 점을 나열하려고 정리하다가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 떠올랐다.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불행한 이유가 있다.’라는.
‘좋은’ 영화, ‘좋은 ‘ 감독, ’좋은‘ 배우란 뭘까.
‘좋은’이라는 형용사는 어쩐지 나의 개인적인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라, 누군가에겐 최고의 영화가 될지도 모르니 이런 글이 송구하지만, 알고 싶다. 그래야 나도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