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차려준 화려한 한 상
오랫동안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여름을꼽았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슬리퍼를 끌고 동네를 활보하는 자유로움. 새콤달콤한 과즙이 흘러넘치는 계절이기도 하다. 싱크대 앞에 서서 복숭아, 자두, 수박 등을 게걸스럽게 해치우고 나면 여름향기로 충만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여름은더워도 너무 덥고 길어도 너무 길어졌다. 나의 관심은 자연스레 봄으로 옮겨갔다.
무엇보다 봄의 묘미는 순서대로 피는 꽃과마주치는 데 있다. 마치 일식 오마카세 셰프가정성껏 준비한 재료로만들어정갈하게 내어주는 상차림처럼 느껴진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은 매화다. 얼핏 보면 벚꽃과 비슷해 보이지만 꽃잎 끝이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갈라져 있지 않고 둥글어서귀여운 맛이 있다. 색깔도 분홍보다는 묘한 여린 연두 빛이 감도는데 매화나무의 열매가 매실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수긍이 된다. 홍매화는 마치 장인이 제작한 브로치 같다.
그다음은산수유다.참새가 발자국을 찍어놓은 듯 자잘한 노란 꽃이 가지마다 화사하게 맺혀있다. 꽃이라기보다는 꽃의 부속물인 수술처럼보인다. 두꺼운호수붓에 되직한 노란 유화 물감을 묻혀캔버스에점점이 찍어놓은 듯하다. 이즈음산으로가면 진달래가 드문드문 보인다. 진달래는 철쭉처럼 떼 지어 있지 않고 다소곳하다. 아직은 초록이 없는 삭막한 산속을 걷다가잊을 만하면 한 번씩 나타나고운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가장 기다리는 꽃은 카지노 가입 쿠폰 아닐까. 내 기억으로 '카지노 가입 쿠폰놀이'라는 문화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 아니지 싶다. 그전까지는 봄꽃 하면 진달래와 개나리, 튤립으로 통했다.혹시장범준 때문일까.
카지노 가입 쿠폰이라도 다 같은카지노 가입 쿠폰이 아니다. 포도송이처럼 덩어리 채주렁주렁 열리는 카지노 가입 쿠폰이 있는가 하면, 따개비처럼가지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도 있다. 심지어 수양버들처럼 늘어져피는 녀석도 있는데 조선시대 춘향이가 그네를 타며 놀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카지노 가입 쿠폰은겹카지노 가입 쿠폰이다.카지노 가입 쿠폰이 질 때쯤 풍성한 봉오리를 터뜨리는 겹카지노 가입 쿠폰은 일반 카지노 가입 쿠폰보다 진한 분홍이고 꽃잎이 여러 겹으로 층져있다. 때문에 한 송이 자체가 크고 좀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카지노 가입 쿠폰이 청순가련하다면 겹카지노 가입 쿠폰은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다.
중학생 시절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였다. 불국사에는 진분홍 겹카지노 가입 쿠폰이 흐드러져 있었다. 당시 단짝 친구였던 애란, 대영과 겹카지노 가입 쿠폰 나무 아래에 교복 치마바람으로 엉덩이를 깔고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실바람이 불어 이마를 간지럽혔다. 카지노 가입 쿠폰 잎은 꽃비가 되어 허공에 흩날렸다. 공교롭게도 누군가 그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1998년 봄풍경 속에 나의 학창 시절이 박제되었다.
지금은 카지노 가입 쿠폰 중 목련을 가장 좋아한다. 어릴 때는 개나리나 카지노 가입 쿠폰처럼 자잘한 꽃들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송이가 큰 꽃의 매력에 빠졌다. 목련은 꽃송이가 큰 만큼 하루하루 변화하는 개화 과정을관찰할 수 있다. 솜털로 단단하게 감싸진 봉오리는 송아지털처럼 보드라워 보인다.보송보송한 감촉을 만져보고 싶지만 언제나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있어 애가 탄다. 솜털이 벗겨지고 나면 목련의 고아한 흰 빛이드러나는데마치 뾰족한 백열전구처럼 보인다.밤에 올려다보면정말 왕전구에 불을 밝힌것처럼 훤하다. 30%가량꽃이피면 그 모습은 셔틀콕과 닮았다. 배드민턴채에 얻어맞아이리저리 왕복하던 셔틀콕이 시간이 정지한 듯 가지마다 매달려있다. 절정으로 피었을 때는 감탄을 참기 힘들다.꽃잎 한 장 한 장이 마치 고급 백자처럼 우아하다.
나만 아는 비밀인데,목련의 진면목은 꽃 속에 숨어있다. 보통 목련나무는키가 커서 꽃의 겉면, 즉 아랫부분을 감상하게 된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내 키만큼작은 목련나무를 발견한 적이 있다. 덕분에 활짝 핀 목련의 은밀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목련이 이렇게 화려한 꽃이었다니! 우아함 속에 감추어진 붉은내면,곧게 솟아오른 노란 암술과 그 주변을 둘러싼 황금빛 꽃가루들은 그야말로 자연이 만들어낸예술품이었다.나는 그 경이로운 모습을 목격한뒤로 봄이 오면 목련을 가장 기다리게 되었다.
목련처럼 큰 꽃을 좋아하는 이유가 또 있다. 왜인지 원시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존재해 왔을 것 같은 느낌. 태곳적에는 대형동물과 식물이 많았으니까. 최상위 포식자가 인간이 되면서 그들은 대부분 공룡처럼 멸종되었다. 실제로 목련은 약 1억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등장한 최초의 속씨식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화석'인 셈. 인류의 역사가 수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동안에도 목련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온 것이다. 봄이면 대지의 양분을 힘껏 끌어올려 하얗게 밤하늘을 밝혔을 터다.
목련꽃은 일주일이면 자취를 감춘다. 바닥으로 떨어져 사람들의 운동화 자국이 문신처럼 새겨지고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쉽지만 괜찮다고달래 본다.내년 봄에도 어김없이 만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