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온라인 카지노 게임
뮤지컬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보러 가던 날은 두 가지 걱정이 있었다. 하나는 내가 엄청 울 것 같다는 것이었고 (원작 책을 읽었기에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였다), 다른 하나는 무대 위에 동물들이 잘 표현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어린 펭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이름이 없는 펭귄은 자신의 아버지들인 코뿔소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리고 펭귄인 '치쿠'와'윔보'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책에서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어린 시절부터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뮤지컬에서는 펭귄과 노든이 함께 걷는 현재 시점에서 시작된다. 노든과 펭귄은 바다를 향한 여정을 이어가고, 중간중간 액자 형식으로 노든이 펭귄에게 옛이야기들을전해주며그의과거 이야기가 조금씩 드러난다.
어릴 적 코끼리 고아원에서 자란 코뿔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스스로 코끼리라고 생각하면서 코끼리들과 가깝게 지냈다. 평생을 그곳에서 지낼 수도 있었지만, 용기를 내바깥세상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자신과 똑닮은코뿔소도 만나게 되고 잠시나마행복한 나날들을 보내지만, 인간들로 인해 원치 않는 헤어짐을 경험한다.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뮤지컬의 원작인 동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여정과그 속의만남과 이별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너무나 슬프고도 아름다운이야기였다.나는 150페이지 남짓되는 책을 읽는 동안내내 눈물을 글썽이고 흘렸다. 그러니 눈앞에 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걸 보게 되면 스스로 통제할 수도 없이 많이 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성숙한 동화가 잘못하면 무대 위에서 유치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걱정도 들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모두 동물들이라는 점에 과하게치중해 배우들이 적극적인 동물 연기를 해버리면 자칫 어린이 뮤지컬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사람처럼만 연기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아쉬울 테지만.
다행히 뮤지컬은 적당한 균형을 찾아, 상징성 있는 소품들과 의상들을 이용해 부드럽고도 분명하게 각 동물들의 특징을 표현해 냈다.코끼리는 코를 형상화한 기다란 튜브 같은 것으로, 코뿔소는 뿔과 보랏빛 도는 파란 바지와 손목의 팔 토시로, 그리고 펭귄은 하얀 셔츠에 검층 반바지 그리고 노란 스카프로 표현했다. 코뿔소의 팔 토시는 두툼한 코뿔소의 다리를 잘 표현해주고 있었고 펭귄의 노란 스카프는 마치 부리 같았다. 코뿔소들은 움직임도 무거웠고, 펭귄들은 좀 더 잰걸음을 보여주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코뿔소'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뿔이, 노든이 들고 다니는 네모난 여행가방에 꽂혀있다는 것이었다.이야기는 펭귄의 시선으로 전개되지만 실제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생이나 다름없는데, 가방은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기나긴 여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소품이었다. 그 가방의 한쪽 면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뿔이 때로는 뾰족하게, 때로는 뭉툭하게 달려 있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방은 겉만 보이는 데에서 끝나지 않았고, 그 내부도 채워져 갔다. 무대 위에는 각각의 동물들을 표현한 소품들 외에도 이야기 진행을 위해 잔잔한 소품들이 계속해서등장했는데, 얼마간 활용되다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지면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무대 가운데에 가방을 내려놓고 열어, 그 소품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마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인생에 그 추억들이 하나씩 쌓여 들어가는 느낌이었다.그런 부드럽고도 아름다운 은유가, 이야기를 더 빛나게 했다.
펭귄 : 살아남는다는 건 뭐예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 : 계속 일어나 걷는 거지.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의 조건도 우리가 걷게 될 여정도 하나하나 택할 수 없다. 후회되는 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좋았던 순간을 다시 살 수도 없다. 그저 길 위에서 만나는 것들을, 노든이 가방 속에 차곡차곡 쌓아 넣듯이, 하나하나 묻어두고 갈 뿐이다.
하지만 가방이 너무 무거워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이토록 힘겨운 여정을 계속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묵직한 이별의 연속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여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무엇일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은 우리가 왜 계속 일어나 걸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그건 각자가 알아내야 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살아남는 것 그 자체와 살아갈 이유를 찾아내는 것에, 반드시 인과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보여준다. 살아갈 이유가 있어서 살아남을 때도 있지만, 살아남았기에 내가 살아야 했던 이유를 찾아내는 순간도 있을 테니까.
어린 펭귄은 아직 자신이 살아남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자신이 왜 꼭 바다로 가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매일 일어나 걷기를 멈추지 않는다.그러니 언젠가는 반드시, 자신이 왜 살아야 했는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에게, 노든에게, 치쿠와 윔보에게, 그리고 새롭게 만났을 그 모든 펭귄들에게.
펭귄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서 삶의 이유를 배우진 못했어도, 살아갈 방법은 배웠다. 그리고그건 '한 존재가 다른 존재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1)이었다.
헤어짐은 슬프지만
우린 널 만나 다행이었듯
다른 누군가도 그럴 거야
(세상 밖으로 향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게, 코끼리들이 건네준 말)
공연내내, 나는 눈물콧물 쏙 빼며 울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주변 관객들도 나만큼이나, 때로는 나보다 더,훌쩍거렸으니까. 우리는 같은 지점에서 감동을 느끼고같은 지점에서 아픔을 공감했다.
그저 같은 날 같은 공연을 보기로 한 것 외에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 순간 나는 우리가그리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바다로 향하는 코뿔소와 펭귄의 여정을 보며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는각자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역시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도와 상관없이,우리는 종종 길 위에서누군가를 만나 잠시 함께 걷게 된다.그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내 이야기에 빗대어지고, 그렇게 각자의 삶은 서로에게 은유가 되어 올 것이다.누구나 고단한삶을 살지만, 그 속에서 반짝이는 별들과 망고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발견하며 그렇게 여정을 꿋꿋하게 이어가고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때로 어린 펭귄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노든처럼 누군가의 여정을 함께 걸어줄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반드시 홀로 외로이 견뎌야 하는 시간일 필요는 없다는 것.언제 누구를 만나든,서로를 만나 다행이었다고, 여정 끝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뮤지컬 온라인 카지노 게임]
▷ 개요 : 작가 루리의 동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원작으로 하여 2024년 초연되었고, 엄청난 호평으로 앵콜 공연까지 이어졌다. 3명의 배우가 각각 어린 펭귄과 노든, 치쿠를 연기하며, 1명의 배우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친구 앙가부와 치쿠의 연인 윔보를 연기한다.
▷ 제작사 : 라이브러리컴퍼니 / 작·작사 : 양소영 / 작곡 : 박보윤 / 원작 : 루리
▷ 매우 주관적인 추천 넘버 : '살아남는 건', '바람보다 더 빠르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 2025년 앵콜 공연 캐스트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 2025년 3월 12일~2025년 5월 25일)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역 : 홍우진, 김다흰, 강정우
펭귄 역 : 연지현, 이정화, 설가은, 최은영
앙가부&윔보 역 : 박근식, 윤철주
치쿠 역 : 유동훈, 이규학
1) 책과 뮤지컬 모두에 등장하는 대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