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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Feb 16. 2025

카지노 쿠폰 견디는 마음

그저 기다리는 것뿐

카지노 쿠폰을 견디기 위해 나는 자꾸만 도망을 친다. 카지노 쿠폰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이미 알고 있는데,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이다. 나는 여전히 아주 오래도록 회피형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화가 올 때면 덜컹 걱정이 앞선다. 좋지 않은 상상을 하는 편이 아닌데도, 실체 없는 카지노 쿠폰이 퍽 한 대 치고 지나간다. 전화가 아니라 문자가 올 때도 그렇다. 광고 문자가 올 때면 열심히 차단하고, 스팸 문자 관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괜히 놀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되도록 휴대폰의 많은 알람들을 차단한다.


괴로운 이유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성격을 다시 마주하면서, 각종 민원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건설사는 절대 운영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주차 문제 등으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죄송하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빔과 저녁을 먹으러 경의선 숲길을 걷다가, 카페였던 자리가 다른 가게로 바뀐 것을 보았다.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 일이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요 근래엔 문을 닫고 떠난 어떤 사람들에 대하여 자주 생각한다.


“빨리 팔고 다른 일을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 가지고 있으면 카지노 쿠폰하잖아.”


그렇게 빔은 말했다. 빔은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는 건축 일이 적성에 맞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굳이 우리 같은 일이 아니더라도 사업하는 사람들은 항상 카지노 쿠폰하지. 그러니까 사업이랑 카지노 쿠폰은 같이 오는 거야. 이 일이 잘 될지, 어떤 물건이 잘 팔릴지, 오늘 손님이 얼마나 올지 알 수 없으니까.”


우리 둘은 무형의 카지노 쿠폰을 서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안심한다. 그냥 가지고 쭉 가는 것이구나. 그대로 두는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어느 정도 위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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