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공부하기 전에 관계 정의하기
갑자기 이름 지을 일이 생겼다. 뱃속에 새 생명을 품은 건 아니다. 내 이름 앞에 붙을 생태명이 필요했다. 숲 해설가 교육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수업 시작 전에 각자 이름 하나씩을 만들어 오라고 한다. 보통 식물, 동물 이름에서 따오는 편이다. 예를 들어 ‘까치 홍길동 선생님’에서 ‘까치’가 생태명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설렜다. 이름을 손수 만들어 본다는 게 낯설면서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만 같은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었다. 온갖 자연물의 이름을 줄줄 떠올렸다. 강력한 후보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도토리다. 숲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가 이 도토리에 있었다. 숲을 만드는 시민단체의 봉사 활동에서 도토리를 심은 적이 있다.
도토리를 작은 화분에서 키워 어느 정도 자란 후 봉사일에 다시 가져가면, 활동가 선생님들이 특정 구역에서 몇 년 더 키운 다음, 나무가 필요한 공원 경사면에 심는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주니 도토리에서 갑자기 하얀 콩나물처럼 줄기가 나왔다. 아래로는 뿌리가 나오고 위로는 털이 보송보송한 연둣빛 새싹이 나왔다. 작은 한 알이 열매이자 씨앗이자 나무가 된다는 사실이 기특하기만 했다.
작지만 절대 작지 않은, 큰 우주를 품은 존재에 감탄하며 나도 도토리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차원에서 생무료 카지노 게임으로 ‘도토리’가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어쩐지 ‘도토리 선생님’이라 불리면 키가 작고 동글동글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다. 가뜩이나 외모가 귀여운 스타일도 아닌 지라 어울리지 않았다.
나머지 후보안은 ‘느티나무’의 ‘느티’다. 공원에서 보기 쉬운 나무로, 아주 크게 자라 그늘이 되어 주는 모습이 듬직하고 멋있었다. 사람들이 고를 것 같지 않은 이름이기도 하고 “느티쌤!”이라 불리는 것도 근사해 보였다.
이 역시 나와 착 붙는 느낌은 무료 카지노 게임었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영어 단어에 발음이 느티와 비슷한, ‘naughty’(너티)가 떠올랐다. 버릇없고 무례하다는 뜻인데, 스스로 나쁜 사람이라 불리길 자처하는 꼴이라 포기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직접 지어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생태명을 만들기로 했다. 이름의 끝자인 ‘온’과 ‘나무’를 결합해 ‘온나무’를 떠올렸다.
나무 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이 되고 싶었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넉넉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잎을 틔우고 낙엽을 떨어뜨리며 제 할 일을 하는 면모를 닮고 싶었다. 변덕스럽고 사소한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는 나와 대비해 무척 안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온라인으로는 연결되어 있었지만 얼굴을 맞대고 처음 본 자리에서 편지를 준 무료 카지노 게임이 있었다. 편지는 ‘나무 같은 무료 카지노 게임, 온님’으로 시작되었다.
나를 나무로 수식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어떤 대목에서 그렇게 느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이미 나무였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온나무’라는 생태명이 꽤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불리면 그 이름 따라 살려고 노력할 테니까.
생태명을 짓는다는 건 단순히 이름이 하나 더 생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숲의 언어를 이해하고 인간의 관점에서 쉽게 풀어 매력적으로 설명하는 게 ‘온나무’의 역할이다. 온갖 식물, 곤충, 새, 바람, 햇빛 등 숲을 이루는 요소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끝으로 실감하며 자연의 생명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숲을 이해하는 일은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숲이 파괴되면 인류의 생존도 보장받지 못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계속해서 보고 이 안에서 휴식을 누리길 원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공부해 참여를 이끌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