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일까?”
이해를 돕기 위해 fiction으로 구성했습니다
1. 눅눅해진 시간을 다시 달구며
나는 늘 같은 시간에 깨어난다. 아니, 깨어난다고 믿는다. 사실은 깨어남과 잠듦의 경계 어딘가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방 안에는 어젯밤 남긴 귤껍질 냄새가 희미하게 떠다니고, 거실에선 아내가 전날 저녁 켜둔 라디오 소리가 들려온다. 이른 아침 DJ의 낮은 목소리가 공기 중에 희미하게 번진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거울을 본다. 거울도 나를 본다. 잠시 서서 서로를 바라보지만, 누구도 먼저 인사를 건네지는 않는다. 왼쪽 눈썹 아래 점, 여전히 거기 있다. 검버섯이 조금 늘었고, 입꼬리는 조금 더 처졌다. 흰머리가 많아졌다. 언제부터 이렇게 늙어가기 시작했을까.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은 내 얼굴이다. 적어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이다.
아침 식탁엔 어제와 똑같은 반찬이 올라온다. 김치, 달걀말이, 그리고 멸치볶음. 멸치는 아내가 몇 번이고 볶아 두었다. 눅눅해지면 다시 한번 달궜다. 기름에 지글거리는 멸치 소리가 주방에 울려 퍼질 때마다 집 안은 잠시 생기를 되찾았다. 그렇게 되살아난 멸치를 씹으며 나는 생각한다. 나도 그렇게 다시 볶일 수 있을까. 눅눅해진 시간을, 무뎌진 마음을, 다시 뜨겁게 달구는 일이 가능할까.
"오늘은 뭐 할 거예요?" 아내가 묻는다.
"글쎄, 아직 정하지 않았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이미 계획이 있다.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다. 아내에게 내 계획을 설명하기가 어색하다. 퇴직 전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회사에 간다'는 한 마디면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카페에 가서 글을 쓴다'라고 하면 아내는 무언가 더 물을 것이다. 어떤 글을 쓰는지, 왜 쓰는지.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질문들이다.
퇴직 후 처음에는 시간이 무거웠다. 몸보다 마음이 더. 갑자기 주어진 자유가 오히려 부담이었다. 하루가 너무 길었다. 낮 시간이 끝없이 늘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시간을 다루는 법을 조금씩 배웠다. 정해진 약속이 없는 아침에도 양복을 걸쳤고, 출근길 대신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가끔은 카페에서 책을 읽었고, 가끔은 책 없이 창밖을 읽었다. 나무는 계절을 따라 움직였고, 아이들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속도로 뛰어다녔다.
가끔은 생각했다. 모든 것이 변하는데, 나는 변하지 않는 게 아닐까. 아니, 혹은 반대로.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변해버린 건 아닐까. 어느 쪽이든, 내게 주어진 건 지금이었다. 변화와 정체 사이, 어딘가에서 오늘 하루를 맞이하는 것. 그게 내 일이었다.
퇴직 전, 나는 조직에서 바쁘게 지냈다. 은행 지점장으로서 항상 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분기별 실적 보고서, 직원 평가, 고객 관리, 내부 감사 준비… 진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할 틈도 없이,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걸었고, 저녁 퇴근길에는 내일로 미뤄진 일들을 생각하며 걸었다. 30년이 그렇게 흘러갔다.
하지만 퇴직 후, 내가 했던 일이 과연 '진짜 일'이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조직이 필요해서 했던 일이었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었을까? 그렇다면 '진짜 일'이란 무엇일까? 어느 날 아침,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떠나지 않았다.
카페의 구석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몇 년 전까지는 회의록을 작성하던 손이, 이제는 내 삶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처음엔 그저 일기처럼 시작했다. 오늘 본 것들, 느낀 것들을 적었다. 그러다 점차 어린 시절 기억, 직장 생활의 순간들, 가족과의 추억들이 글 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언제부터인가 이 작업이 즐거워졌다. 퇴직 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일, 내가 의미를 느끼는 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다. 타인의 인정과 평가에서 벗어나, 내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때부터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먼저 글쓰기 모임에 가입했다. 처음에는 부끄러웠다. 내 글이 서툴고 유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모임 사람들은 따뜻하게 반응해 주었다.
"이런 경험을 글로 남기는 건 의미 있는 일이에요."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해주었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다.
다음으로 지역 역사 탐방 모임에 들어갔다. 매주 토요일 오전, 우리 동네와 인접한 지역의 역사적 장소들을 방문했다. 안내를 맡은 퇴직 역사 교사의 설명을 들으며, 내가 오랫동안 살아온 이 지역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은 우리 지역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봉사를 시작했다. 그분들의 삶과 기억을 글로 남기는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카지노 게임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직함도, 돈도, 명예도 아닌, 스스로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느 날 아침, 아내가 물었다.
"요즘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표정이 달라졌어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글을 쓰고 있어. 우리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거야."
"언제부터 그런 일을 했어요?"
"한 6개월 됐나? 처음엔 그냥 시간 보내려고 시작했는데, 지금은 진짜 즐거워."
아내는 미소 지었다.
"그렇구나. 요즘 더 생기 있어 보여서 좋아요."
다시 거울을 본다. 여전히 점이 있다. 검버섯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더 나아 보인다. 눈빛에 생기가 돌아온 것 같다. 멸치는 여전히 바삭하고, 귤껍질 냄새는 오늘도 희미하다. 그리고 아내의 라디오는 여전히 켜져 있다. 나는 오늘도 '카지노 게임 일'을 찾아 나선다. 이제는 방황하지 않는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길은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눅눅해진 시간도, 무뎌진 마음도, 다시 달굴 수 있다. 멸치처럼. 다시 지글거리며 바삭해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퇴직 후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진실이다.
2. 가짜 일과 카지노 게임 일 사이에서
나는 요즘도 일을 한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출근길에 북적이는 지하철도, 형광등이 밝게 빛나는 회의실도 없다. 누구도 나를 부르지 않고, 누구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메일함에 새 알림도 뜨지 않고, 전화기도 조용하다. 그래도 일을 한다. 하지만 가끔 창밖을 바라보며 의문이 든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진짜일까? 아니면 그저 하루를 메우기 위한 가짜일까?
퇴직 후 처음 몇 달은 예상외로 바빴다. 하지만 그 바쁨이 낯설었다. 서류를 검토하고, 회의에 참석하고, 전화 통화를 하고, 분기별 실적 숫자를 맞추던 바쁨이 아니었다. 마트에 들러 할인 품목을 꼼꼼히 확인하고, TV 채널을 끊임없이 넘기고, 쓸데없이 집 안 구석구석의 먼지를 닦는 바쁨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마음이 차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하루 종일 뭘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내 하루가 '가짜 일'로 채워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카지노 게임 일의 특징은 이렇다.
하루를 꽉 채우지만, 끝나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이 없다. 그 일을 하면서도 내내 '이게 맞나?' 싶은 의심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무엇보다, 내가 하지 않아도 세상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도, 나에게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몇 달을 해도 실력이나 만족감이 늘지 않고, 오히려 오래 할수록 공허함만 깊어진다.
한 달 전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해에 정년퇴직했다. 학교 교장이었던 친구는 퇴직 후 학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다. 출근할 때는 조금 설렜지만, 한 달 만에 후회했다고 했다.
"그냥 돈만 벌고 오니까, 내가 뭐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 교장 때는 아이들의 변화를 볼 수 있었는데..."
그는 돈을 벌었지만 의미를 잃었다. 대기업 부장으로 일했던 또 다른 친구는 골프만 친다고 했다. 처음에는 좋았지만 이제는 지루하다고. 우리는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퇴직 후에도 이렇게 돈만 벌거나 시간만 보내야 하는 걸까?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반대로, 카지노 게임 일은 다르다.
카지노 게임 일은 내 영혼을 채운다. 돈이 되지 않아도 손에 남는 게 있다.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설명해 주고, 나를 나답게 만든다. 카지노 게임 일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일을 마치면 깊은 만족감이 찾아온다. 무엇보다, '이 일을 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는 느낌이 든다.
퇴직 후, 나는 몇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해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미뤄두었던 일들. 지역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주민센터에서 무료 경제 특강을 하고, 동네 카페에서 직장 고민이 있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돈이 되지 않아도 좋았다. 하고 나면 하루가 알차게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점점 확신이 생겼다.
"이게 내 카지노 게임 일이구나."
어느 날, 한 청년이 내 조언 덕분에 원하던 회사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지역 신문에 기고한 글을 읽은 노부부가 투자 사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런 순간들이 모여 내 일의 의미를 만들어갔다.
카지노 게임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일이다. 회사에서 나를 설명해 주던 직함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할 수 있는 일. 내가 없어지더라도, 이 일을 통해 내 흔적과 가치가 남는 일. 그러려면 카지노 게임 일은 반드시 나의 경험과 지혜가 담긴 일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카지노 게임 일을 선택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익숙해서. 가짜 일은 쉽고, 금방 돈이 되고, 실패할 확률이 낮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도 쉽다. "아, 그분 퇴직하셨어도 아직 일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가짜 일은 오래 할수록 영혼을 갉아먹는다. 지칠수록 '나는 이게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커진다. 그리고 결국, 또 다른 가짜 일을 찾아 헤매게 된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퇴직 후 세 번이나 일을 바꿨다. 대기업 임원에서 중소기업 고문으로, 다시 스타트업 멘토로, 또다시 무역회사 자문으로. 겉으로는 바쁘고 활발해 보였지만, 술자리에서 그는 고백했다.
"사실 다 똑같아. 이름만 다르지. 누구도 내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아. 그냥 형식적으로 존중하는 척할 뿐이야."
그의 말에서 공허함이 느껴졌다. 그가 찾은 건 카지노 게임 일이 아니라, 단지 다른 형태의 가짜 일이었다.
가짜 일을 피하고, 카지노 게임 일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물어봐야 한다. '이 일을 하면 나는 진정으로 행복한가?' 돈을 떠나서, 명예를 떠나서, 그냥 나는 이 일을 평생 계속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망설임 없이 '네'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건 진짜 일일 가능성이 크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에 조용히 앉아 일기를 쓴다. 그날 한 일들을 적고, 그중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을 표시한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둘째,작게 시작해서 실험해봐야 한다. 카지노 게임 일은 한 번에 찾는 것이 아니다. 무료 강의를 해보고, 블로그를 운영해 보고,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보는 것. 실패해도 괜찮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명확해진다. 실험할수록 가짜와 카지노 게임가 선명하게 구분된다. 나는 처음에 10명도 모이지 않는 강의를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셋째,혼자 하지 말아야 한다. 가짜 일은 혼자 있을 때 빠지기 쉽지만, 진짜 일은 공동체 속에서 더욱 빛난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장을 찾아야 한다. 혼자 생각할 땐 몰랐던 가능성이, 함께 이야기할 때 갑자기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같은 업계 퇴직자들과 월례 모임을 시작했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각자의 진짜 일을 찾아가고 있다.
넷째,내가 가진 경험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진짜 일을 찾기는 어렵다. 내가 평생 쌓아온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가 있는 영역에서 시작하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 금융권에서 30년간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교육을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범위를 넓혀 청년 멘토링으로 확장해 나갔다.
결국, 중요한 건 '일'이 아니라 '나'다.
퇴직 후에도 우리는 일한다. 하지만 그 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나는 오늘도 거울을 본다. 거울 속의 내가 묻는다.
"넌 지금 카지노 게임 일을 하고 있니?"
때로는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카지노 게임 일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이미 의미 있는 여정이다. 그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계속 찾을 것이다. 내 카지노 게임 일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카지노 게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어제저녁, 주민센터에서 진행한 무료 특강이 끝난 후 한 젊은 여성이 다가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도 언젠가 퇴직할 텐데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부터 진짜 일을 찾아보세요. 직장 다니면서도 할 수 있는 진짜 일을. 그러면 퇴직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거예요."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것이 내 카지노 게임 일이라는 것을.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등불이 될 때, 내 인생은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
3. 공동체 속에서 카지노 게임 일 찾기
오늘도 눈을 떴다.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출근할 곳이 없는 아침이 여전히 낯설다. 퇴직한 지 3개월. 처음에는 자유로웠다. 알람 없는 아침, 회의 없는 하루가 좋았다. 하지만 그 자유에도 유통기한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거실로 나가자 아내가 커피를 내려주며 묻는다.
"오늘은 뭐 할 거예요?"
"글쎄, 아마 도서관에 갈까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도서관에서 무엇을 할지는 정해진 게 없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곳. 이렇게 시간을 채우는 일이 많아졌다. 마트 구경, 공원 산책, 무료 강연 참석. 바쁘게 지내는 것 같지만, 저녁이 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가끔 거울을 보면 낯선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나에게 묻는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회사에서의 직함이 사라진 지금, 당신은 누구인가요?"
퇴직한 대기업 인사팀장 김진호는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말했다.
"요즘은 전직 지원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어. 사무실도 있고, 명함도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술이 몇 잔 들어가자 그는 고백했다.
"사실, 계약직이야. 워크숍 할 때만 불러. 대부분 시간은 그냥 사무실에 앉아 있어. 아무도 내 의견을 진지하게 듣지 않아."
그의 말에 침묵이 흘렀다. 우리 모두 비슷한 상황이었다. 정년퇴직 후 찾은 일들은 대부분 '가짜 일'이었다. 명함과 직함은 있지만, 내 안에 채워지는 것은 없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도감은 있었지만, 일의 의미는 찾을 수 없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퇴직 교사 이정숙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학교에 있을 때는 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아이들이 나를 기다렸고, 내 수업이 끝나면 뭔가 달라진 표정으로 교실을 나갔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시간만 흘러요."
어느 날 아침, 지하철에서 우연히 대학 동기를 만났다. 그는 퇴직 후 지역 도서관에서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시간 때우기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이게 내 진짜 일이 됐어."
그의 눈빛에서 생기가 느껴졌다. 무엇이 다른 걸까?
"혼자서는 절대 못 했을 거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격려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니까 가능했던 거지."
그 말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공동체'라는 키워드가 새롭게 들렸다.
카지노 게임 일의 특징은 이렇다. 카지노 게임 일은 내 영혼을 채운다. 돈이 되지 않아도 손에 남는 게 있다. 나를 성장시키고, 나를 설명해 주고, 나를 나답게 만든다. 카지노 게임 일을 하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고, 일을 마치면 깊은 만족감이 찾아온다.
퇴직 후 몇 가지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해보고 싶었지만 바빠서 미루었던 일들. 주민센터에서 청년들을 위한 취업 코칭을 자원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내 조언을 듣고 취업에 성공한 청년의 문자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퇴직자 모임 '새로운 시작'의 첫 만남은 어색했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10명의 중장년이 한자리에 모였다. 은행 지점장, 중학교 교장, 대기업 임원, 병원 간호부장... 우리를 연결하는 것은 오직 하나, '퇴직 후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열망이었다.
"내가 30년간 해온 일이 사라지니까 정체성 혼란이 와요." "경제적으로는 괜찮은데, 매일 아침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족들은 이해 못 해요. '그냥 쉬면 되지'라고 말하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다. 우리가 겪는 혼란은 '가짜 일'의 경험 때문이었다. 조직 안에서 맡았던 역할은 직함이 사라지는 순간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오랜 기간 동안 조직의 시스템 속에서 움직였을 뿐, 스스로 결정한 '카지노 게임 일'을 해본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매주 목요일 오전, 우리는 카페에 모여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다. 때로는 실패한 이야기, 때로는 작은 성공의 순간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공동체가 없었다면, 나는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여기서 비슷한 과정을 거친 사람들의 경험을 듣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어요."
이 공동체는 우리에게 거울이 되어주었다. 혼자서는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 나의 가능성을 보게 해 주었다.
모임이 6개월째 접어들 무렵, 한 회원이 '소셜 헤리티지 브랜드(SHB)'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우리 경험을 그저 개인적인 것으로 남겨두지 말고,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보면 어떨까요?"
SHB란, 개인의 경험을 사회적 가치로 전환해 지속 가능한 일을 만드는 과정이다. 단순한 창업이 아니라, 나의 경험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각자의 경험을 '자산'으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30년간 은행에서 일했는데,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자금 문제를 해결해 줬을 때였어요." "교직에 있으면서 학생들의 자존감이 높아지는 걸 볼 때 가장 행복했어요."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했을 때 가장 의미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패턴이 드러났다. 우리가 가장 의미를 느꼈던 순간은 대부분 '누군가를 도왔을 때', '지식과 경험을 나눴을 때'였다.
다음 단계로, 우리는 이런 경험을 어떻게 사회적 가치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퇴직 은행원은 소상공인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퇴직 교사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자존감 향상 워크숍을 계획했다. 대기업 출신 임원은 청년 창업자 멘토링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것은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었다. 우리의 경험과 가치가 담긴,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였다.
처음부터 완벽한 형태의 브랜드를 만들 수는 없었다. 우리는 작은 실험부터 시작했다.
나는 지역 도서관에서 '퇴직 준비 중인 40대를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5명만 왔다. 하지만 그들의 진지한 눈빛과 감사 인사는 내게 큰 의미를 주었다. 이것이 바로 '진짜 일'의 느낌이었다.
퇴직 간호부장 출신 회원은 지역 노인정에서 건강 관리 상담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료로, 나중에는 작은 기부금을 받으며. 그녀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병원에서 일할 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해요. 왜냐하면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요."
작은 실험들은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개인 블로그가 커뮤니티가 되고, 일회성 강연이 정기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한 회원이 어려움을 겪으면 다른 회원들이 도왔다. 누군가 성공 경험을 나누면 모두가 함께 기뻐했다. 이것이 바로 '소셜 헤리티지 브랜드'의 힘이었다. 개인의 경험이 공동체를 통해 증폭되고, 사회적 가치로 확장되는 과정.
오늘 아침도 거울 앞에 선다. 하지만 이제 그 질문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나는 30년간의 인사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들에게 멘토링을 제공하는 '커리어 브릿지'의 창립자입니다."
직함은 사라졌지만, 내 안에 있던 경험과 가치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형태로 빛을 발하고 있다.
아내가 커피를 내려주며 묻는다.
"오늘은 뭐 할 거예요?"
"오늘은 창업 준비 중인 청년들과 멘토링 세션이 있어요. 그리고 오후에는 공동체 회원들과 새 프로젝트 기획 미팅이 있어요."
이제 내 하루는 가짜 일이 아닌, 진짜 일로 채워져 있다. 이 일은 나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나를 성장시킨다.
퇴직 후에도 우리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일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가짜 일'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반영한 '진짜 일'이 되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공동체는 단순한 모임이 아니라, 소셜 헤리티지 브랜드(SHB)를 기반으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거울 속 나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제 그 눈에는 확신이 담겨 있다. 카지노 게임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가? 지금 '카지노 게임 일'을 하고 있는가? 당신의 경험과 가치는 어디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당신은 어떤 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는가? SHB를 통해 당신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가?
지금부터, 당신만의 소셜 헤리티지 브랜드를 시작해 보자. 혼자가 아니라, 함께. [fi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