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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조각 Mar 10. 2025

함께 카지노 가입 쿠폰 쓰고 싶을 때, 모임에 갈까? 수업에 갈까?

트레바리 에세이 모임과 한겨레 교육 문화원

기자가 된 후로 한동안 ‘내 글’을 쓰는데 긴 슬럼프를 겪었습니다. 기자는 트렌드를 읽고, 중요한 사람의 의견과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글을 씁니다. 그런데 저라는 사람은 중요하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거든요. 그전에는 제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글을 썼지만, 갑자기 사소한 사람의 생각과 삶을 공유한다는 게 부끄러워졌습니다. SNS를 통해 500자의 짧은 글을 쓰면서는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게 버거워지기도 했고요.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쓰기라는 공통의 주제로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 보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긴 고민 없이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 커뮤니티에서 에세이 모임에 가입했어요. 한 달에 한번 한 권의 책을 읽고 정해진 주제에 맞는 에세이를 제출하면 서로 합평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모임의 리더가 선정한 책을 읽기 때문에 평소 저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책을 읽게 됐습니다. 책이나 주제가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모임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읽고 썼어야 했습니다. 변화에는 약간의 강제성이 도움이 되더군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 쓰는 동기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는 진지하게 작가를 꿈꾸고, 어떤 이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글을 쓰고, 어떤 이는 이미 소설가로 일하면서 리프레쉬가 필요해 모임을 찾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글쓰기 스타일도 달랐어요. 유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묘사를 잘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주 날것의 솔직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고, 다양한 어휘를 풍부하게 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각자의 동기와 스타일, 방향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글을 평가해 주니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되더군요.


대체로 퇴고하는 과정은 아주 외롭습니다. 누가 내 글을 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상의 독자를 위해 문장을 고쳐야 하거든요.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내 글을 어떻게 읽는지 알고 나니 문장을 다듬는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다른 사람의 스타일을 따라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도 좋았어요. 그동안 생각이나 감정을 서술하는 글에서 상황에 대한 묘사나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고 대화문을 더 많이 넣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간결해졌던 문장이 트레바리 모임을 통해 생동감을 얻었어요.


그럼에도 다시 한계점에 부딪히긴 했습니다. 서로 이해관계가 없는 사회인들이 모인 자리다 보니, 냉정한 비판보다는 긍정적인 칭찬이 많았거든요. 그런 분위기에서 만족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 둥글게 서로를 배려하며 즐겁게 카지노 가입 쿠폰 쓰는 과정을 즐기는 거죠. 하지만 그것만으론 분명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와중에 A4용지 귀퉁이에다 작게 끄적였어요.

더 날카로운 카지노 가입 쿠폰 쓰고 싶다. 날카롭게 도려내는 글.

에세이보다 좀 더 사회적이고 날카로운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글을 더 잘 쓰고 싶었어요. 그래서 한겨레 교육문화원에서 진행하는 도우리 작가의 일상비평 쓰기 수업을 신청했습니다. 일상적 소재를 사회적시선으로 비판하는 글을 배우게 된 거죠. 온/오프라인 수업을 자유롭게 들을 수 있어 편리했어요. 성인이 된 후 글쓰기 수업은 처음입니다. 오래간만에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매 수업 새로운 생각거리와 책을 추천받았습니다. 직장생활, 몸, 온라인 문화 등의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썼죠. 잊고 있었습니다. 삶의 모든 것이 글의 소재가 될 수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소재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느냐’입니다. 궁극적으로 예술이라는 것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입니다. 어떤 예술가는 농민의 삶을 주시하고, 어떤 예술가는 과학이 그려낼 미래를 상상하고, 어떤 예술가는 사랑하는 연인들의 행복을 관찰합니다. 예술가가 보는 것은 그의 삶의 경험에 의해 재해석됩니다. 그 영감은 기술을 갈고닦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작품으로 탄생하죠. 예술의 가치는 장르와 수단에 관계없이 개성에 기인합니다.


8번의 수업 끝에 남은 것은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입니다. 다시 온전한 나를 보여줄 용기.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나의 생각과 일상을 흥미롭게 풀어갈 수 있는 글솜씨는 수강생들 저마다의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많이 써야 늘어요. 쓰다 보면 의미를 깨닫게 되고요. 의미를 찾으면 더 잘 쓰고 싶어지고, 그렇게 노련해지다 보면 어느새 괜찮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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